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살릴 기회를 주세요”…몸 던진 젊은 경찰들

입력 2019.07.11 (08:32) 수정 2019.07.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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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각종 사건 사고에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든지 경찰과의 유착, 비리 등이 드러나면서 이런저런 불신이 커지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경찰 분들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던 시민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구한 경찰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출근 시간,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지나가시는 행인 분께서 여성이 이렇게 난간에 위험하게 앉아 있으니까 그걸 그냥 지나치시지 않고 112 신고를…."]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관 10여 명이 긴박하게 출동했는데요.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그 여성 분이 신고 있던 슬리퍼가 떨어졌더라고요. 그걸 보고서 저희가 옥상 쪽을 보니까 요구조자가 난간에 매달려 있던 그런 상황이었어요."]

감정이 격앙된 여성이 전화 통화에 집중하는 순간, 이때다라고 생각한 이 순경은 몸을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여성에게 다가섭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저를 발견하고 실질적으로 투신할까 봐, 뛰어내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됐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숙여서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죠."]

여성의 옆까지 몰래 다가간 이 순경은 순식간에 여성을 붙잡고 보호조치에 들어갑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끌어내려야 되는 게 맞는 건지 해서 머뭇거리고 물러섰다고. 그랬더니 내 뒤에 저 경찰관 아저씨가 살금살금 기어가서 다리를 탁 제압하더라고."]

지금부터는 당시 이 순경의 몸에 설치된 카메라에 녹음된 상황을 한번 보시죠.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러지 마.) 이러시면 안 돼요."]

여성이 저항하면서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이 순경은 뺨을 맞으면서도 설득을 이어갑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이러시면 안 돼요. 아무리 힘드셔도 이러시면 안 돼요. 선생님. 한 번만 기회 주세요. 선생님. 제발 제 얼굴 좀 보세요. 선생님. 한 번 만요. 저희 선생님 지키려고 여기 온 거예요."]

조금 누그러진 이후에는 안심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잘못한 거 없어요. 선생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진정만 하세요."]

이 순경의 진심 어린 얘기에 여성은 조금씩 진정돼 갔다고 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생명을 살릴 기회를 좀 달라. 제발. 이런 식으로 부탁을 했죠. 계속해서. 부탁하면서 설득을 하니까 이분도 최초에는 저항하시다가 점점 감정이 좀 수그러들고 제 말에 설득도 되셔서 나중에는 진정이 되고…."]

이후 여성은 지구대로 이송되어 2시간여 동안 여성 경찰과 대화를 나눈 후 가족에게 인계됐습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어머니랑 만났고 되게 많이 우시더라고요. 그 요구조자 분께서 여성 경찰관한테 고맙다고, 또 죄송하다고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경찰관의 신속한 조치로 여성은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는데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여성을 구했다는 3년 차 이종현 순경.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교통사고라든지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이 지구대로 오세요. 그분들의 표정을 보게 되면 굉장히 슬퍼하시거든요. 혹시나 이분이 정말 떨어져서 사망하게 된다면 남은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신속하게 구조를 했던 것 같아요."]

평소 공감을 잘하는 경찰이 되자는 말을 새기고 살고 있다는 이 순경을 동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병룡/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위 : "실종됐다고 신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를 찾을 때까지 그 과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진행되는 것을 설명해 주니까 시민들로부터 아니면 그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저희가 자주 듣습니다."]

그런 이 순경은 앞으로 이런 경찰이 되겠다고 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당당하게 법을 집행했을 때 결국에 이익은 국민들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현장에서 좀 당당한 그런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대전의 한 저수지입니다.

횐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또 다른 남성에게 구명 튜브를 끼워 데리고 가는데요.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동생이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위치 추적을 한 결과가 진잠파출소 관내로 확인이 돼서 저희가 출동을 하게 됐어요."]

현장인 저수지에 출동하니 한 남성이 10m 교각 위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을 발견한 남성은 난간을 넘어가더니 그대로 뛰어 내렸다고 합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저희가 점점 다가가려고 하니까 이내 난간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바로 저수지 아래로 떨어지셔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 경장은 그 자리에서 10m 교각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대교가 제가 생각할 때는 200m 정도 되는데 그 중간 지점에서 뛰어내렸어요. 급박한 상황에서 다시 100m 정도를 뛰어갔다가 헤엄을 쳐서 가기에는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

다행히 바로 남성에게 구명 튜브를 씌워 끌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다행히도 의식이 있으셔서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좀 도와 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요. 전 오히려 그게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이 저수지는 수심이 깊어 사고가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수영하고 낚시를 금지해 놓은 곳이에요. 대청호도 못 들어가잖아요. 깊어서. 그것과 똑같아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깊으니까 사람이 죽지. 저 다리에서 (죽는 것을) 내가 여기 이사 와서 3명 봤어."]

하마터면 두 사람 모두 큰일을 당할 뻔했던 상황, 지체 없이 뛰어들어 용감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경찰이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계급도 낮고 초년생이지만 제가 앞으로 주어진 일 열심히 하다 보면 저희 경찰 조직에도 많은 도움을 드리지 않을까…."]

아직 경찰 생활을 오래 하지 않은 젊은 경찰들의 잇따른 용감한 행동.

그래도 우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웃 경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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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살릴 기회를 주세요”…몸 던진 젊은 경찰들
    • 입력 2019-07-11 08:33:35
    • 수정2019-07-11 10: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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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각종 사건 사고에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든지 경찰과의 유착, 비리 등이 드러나면서 이런저런 불신이 커지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경찰 분들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던 시민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구한 경찰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출근 시간,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지나가시는 행인 분께서 여성이 이렇게 난간에 위험하게 앉아 있으니까 그걸 그냥 지나치시지 않고 112 신고를…."]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관 10여 명이 긴박하게 출동했는데요.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그 여성 분이 신고 있던 슬리퍼가 떨어졌더라고요. 그걸 보고서 저희가 옥상 쪽을 보니까 요구조자가 난간에 매달려 있던 그런 상황이었어요."]

감정이 격앙된 여성이 전화 통화에 집중하는 순간, 이때다라고 생각한 이 순경은 몸을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여성에게 다가섭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저를 발견하고 실질적으로 투신할까 봐, 뛰어내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됐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숙여서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죠."]

여성의 옆까지 몰래 다가간 이 순경은 순식간에 여성을 붙잡고 보호조치에 들어갑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내가 끌어내려야 되는 게 맞는 건지 해서 머뭇거리고 물러섰다고. 그랬더니 내 뒤에 저 경찰관 아저씨가 살금살금 기어가서 다리를 탁 제압하더라고."]

지금부터는 당시 이 순경의 몸에 설치된 카메라에 녹음된 상황을 한번 보시죠.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러지 마.) 이러시면 안 돼요."]

여성이 저항하면서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이 순경은 뺨을 맞으면서도 설득을 이어갑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이러시면 안 돼요. 아무리 힘드셔도 이러시면 안 돼요. 선생님. 한 번만 기회 주세요. 선생님. 제발 제 얼굴 좀 보세요. 선생님. 한 번 만요. 저희 선생님 지키려고 여기 온 거예요."]

조금 누그러진 이후에는 안심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잘못한 거 없어요. 선생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진정만 하세요."]

이 순경의 진심 어린 얘기에 여성은 조금씩 진정돼 갔다고 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생명을 살릴 기회를 좀 달라. 제발. 이런 식으로 부탁을 했죠. 계속해서. 부탁하면서 설득을 하니까 이분도 최초에는 저항하시다가 점점 감정이 좀 수그러들고 제 말에 설득도 되셔서 나중에는 진정이 되고…."]

이후 여성은 지구대로 이송되어 2시간여 동안 여성 경찰과 대화를 나눈 후 가족에게 인계됐습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어머니랑 만났고 되게 많이 우시더라고요. 그 요구조자 분께서 여성 경찰관한테 고맙다고, 또 죄송하다고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경찰관의 신속한 조치로 여성은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는데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여성을 구했다는 3년 차 이종현 순경.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교통사고라든지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이 지구대로 오세요. 그분들의 표정을 보게 되면 굉장히 슬퍼하시거든요. 혹시나 이분이 정말 떨어져서 사망하게 된다면 남은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신속하게 구조를 했던 것 같아요."]

평소 공감을 잘하는 경찰이 되자는 말을 새기고 살고 있다는 이 순경을 동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병룡/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위 : "실종됐다고 신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를 찾을 때까지 그 과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진행되는 것을 설명해 주니까 시민들로부터 아니면 그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저희가 자주 듣습니다."]

그런 이 순경은 앞으로 이런 경찰이 되겠다고 합니다.

[이종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당당하게 법을 집행했을 때 결국에 이익은 국민들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현장에서 좀 당당한 그런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대전의 한 저수지입니다.

횐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또 다른 남성에게 구명 튜브를 끼워 데리고 가는데요.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동생이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위치 추적을 한 결과가 진잠파출소 관내로 확인이 돼서 저희가 출동을 하게 됐어요."]

현장인 저수지에 출동하니 한 남성이 10m 교각 위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을 발견한 남성은 난간을 넘어가더니 그대로 뛰어 내렸다고 합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저희가 점점 다가가려고 하니까 이내 난간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바로 저수지 아래로 떨어지셔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 경장은 그 자리에서 10m 교각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대교가 제가 생각할 때는 200m 정도 되는데 그 중간 지점에서 뛰어내렸어요. 급박한 상황에서 다시 100m 정도를 뛰어갔다가 헤엄을 쳐서 가기에는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

다행히 바로 남성에게 구명 튜브를 씌워 끌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다행히도 의식이 있으셔서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좀 도와 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요. 전 오히려 그게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이 저수지는 수심이 깊어 사고가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수영하고 낚시를 금지해 놓은 곳이에요. 대청호도 못 들어가잖아요. 깊어서. 그것과 똑같아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깊으니까 사람이 죽지. 저 다리에서 (죽는 것을) 내가 여기 이사 와서 3명 봤어."]

하마터면 두 사람 모두 큰일을 당할 뻔했던 상황, 지체 없이 뛰어들어 용감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이영학/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장 : "경찰이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계급도 낮고 초년생이지만 제가 앞으로 주어진 일 열심히 하다 보면 저희 경찰 조직에도 많은 도움을 드리지 않을까…."]

아직 경찰 생활을 오래 하지 않은 젊은 경찰들의 잇따른 용감한 행동.

그래도 우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웃 경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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