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자동세척기능은 잊어주세요’…사라진 광고

입력 2019.07.10 (18:17) 수정 2019.07.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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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색가전은 역시 LG"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말입니다. 요즘 인기인 의류 건조기의 경우도, 'LG TROMM 건조기'는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류건조기 브랜드입니다. 특히,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은 LG전자 건조기가 자랑하는 기능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건조기를 분해해 열어보니, 콘덴서에 많은 먼지가 붙어있거나, 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물때가 끼어있다거나, 악취가 난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취재진은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LG의 입장을 담아 9시뉴스에 보도를 했습니다.

[연관기사] '자동세척’ 광고할 땐 언제고…“먼지는 원래 남을 수 있다고?”


"건조기능과 자동세척 기능엔 문제가 없습니다."

LG전자는 처음부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보도 하루 전인 지난 8일 KBS에 답변할 때도 "건조기의 건조 성능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자동세척 기능에도 문제가 없다."며
다만 각 가정의 상황마다, 건조기가 놓인 상황마다 특이점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했고요.

또, 보도 당일인 9일 오전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한 10년 무상보증'을 시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발 빠르게 내면서도, LG의 입장은 "우리 제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 민원이 들어왔으니, 10년 동안 해당 부품을 무상 보증해 드리겠다"는 거였습니다.

LG전자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 게시문

은근슬쩍 사라진 LG전자의 '콘덴서 자동세척' 광고


그런데 오늘(10일)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다시 LG전자의 건조기 관련 광고영상과 제품 설명서들을 찾아봤는데, LG전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건조기 관련 영상은 비공개 처리가 된 것입니다. 또,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 있던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대한 홍보 문구가 싹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LG전자에 왜 갑자기 '콘덴서 자동세척' 광고가 사라졌는지 묻자, "입장문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홍보 글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옷을 말렸던 거잖아요."

'콘덴서'는 세탁물을 말릴 때 나오는 습기를 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이 과정에서 콘덴서에 먼지 많이 붙기 때문에 세척해줘야 하는데, LG전자는 3개월마다 해당 부품을 청소해 줘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탑재한 겁니다. '백색가전의 LG'다운 창의적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본격 양산 2년 만에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이들이 만든 소셜미디어 모임에는 무려 2만 명 넘게 가입했습니다.

이들 가입자 가운데 취재진이 만난 정 모씨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었습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히나 콘덴서마저 깨끗하게 유지해준다는 LG전자의 광고를 보고 건조기를 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먼지와 이물질로 가득한 건조기 내부 사진들을 본 이후, 건조기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미세먼지에서 아기 옷을 건조하는 게 불안하니까 일부러 아기 옷 때문에라도 털기 기능을 위해서 이걸 샀던 건데 결국에는 먼지 구덩이 속에서 옷을 건조하고 있었던 셈이 된 것 같아서..."/ 소비자 정 모 씨

세탁기와 건조기는 물론 에어컨과 TV, 냉장고까지 LG전자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주부 송 모 씨도 타사 제품보다 LG라는 브랜드를 믿고 썼지만, 건조기 사태를 바라보며 아쉬움이 컸습니다.

"한 일주일 동안은 건조기 돌릴 때마다 하루에 4시간이면 4시간 쭉 앉아서 지켜보고 동영상도 촬영해보고 계속 그랬는데도 자동세척이 안 돼요. 수리 기사님이 우리 집에 한 8번은 방문하신 것 같아요. 자동세척 때문에..."/소비자 송 모 씨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LG전자의 입장을 본 소비자들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자동세척이 되지 않는다면 3개월마다 수리 기사님이 건조기를 분해해 콘덴서를 씻어야 하는 것인가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하지 않나요?"

"제대로 문제점을 해명하지도 않으면서 무상보증 이야기부터 꺼내니 화가 나네요."


LG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 국내외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소비자들은 말합니다. 설령 LG전자 측이 '일부 소비자'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고칠 점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백색가전은 역시 LG'라는 말이 앞으로도 유효하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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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자동세척기능은 잊어주세요’…사라진 광고
    • 입력 2019-07-10 18:17:39
    • 수정2019-07-10 20:20:07
    취재후·사건후
■ "백색가전은 역시 LG"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말입니다. 요즘 인기인 의류 건조기의 경우도, 'LG TROMM 건조기'는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류건조기 브랜드입니다. 특히,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은 LG전자 건조기가 자랑하는 기능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건조기를 분해해 열어보니, 콘덴서에 많은 먼지가 붙어있거나, 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물때가 끼어있다거나, 악취가 난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취재진은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LG의 입장을 담아 9시뉴스에 보도를 했습니다.

[연관기사] '자동세척’ 광고할 땐 언제고…“먼지는 원래 남을 수 있다고?”


"건조기능과 자동세척 기능엔 문제가 없습니다."

LG전자는 처음부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보도 하루 전인 지난 8일 KBS에 답변할 때도 "건조기의 건조 성능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자동세척 기능에도 문제가 없다."며
다만 각 가정의 상황마다, 건조기가 놓인 상황마다 특이점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했고요.

또, 보도 당일인 9일 오전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한 10년 무상보증'을 시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발 빠르게 내면서도, LG의 입장은 "우리 제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 민원이 들어왔으니, 10년 동안 해당 부품을 무상 보증해 드리겠다"는 거였습니다.

LG전자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 게시문

은근슬쩍 사라진 LG전자의 '콘덴서 자동세척' 광고


그런데 오늘(10일)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다시 LG전자의 건조기 관련 광고영상과 제품 설명서들을 찾아봤는데, LG전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건조기 관련 영상은 비공개 처리가 된 것입니다. 또,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 있던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대한 홍보 문구가 싹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LG전자에 왜 갑자기 '콘덴서 자동세척' 광고가 사라졌는지 묻자, "입장문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홍보 글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옷을 말렸던 거잖아요."

'콘덴서'는 세탁물을 말릴 때 나오는 습기를 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이 과정에서 콘덴서에 먼지 많이 붙기 때문에 세척해줘야 하는데, LG전자는 3개월마다 해당 부품을 청소해 줘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탑재한 겁니다. '백색가전의 LG'다운 창의적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본격 양산 2년 만에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이들이 만든 소셜미디어 모임에는 무려 2만 명 넘게 가입했습니다.

이들 가입자 가운데 취재진이 만난 정 모씨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었습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히나 콘덴서마저 깨끗하게 유지해준다는 LG전자의 광고를 보고 건조기를 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먼지와 이물질로 가득한 건조기 내부 사진들을 본 이후, 건조기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미세먼지에서 아기 옷을 건조하는 게 불안하니까 일부러 아기 옷 때문에라도 털기 기능을 위해서 이걸 샀던 건데 결국에는 먼지 구덩이 속에서 옷을 건조하고 있었던 셈이 된 것 같아서..."/ 소비자 정 모 씨

세탁기와 건조기는 물론 에어컨과 TV, 냉장고까지 LG전자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주부 송 모 씨도 타사 제품보다 LG라는 브랜드를 믿고 썼지만, 건조기 사태를 바라보며 아쉬움이 컸습니다.

"한 일주일 동안은 건조기 돌릴 때마다 하루에 4시간이면 4시간 쭉 앉아서 지켜보고 동영상도 촬영해보고 계속 그랬는데도 자동세척이 안 돼요. 수리 기사님이 우리 집에 한 8번은 방문하신 것 같아요. 자동세척 때문에..."/소비자 송 모 씨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LG전자의 입장을 본 소비자들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자동세척이 되지 않는다면 3개월마다 수리 기사님이 건조기를 분해해 콘덴서를 씻어야 하는 것인가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하지 않나요?"

"제대로 문제점을 해명하지도 않으면서 무상보증 이야기부터 꺼내니 화가 나네요."


LG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 국내외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소비자들은 말합니다. 설령 LG전자 측이 '일부 소비자'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고칠 점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백색가전은 역시 LG'라는 말이 앞으로도 유효하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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