[단독] 피해여성이 직접 ‘훔쳐보기 증거확보’…경찰 “잘못 인정”

입력 2019.07.09 (17:00) 수정 2019.07.09 (18: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여성이 사는 집 안을 몰래 훔쳐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또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직접 동네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주거침입 혐의로 50살 남성 A 씨를 검거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동네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택가에서 다른 사람의 집 안을 훔쳐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20대 여성 B 씨와 B 씨의 가족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현장 출동한 경찰에게 범행 부인…피해 여성이 '직접 CCTV 영상 확보'

A 씨의 덜미가 잡힌 건 피해자 B 씨의 용기와 끈기 덕분이었습니다. B 씨는 A 씨의 범행으로 인한 당혹감에 빠져있을 새도 없이, 신속하게 경찰 신고와 증거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2일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 A 씨는 이날도 범행을 위해 B 씨가 사는 주택 담을 넘었습니다. A 씨가 창문을 통해 집 안에 있는 B 씨의 모습을 한참 지켜보는데, B 씨가 창밖의 시선을 감지합니다. A 씨의 범행을 눈치챈 B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A 씨는 "자기 가게에 딸린 화장실을 다녀왔다"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A 씨 역시 B 씨와 불과 30~50m 떨어진 곳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이고, 동네 거주민입니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방범 CCTV를 살펴봤지만, 직접적인 범행 모습은 포착하지 못했고, 결국 A 씨의 신상과 거주지만 확인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피해 여성 B 씨가 직접 나섰습니다. B 씨는 주택가를 돌며 CCTV를 확인했고, 영상 속에서 자신의 집을 몰래 훔쳐본 A 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A 씨의 직접적인 범행 장면이 담긴 분량을 확보한 B 씨는 곧장 경찰에 다시 신고했습니다. 결국, A 씨는 범행 하루만인 3일 밤 10시 45분쯤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피해자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 인정…"서울지방경찰청 차원 개선책 마련 할 것"

피해 여성의 이러한 행동은 경찰도 인정했습니다. 서대문경찰서는 CCTV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CCTV 관리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피해 여성 B 씨가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노력 덕분에 경찰 조사에서는 A 씨의 추가 범행도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B씨가 확보한 CCTV 영상을 분석해 지난달 28일 등 모두 합쳐 4차례에 걸친 범행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30일의 범행은 A 씨가 자백한 것입니다. A 씨는 "그 당시(2일)에 술을 마셨고, 불 켜진 집이 그쪽밖에 없어서 그 집 쪽으로 갔다"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지만, 범행 대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습적인 범행에 경찰은 A 씨를 구속하기 위해 지난 4일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거주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별수 없이 이번에도 A 씨를 귀가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여죄를 캐묻는 한편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게 "피해자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영상 확보를 못 한 부분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즉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 개선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피해여성이 직접 ‘훔쳐보기 증거확보’…경찰 “잘못 인정”
    • 입력 2019-07-09 17:00:49
    • 수정2019-07-09 18:44:41
    취재K
여러 차례 여성이 사는 집 안을 몰래 훔쳐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또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직접 동네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주거침입 혐의로 50살 남성 A 씨를 검거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동네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택가에서 다른 사람의 집 안을 훔쳐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20대 여성 B 씨와 B 씨의 가족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현장 출동한 경찰에게 범행 부인…피해 여성이 '직접 CCTV 영상 확보'

A 씨의 덜미가 잡힌 건 피해자 B 씨의 용기와 끈기 덕분이었습니다. B 씨는 A 씨의 범행으로 인한 당혹감에 빠져있을 새도 없이, 신속하게 경찰 신고와 증거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2일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 A 씨는 이날도 범행을 위해 B 씨가 사는 주택 담을 넘었습니다. A 씨가 창문을 통해 집 안에 있는 B 씨의 모습을 한참 지켜보는데, B 씨가 창밖의 시선을 감지합니다. A 씨의 범행을 눈치챈 B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A 씨는 "자기 가게에 딸린 화장실을 다녀왔다"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A 씨 역시 B 씨와 불과 30~50m 떨어진 곳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이고, 동네 거주민입니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방범 CCTV를 살펴봤지만, 직접적인 범행 모습은 포착하지 못했고, 결국 A 씨의 신상과 거주지만 확인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피해 여성 B 씨가 직접 나섰습니다. B 씨는 주택가를 돌며 CCTV를 확인했고, 영상 속에서 자신의 집을 몰래 훔쳐본 A 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A 씨의 직접적인 범행 장면이 담긴 분량을 확보한 B 씨는 곧장 경찰에 다시 신고했습니다. 결국, A 씨는 범행 하루만인 3일 밤 10시 45분쯤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피해자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 인정…"서울지방경찰청 차원 개선책 마련 할 것"

피해 여성의 이러한 행동은 경찰도 인정했습니다. 서대문경찰서는 CCTV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CCTV 관리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피해 여성 B 씨가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노력 덕분에 경찰 조사에서는 A 씨의 추가 범행도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B씨가 확보한 CCTV 영상을 분석해 지난달 28일 등 모두 합쳐 4차례에 걸친 범행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30일의 범행은 A 씨가 자백한 것입니다. A 씨는 "그 당시(2일)에 술을 마셨고, 불 켜진 집이 그쪽밖에 없어서 그 집 쪽으로 갔다"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지만, 범행 대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습적인 범행에 경찰은 A 씨를 구속하기 위해 지난 4일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거주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별수 없이 이번에도 A 씨를 귀가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여죄를 캐묻는 한편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게 "피해자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영상 확보를 못 한 부분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즉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 개선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