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단’ 배치에서 드러난 北 서열 변화는?
입력 2019.07.09 (19:24)
수정 2019.07.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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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北 자리 배치의 정치학...권력 서열 변화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평양체육관 안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오고, 그 뒤를 당·정 고위 간부들이 따릅니다. 어제(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대대적으로 열린 중앙추모대회의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단 정 중앙에 앉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옆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김재룡 내각 총리는 다시 오른쪽 두번째 자리...이렇게 총 30명의 간부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큰 공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어떤 인사들이 자리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이들이 앉는 자리, 즉 이들의 위치가 말 그대로 북한의 권력 서열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 권력 실세가 앉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 왼편 4번째, 서열상 8번째 자리에 앉았다.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권력 순위가 9위로 상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주석단 첫줄 착석...권력 순위 9위?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자리였습니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7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때는 주석단에 오르지 않았던 것과 달리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번에는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 왼편 4번째 자리였습니다. 주석단 맨 앞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국 위원 이상 당·정 간부와 국무위원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자리 배치가 권력 순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내 권력 서열 9위에 오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선전선동부의 제1부부장이었던만큼 승진을 한다면 선전선동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관례지만,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서 직책을 맡아 승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에도 당 중앙위 산하 경제정책검열부를 신설해서 여동생 김경희에게 부장을 맡겼던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전례를 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때도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에서 보좌했다.
실제 파워와 공식 직책은 간극...백두혈통이라 가능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의 실제 위상과 공식적인 직책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여정의 자리 배치는 당 정치국 위원과 부위원들 사이였는데, 오늘(9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추모대회 참석 간부들의 호명 순서에선 21번째로 정치국 후보위원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공식 직책은 정치국 후보위원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의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이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매제였던 장성택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을때 호명 순서는 부장보다 뒤였지만 영향력은 훨씬 높았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정치국 위원급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의 직책이 공식 확인된 것은 제1부부장외엔 없다"며 "주석단 착석만 가지고 위상이나 역할 변화를 평가해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행사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의전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김여정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은 급격히 지위가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달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정은 위원장 의전'이라는 과거 업무 대신 당 간부들 가운데 7번째로 서서 시 주석을 영접했습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때도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추모대회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다.
최선희도 1열에...대미 협상 앞두고 힘 실어줘
주석단 1열에 있던 30명의 간부들 중 위상 변화가 뚜렷한 또 다른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자리 배치는 서열상 27번째로, 차관급인 제1부상이 주석단 첫번째 줄에 앉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중앙보고대회 당시 처음으로 주석단 맨 앞줄에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도 주석단 1열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할 당시, 국무위원 직함도 동시에 갖게 되면서 직속상관인 리용호 외무상 등 장관급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지위 상승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며 "특히 최선희 제1부상 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 이후부터 줄곧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도 "북한 비핵화 협상팀에는 외무성 뿐만 아니라 군부, 군수공업계통 등도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통인 최선희가 다른 분야 구성원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대내적으로도 위상을 높여 주는 게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자리 배치도.
김영철 말석에 호명도 늦게...외무성 중심 확연
반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위상은 하락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은 자리는 서열상 14번째로 당 부위원장급 가운데서도 말석이었고, 노동신문상 호명 순서도 당 부위원장 중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지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며,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확실히 옮겨졌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군부는 여전히 뒷줄에...협상에서 드러날 김정은 복안은?
군부의 지위 하락도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주석단 첫 줄에 군복을 입은 인사는 모두 5명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주석단 단상은 당·정 고위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 중심의 선군정치가 아닌 당 중심의 선당정치 노선을 채택한 이래, 군부의 위상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경제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은 이번 추모대회의 추모사에도 드러납니다. 추모사를 낭독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비약과 노력적 유훈을 끊임없이 이룩해 나가야 하겠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외쳤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줄곧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추모대회를 통해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난 북한 권력 실세들의 입지 변화는 향후 북미 협상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외무성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정비를 마무리한 뒤 그 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실무협상팀까지 꾸린 북미는 이달 중순 협상 재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이 새로 정비한 진용으로 협상판에 내밀 카드가 무엇일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北 자리 배치의 정치학...권력 서열 변화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평양체육관 안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오고, 그 뒤를 당·정 고위 간부들이 따릅니다. 어제(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대대적으로 열린 중앙추모대회의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단 정 중앙에 앉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옆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김재룡 내각 총리는 다시 오른쪽 두번째 자리...이렇게 총 30명의 간부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큰 공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어떤 인사들이 자리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이들이 앉는 자리, 즉 이들의 위치가 말 그대로 북한의 권력 서열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 권력 실세가 앉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 주석단 첫줄 착석...권력 순위 9위?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자리였습니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7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때는 주석단에 오르지 않았던 것과 달리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번에는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 왼편 4번째 자리였습니다. 주석단 맨 앞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국 위원 이상 당·정 간부와 국무위원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자리 배치가 권력 순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내 권력 서열 9위에 오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선전선동부의 제1부부장이었던만큼 승진을 한다면 선전선동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관례지만,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서 직책을 맡아 승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에도 당 중앙위 산하 경제정책검열부를 신설해서 여동생 김경희에게 부장을 맡겼던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전례를 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파워와 공식 직책은 간극...백두혈통이라 가능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의 실제 위상과 공식적인 직책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여정의 자리 배치는 당 정치국 위원과 부위원들 사이였는데, 오늘(9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추모대회 참석 간부들의 호명 순서에선 21번째로 정치국 후보위원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공식 직책은 정치국 후보위원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의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이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매제였던 장성택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을때 호명 순서는 부장보다 뒤였지만 영향력은 훨씬 높았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정치국 위원급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의 직책이 공식 확인된 것은 제1부부장외엔 없다"며 "주석단 착석만 가지고 위상이나 역할 변화를 평가해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행사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의전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김여정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은 급격히 지위가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달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정은 위원장 의전'이라는 과거 업무 대신 당 간부들 가운데 7번째로 서서 시 주석을 영접했습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때도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습니다.

최선희도 1열에...대미 협상 앞두고 힘 실어줘
주석단 1열에 있던 30명의 간부들 중 위상 변화가 뚜렷한 또 다른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자리 배치는 서열상 27번째로, 차관급인 제1부상이 주석단 첫번째 줄에 앉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중앙보고대회 당시 처음으로 주석단 맨 앞줄에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도 주석단 1열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할 당시, 국무위원 직함도 동시에 갖게 되면서 직속상관인 리용호 외무상 등 장관급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지위 상승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며 "특히 최선희 제1부상 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 이후부터 줄곧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도 "북한 비핵화 협상팀에는 외무성 뿐만 아니라 군부, 군수공업계통 등도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통인 최선희가 다른 분야 구성원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대내적으로도 위상을 높여 주는 게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철 말석에 호명도 늦게...외무성 중심 확연
반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위상은 하락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은 자리는 서열상 14번째로 당 부위원장급 가운데서도 말석이었고, 노동신문상 호명 순서도 당 부위원장 중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지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며,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확실히 옮겨졌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군부는 여전히 뒷줄에...협상에서 드러날 김정은 복안은?
군부의 지위 하락도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주석단 첫 줄에 군복을 입은 인사는 모두 5명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주석단 단상은 당·정 고위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 중심의 선군정치가 아닌 당 중심의 선당정치 노선을 채택한 이래, 군부의 위상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경제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은 이번 추모대회의 추모사에도 드러납니다. 추모사를 낭독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비약과 노력적 유훈을 끊임없이 이룩해 나가야 하겠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외쳤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줄곧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추모대회를 통해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난 북한 권력 실세들의 입지 변화는 향후 북미 협상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외무성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정비를 마무리한 뒤 그 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실무협상팀까지 꾸린 북미는 이달 중순 협상 재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이 새로 정비한 진용으로 협상판에 내밀 카드가 무엇일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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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단’ 배치에서 드러난 北 서열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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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09 19:24:43
- 수정2019-07-09 22:41:41

8일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北 자리 배치의 정치학...권력 서열 변화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평양체육관 안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오고, 그 뒤를 당·정 고위 간부들이 따릅니다. 어제(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대대적으로 열린 중앙추모대회의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단 정 중앙에 앉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옆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김재룡 내각 총리는 다시 오른쪽 두번째 자리...이렇게 총 30명의 간부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큰 공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어떤 인사들이 자리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이들이 앉는 자리, 즉 이들의 위치가 말 그대로 북한의 권력 서열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 권력 실세가 앉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 주석단 첫줄 착석...권력 순위 9위?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자리였습니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7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때는 주석단에 오르지 않았던 것과 달리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번에는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 왼편 4번째 자리였습니다. 주석단 맨 앞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국 위원 이상 당·정 간부와 국무위원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자리 배치가 권력 순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내 권력 서열 9위에 오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선전선동부의 제1부부장이었던만큼 승진을 한다면 선전선동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관례지만,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서 직책을 맡아 승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에도 당 중앙위 산하 경제정책검열부를 신설해서 여동생 김경희에게 부장을 맡겼던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전례를 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파워와 공식 직책은 간극...백두혈통이라 가능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의 실제 위상과 공식적인 직책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여정의 자리 배치는 당 정치국 위원과 부위원들 사이였는데, 오늘(9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추모대회 참석 간부들의 호명 순서에선 21번째로 정치국 후보위원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공식 직책은 정치국 후보위원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의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이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매제였던 장성택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을때 호명 순서는 부장보다 뒤였지만 영향력은 훨씬 높았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정치국 위원급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의 직책이 공식 확인된 것은 제1부부장외엔 없다"며 "주석단 착석만 가지고 위상이나 역할 변화를 평가해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행사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의전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김여정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은 급격히 지위가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달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정은 위원장 의전'이라는 과거 업무 대신 당 간부들 가운데 7번째로 서서 시 주석을 영접했습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때도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습니다.

최선희도 1열에...대미 협상 앞두고 힘 실어줘
주석단 1열에 있던 30명의 간부들 중 위상 변화가 뚜렷한 또 다른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자리 배치는 서열상 27번째로, 차관급인 제1부상이 주석단 첫번째 줄에 앉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중앙보고대회 당시 처음으로 주석단 맨 앞줄에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도 주석단 1열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할 당시, 국무위원 직함도 동시에 갖게 되면서 직속상관인 리용호 외무상 등 장관급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지위 상승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며 "특히 최선희 제1부상 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 이후부터 줄곧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도 "북한 비핵화 협상팀에는 외무성 뿐만 아니라 군부, 군수공업계통 등도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통인 최선희가 다른 분야 구성원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대내적으로도 위상을 높여 주는 게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철 말석에 호명도 늦게...외무성 중심 확연
반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위상은 하락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은 자리는 서열상 14번째로 당 부위원장급 가운데서도 말석이었고, 노동신문상 호명 순서도 당 부위원장 중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지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며,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확실히 옮겨졌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군부는 여전히 뒷줄에...협상에서 드러날 김정은 복안은?
군부의 지위 하락도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주석단 첫 줄에 군복을 입은 인사는 모두 5명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주석단 단상은 당·정 고위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 중심의 선군정치가 아닌 당 중심의 선당정치 노선을 채택한 이래, 군부의 위상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경제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은 이번 추모대회의 추모사에도 드러납니다. 추모사를 낭독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비약과 노력적 유훈을 끊임없이 이룩해 나가야 하겠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외쳤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줄곧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추모대회를 통해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난 북한 권력 실세들의 입지 변화는 향후 북미 협상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외무성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정비를 마무리한 뒤 그 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실무협상팀까지 꾸린 북미는 이달 중순 협상 재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이 새로 정비한 진용으로 협상판에 내밀 카드가 무엇일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北 자리 배치의 정치학...권력 서열 변화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평양체육관 안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오고, 그 뒤를 당·정 고위 간부들이 따릅니다. 어제(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대대적으로 열린 중앙추모대회의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단 정 중앙에 앉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옆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뒤를 따르던 김재룡 내각 총리는 다시 오른쪽 두번째 자리...이렇게 총 30명의 간부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큰 공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어떤 인사들이 자리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이들이 앉는 자리, 즉 이들의 위치가 말 그대로 북한의 권력 서열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 권력 실세가 앉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 주석단 첫줄 착석...권력 순위 9위?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자리였습니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7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때는 주석단에 오르지 않았던 것과 달리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번에는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 왼편 4번째 자리였습니다. 주석단 맨 앞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국 위원 이상 당·정 간부와 국무위원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자리 배치가 권력 순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내 권력 서열 9위에 오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선전선동부의 제1부부장이었던만큼 승진을 한다면 선전선동부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관례지만,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서 직책을 맡아 승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에도 당 중앙위 산하 경제정책검열부를 신설해서 여동생 김경희에게 부장을 맡겼던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전례를 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파워와 공식 직책은 간극...백두혈통이라 가능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의 실제 위상과 공식적인 직책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여정의 자리 배치는 당 정치국 위원과 부위원들 사이였는데, 오늘(9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추모대회 참석 간부들의 호명 순서에선 21번째로 정치국 후보위원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공식 직책은 정치국 후보위원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정치국 위원이나 부위원장급의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이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매제였던 장성택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을때 호명 순서는 부장보다 뒤였지만 영향력은 훨씬 높았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정치국 위원급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의 직책이 공식 확인된 것은 제1부부장외엔 없다"며 "주석단 착석만 가지고 위상이나 역할 변화를 평가해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행사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의전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김여정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은 급격히 지위가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달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정은 위원장 의전'이라는 과거 업무 대신 당 간부들 가운데 7번째로 서서 시 주석을 영접했습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김여정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때도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습니다.

최선희도 1열에...대미 협상 앞두고 힘 실어줘
주석단 1열에 있던 30명의 간부들 중 위상 변화가 뚜렷한 또 다른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자리 배치는 서열상 27번째로, 차관급인 제1부상이 주석단 첫번째 줄에 앉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중앙보고대회 당시 처음으로 주석단 맨 앞줄에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도 주석단 1열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할 당시, 국무위원 직함도 동시에 갖게 되면서 직속상관인 리용호 외무상 등 장관급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최선희 제1부상의 지위 상승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며 "특히 최선희 제1부상 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 이후부터 줄곧 최선희 제1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본부장도 "북한 비핵화 협상팀에는 외무성 뿐만 아니라 군부, 군수공업계통 등도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통인 최선희가 다른 분야 구성원들을 장악할 수 있도록 대내적으로도 위상을 높여 주는 게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철 말석에 호명도 늦게...외무성 중심 확연
반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위상은 하락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은 자리는 서열상 14번째로 당 부위원장급 가운데서도 말석이었고, 노동신문상 호명 순서도 당 부위원장 중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지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며,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확실히 옮겨졌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군부는 여전히 뒷줄에...협상에서 드러날 김정은 복안은?
군부의 지위 하락도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주석단 첫 줄에 군복을 입은 인사는 모두 5명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주석단 단상은 당·정 고위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 중심의 선군정치가 아닌 당 중심의 선당정치 노선을 채택한 이래, 군부의 위상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경제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은 이번 추모대회의 추모사에도 드러납니다. 추모사를 낭독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비약과 노력적 유훈을 끊임없이 이룩해 나가야 하겠다"며 경제강국 건설을 외쳤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줄곧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추모대회를 통해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드러났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드러난 북한 권력 실세들의 입지 변화는 향후 북미 협상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겁니다. 김 위원장은 외무성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정비를 마무리한 뒤 그 진용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실무협상팀까지 꾸린 북미는 이달 중순 협상 재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이 새로 정비한 진용으로 협상판에 내밀 카드가 무엇일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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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향 기자 nausik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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