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② 분양가 통제…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입력 2019.07.10 (06:03) 수정 2019.07.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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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명한가 ②분양가 통제…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한국은 2018년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 조사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15위), 대만(26위), 말레이시아(30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에 있어 어떤 정부보다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집값 잡기'라는 대명제에 밀려 오히려 부동산 정책과 각종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깜깜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주거정책심의위원회 - 서면으로 100% 찬성…국토부 거수기 전락
②분양가 통제 - 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③아파트 특별공급 - 누가 어떻게 받나? 가짜 임신진단서 등 비리 만연
④공시가격 산정 - 마법의 숫자 '현실화율 68%'…어떻게 나왔나?


■준시장형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

부동산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자산이 희소한 데다 가치도 다른 재화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몹시 크다. 부동산 가격이 한번 출렁일 때 그 여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른 이유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수단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 공법을 통한 개입이다. 부동산에 대한 사권행사를 국가 등이 공익목적으로 개입해 이를 규제‧제한하는 법으로 국토기본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주택법 등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호하는 정책 수단은 따로 있다. 바로 준시장형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개입이다.

자기 집을 사려는 사람들, 아니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 바로 대출이다. 정부도 그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규제는 복잡하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더 손쉬우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바로 분양보증을 통한 대출 제한이다.

신규 선분양 공동주택의 경우 HUG가 분양보증을 맡는다. 한국의 아파트 대부분은 선분양 방식이기 때문에 HUG의 분양보증을 안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HUG의 막강한 권한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분양시장의 절대 기준 '9억 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현재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은 주택 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받을 수 없다. HUG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가 9억 원은 큰 의미를 지닌다. 현금 부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9억 원을 무시하고 분양가를 올리려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파트들은 어떻게 해서든 9억 원 턱밑으로 분양가를 조정하려 한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미분양이 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9억 원'은 어떻게 설정된 금액일까? 이 집단대출 기준은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6억 6천만 원, 중위가격이 5억 6천만 원대를 참고해 9억이라는 가격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9억 원 정도의 금액이면 대다수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고가주택'이라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9억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가,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 법령 어디에도 아파트의 집단대출을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다거나, 어떤 방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된 부분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법 조항과 상관없이 시장에 개입하고, 동시에 규제까지 하고 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9억 원'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HUG는 "국토부와 협의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구체적인 고가주택 기준 액수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공개될 수 없는 '내규'에 의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의 자의적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집값 상승률이나 물가 상승률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공개적인 집단대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UG '비공개 내규'에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

HUG의 공식적인 업무인 '고분양 사업장 관리'는 보다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역시 2016년 8월부터 시작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현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에 적용되고 있다.

분양하는 단지 근처의 입지와 세대수, 브랜드가 비슷한 다른 단지를 골라 분양가를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HUG는 분양가 비교 단지를 '1년 이내 분양기준', '1년 초과 분양기준', '준공기준'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고분양가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비교 단지가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아파트일 경우 평균 분양가에 가격변동률을 적용한 금액이나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고분양가를 판단할 때 어떤 비슷한 단지를 기준으로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100m 옆의 조금 저평가된 브랜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을지, 300m 옆의 조금 고평가된 브랜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을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HUG는 고분양가를 판단할 때 어떤 아파트를 비교 기준으로 삼는지 개 단지의 판단 사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자모집공고를 앞둔 아파트의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분양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는 HUG와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잡으려는 조합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HUG와 조합 사이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평당 몇천만 원이더라"라는 식의 미확인 분양가 정보가 부동산 카페 등에 흘러나오기도 한다. 결국, 이런 혼선은 어렵게 자기 주택을 마련하려고 하는 청약 신청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분양가 얼마 신청해 어떻게 나오나? HUG "자료 없음"

그렇다면 HUG가 고분양가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KBS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에 따라 관리하는 아파트 명단과 평균 분양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결과는 비공개였다. HUG의 공식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 요청하신 사업장의 3.3㎡당 평균분양가격 등 개별 사업장에 대한 심사내역은 당사 내규에 따라 비공개로 분류되어 있으며,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제1항제7호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합니다."

HUG가 비공개 사유로 든 정보공개법의 조항은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분양이 다 끝난 아파트 단지의 심사내역이 누구의 어떤 정당한 이익을 해치게 되는 걸까. 오히려 비공개로 인해 입주민과 시민들의 정당한 알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구나 HUG는 구체적인 심사내역 뿐만 아니라 건설사가 최초 요청한 분양가에 대한 기록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최초에 HUG에 분양보증을 요청할 때 '3.3㎡당 몇천만 원' 이런 식으로 분양가를 명시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 고분양가 심사지역일 경우 HUG는 이 분양가를 앞서 설명한 기준에 따라 검토하게 된다.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분양가 심사지만 관련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게 HUG의 설명이다.

HUG 관계자는 "건설사가 신청한 최초 분양가는 아예 전산에 입력하지 않아 추출할 수가 없는 정보"라면서 "내부 전산에는 최종 분양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심사과정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도록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후분양 늘면 개입수단 사라지는 국토부의 딜레마

HUG의 부동산 시장 개입과 관련해 국토부는 HUG가 분양보증을 내주는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뿐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다.

하지만, 국토부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HUG를 통한 우회적인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지 고민이 커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적으로 '후분양제'를 권장하고 있는데, 후분양제가 보편화하면 분양보증을 통한 고분양가 관리 등 HUG를 통한 개입이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최근 민간택지 등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결국 HUG를 통한 시장개입이 효과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를 통한 우회적인 개입은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공식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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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부동산]② 분양가 통제…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 입력 2019-07-10 06:03:05
    • 수정2019-07-10 16:10:26
    취재K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명한가 ②분양가 통제…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한국은 2018년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 조사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15위), 대만(26위), 말레이시아(30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에 있어 어떤 정부보다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집값 잡기'라는 대명제에 밀려 오히려 부동산 정책과 각종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깜깜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주거정책심의위원회 - 서면으로 100% 찬성…국토부 거수기 전락
②분양가 통제 - 시장을 조종하는 공기업
③아파트 특별공급 - 누가 어떻게 받나? 가짜 임신진단서 등 비리 만연
④공시가격 산정 - 마법의 숫자 '현실화율 68%'…어떻게 나왔나?


■준시장형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

부동산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자산이 희소한 데다 가치도 다른 재화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몹시 크다. 부동산 가격이 한번 출렁일 때 그 여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른 이유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수단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 공법을 통한 개입이다. 부동산에 대한 사권행사를 국가 등이 공익목적으로 개입해 이를 규제‧제한하는 법으로 국토기본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주택법 등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호하는 정책 수단은 따로 있다. 바로 준시장형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개입이다.

자기 집을 사려는 사람들, 아니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 바로 대출이다. 정부도 그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규제는 복잡하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더 손쉬우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바로 분양보증을 통한 대출 제한이다.

신규 선분양 공동주택의 경우 HUG가 분양보증을 맡는다. 한국의 아파트 대부분은 선분양 방식이기 때문에 HUG의 분양보증을 안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HUG의 막강한 권한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분양시장의 절대 기준 '9억 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현재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은 주택 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받을 수 없다. HUG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가 9억 원은 큰 의미를 지닌다. 현금 부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9억 원을 무시하고 분양가를 올리려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파트들은 어떻게 해서든 9억 원 턱밑으로 분양가를 조정하려 한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미분양이 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9억 원'은 어떻게 설정된 금액일까? 이 집단대출 기준은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6억 6천만 원, 중위가격이 5억 6천만 원대를 참고해 9억이라는 가격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9억 원 정도의 금액이면 대다수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고가주택'이라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9억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가,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 법령 어디에도 아파트의 집단대출을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다거나, 어떤 방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된 부분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법 조항과 상관없이 시장에 개입하고, 동시에 규제까지 하고 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9억 원'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HUG는 "국토부와 협의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구체적인 고가주택 기준 액수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공개될 수 없는 '내규'에 의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의 자의적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집값 상승률이나 물가 상승률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공개적인 집단대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UG '비공개 내규'에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

HUG의 공식적인 업무인 '고분양 사업장 관리'는 보다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역시 2016년 8월부터 시작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현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에 적용되고 있다.

분양하는 단지 근처의 입지와 세대수, 브랜드가 비슷한 다른 단지를 골라 분양가를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HUG는 분양가 비교 단지를 '1년 이내 분양기준', '1년 초과 분양기준', '준공기준'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고분양가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비교 단지가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아파트일 경우 평균 분양가에 가격변동률을 적용한 금액이나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으면 안 된다.

하지만, 고분양가를 판단할 때 어떤 비슷한 단지를 기준으로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100m 옆의 조금 저평가된 브랜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을지, 300m 옆의 조금 고평가된 브랜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을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HUG는 고분양가를 판단할 때 어떤 아파트를 비교 기준으로 삼는지 개 단지의 판단 사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자모집공고를 앞둔 아파트의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분양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는 HUG와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잡으려는 조합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HUG와 조합 사이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평당 몇천만 원이더라"라는 식의 미확인 분양가 정보가 부동산 카페 등에 흘러나오기도 한다. 결국, 이런 혼선은 어렵게 자기 주택을 마련하려고 하는 청약 신청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분양가 얼마 신청해 어떻게 나오나? HUG "자료 없음"

그렇다면 HUG가 고분양가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KBS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에 따라 관리하는 아파트 명단과 평균 분양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결과는 비공개였다. HUG의 공식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 요청하신 사업장의 3.3㎡당 평균분양가격 등 개별 사업장에 대한 심사내역은 당사 내규에 따라 비공개로 분류되어 있으며,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제1항제7호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합니다."

HUG가 비공개 사유로 든 정보공개법의 조항은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분양이 다 끝난 아파트 단지의 심사내역이 누구의 어떤 정당한 이익을 해치게 되는 걸까. 오히려 비공개로 인해 입주민과 시민들의 정당한 알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구나 HUG는 구체적인 심사내역 뿐만 아니라 건설사가 최초 요청한 분양가에 대한 기록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최초에 HUG에 분양보증을 요청할 때 '3.3㎡당 몇천만 원' 이런 식으로 분양가를 명시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 고분양가 심사지역일 경우 HUG는 이 분양가를 앞서 설명한 기준에 따라 검토하게 된다.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분양가 심사지만 관련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게 HUG의 설명이다.

HUG 관계자는 "건설사가 신청한 최초 분양가는 아예 전산에 입력하지 않아 추출할 수가 없는 정보"라면서 "내부 전산에는 최종 분양가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심사과정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도록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후분양 늘면 개입수단 사라지는 국토부의 딜레마

HUG의 부동산 시장 개입과 관련해 국토부는 HUG가 분양보증을 내주는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뿐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다.

하지만, 국토부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HUG를 통한 우회적인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지 고민이 커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적으로 '후분양제'를 권장하고 있는데, 후분양제가 보편화하면 분양보증을 통한 고분양가 관리 등 HUG를 통한 개입이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최근 민간택지 등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결국 HUG를 통한 시장개입이 효과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를 통한 우회적인 개입은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공식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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