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여성 주역’ 이제는 대세…“어설픈 건 사양”

입력 2019.07.11 (08:45) 수정 2019.07.11 (09: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영화 속에서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코너,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송형국 기자 나와있습니다.

송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기자]

네, 요즘 극장가에 보면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기존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인데요.

최근 몇해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흐름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극장가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 보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토이스토리 4편입니다.

국내 관객수 300만 명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1995년 1편이 나온 이래 25년째인 올해 4편까지, 예외없이 완성도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에 이견이 없는 시리즈입니다.

다만 2010년 3편까지는 주인공 우디와 버즈, 이 두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는데요.

이번엔 이 버즈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보 핍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3편까지는 이 캐릭터가 허리를 굉장히 조이는 전형적인 코르셋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4편에서는 이 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 차림으로 활약합니다.

최근에 세계 곳곳에서 유의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죠.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 그리고 여성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 나오고 그간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스스로 뒤집으면서 진화시켰다는 게 이번 4편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작품이 기존 시리즈의 장치들을 뒤집은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에는 주인공 우디의 끈끈한 동료인 버즈와 함께 버디무비, 즉 두 명의 동료가 역경을 헤쳐나가는 장르 성격이 있었는데 이 버디무비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장르였거든요.

그러다가 대표적으로, 90년대 '델마와 루이스'라든지 이렇게 장르의 성별을 전복시키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버즈의 자리를 보 핍이 대신한 구도 역시 여성 캐릭터가 남성 주인공의 이성 파트너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고, 여기에다가 이 영화는 로드무비 장르,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여행길을 떠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장르 성격도 강한데, 이 로드무비 역시 과거부터 남성성이 짙은 장르였거든요.

이렇게 남성 중심 서사였던 장르에 여성의 서사를 입힌 작품들이 최근에 환영을 받아왔고, 토이스토리 4편 역시 보 핍이 다른 장난감 캐릭터와는 달리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주인공 우디의 운명까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로 설정됐다는 점이 이번 작품이 이전 시리즈와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네,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모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만 해도 여성 주인공이 남성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한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든지 예전에 저희가 어렸을 때 보던 백설공주, 신데렐라, 이런 여성 캐릭터하고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가 어디서 비롯된 거라고 보시나요?

[기자]

네, 이런 흐름이 2010년 이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인데요.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된 건 아닐 테고요.

그만큼 이 시대와 대중이 이런 균형감각을 요구하고 있고 상업영화로서 이런 작품들이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 견해 이어서 들어보시고 계속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강유정/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 "블록버스터 영화라든가 상업영화들조차도 지금은 여성 캐릭터를 '다시 그리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굉장히 보편화된 영화제작 문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합니다."]

네, 현재 국내 관객 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영화 '알라딘'입니다.

마찬가지로 극중에서 여성은 술탄이 될 수 없다, 즉 왕이 될 수 없다는 법에 당당히 맞서는 공주가 나오고요.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여성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던지겠다 이렇게 노래하는 삽입곡이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궁에 갇혀서 남성 주인공의 선택을 기다리고만 있는 나약한 공주의 모습과는 크게 차별되는 모습입니다.

역시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 리메이크작 '라이온 킹'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한층 진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요.

또 1998년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판도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역시 여성의 몸으로 전장에 나선 여전사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대세가 되다보니까 일부 실망스러운 사례도 나오는데요.

버디무비이던 기존 시리즈에서 남성의 자리를 성별만 바꾼다거나 여러 영웅 가운데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것이 대세에 편승하려는 것 외에는 다른 의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왜 필요한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 없이 기계적 균형만 맞출 경우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강유정 : "여전히 기계적 안배 정도에 머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요 캐릭터를 단순히 여성으로 교체만 한다든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연구라든가 변화보다는 성비의 균형을 맞추는 정도의 문제들이 있고요."]

[앵커]

네, 이제 방학이고 또 휴가 시즌이어서 이렇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만족할 만한 작품에 눈길이 가는데 이처럼 시대에 걸맞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더 반가운 일인 것 같습니다.

송기자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화의 쓸모] ‘여성 주역’ 이제는 대세…“어설픈 건 사양”
    • 입력 2019-07-11 08:48:24
    • 수정2019-07-11 09:11:52
    아침뉴스타임
[앵커]

영화 속에서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코너,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송형국 기자 나와있습니다.

송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기자]

네, 요즘 극장가에 보면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기존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인데요.

최근 몇해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흐름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극장가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 보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토이스토리 4편입니다.

국내 관객수 300만 명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1995년 1편이 나온 이래 25년째인 올해 4편까지, 예외없이 완성도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에 이견이 없는 시리즈입니다.

다만 2010년 3편까지는 주인공 우디와 버즈, 이 두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는데요.

이번엔 이 버즈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보 핍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3편까지는 이 캐릭터가 허리를 굉장히 조이는 전형적인 코르셋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4편에서는 이 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 차림으로 활약합니다.

최근에 세계 곳곳에서 유의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죠.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 그리고 여성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 나오고 그간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스스로 뒤집으면서 진화시켰다는 게 이번 4편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작품이 기존 시리즈의 장치들을 뒤집은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존에는 주인공 우디의 끈끈한 동료인 버즈와 함께 버디무비, 즉 두 명의 동료가 역경을 헤쳐나가는 장르 성격이 있었는데 이 버디무비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장르였거든요.

그러다가 대표적으로, 90년대 '델마와 루이스'라든지 이렇게 장르의 성별을 전복시키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버즈의 자리를 보 핍이 대신한 구도 역시 여성 캐릭터가 남성 주인공의 이성 파트너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고, 여기에다가 이 영화는 로드무비 장르,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여행길을 떠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장르 성격도 강한데, 이 로드무비 역시 과거부터 남성성이 짙은 장르였거든요.

이렇게 남성 중심 서사였던 장르에 여성의 서사를 입힌 작품들이 최근에 환영을 받아왔고, 토이스토리 4편 역시 보 핍이 다른 장난감 캐릭터와는 달리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주인공 우디의 운명까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로 설정됐다는 점이 이번 작품이 이전 시리즈와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네,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모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만 해도 여성 주인공이 남성 배우자를 선택할 때 한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든지 예전에 저희가 어렸을 때 보던 백설공주, 신데렐라, 이런 여성 캐릭터하고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가 어디서 비롯된 거라고 보시나요?

[기자]

네, 이런 흐름이 2010년 이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인데요.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된 건 아닐 테고요.

그만큼 이 시대와 대중이 이런 균형감각을 요구하고 있고 상업영화로서 이런 작품들이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 견해 이어서 들어보시고 계속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강유정/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 "블록버스터 영화라든가 상업영화들조차도 지금은 여성 캐릭터를 '다시 그리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굉장히 보편화된 영화제작 문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합니다."]

네, 현재 국내 관객 천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영화 '알라딘'입니다.

마찬가지로 극중에서 여성은 술탄이 될 수 없다, 즉 왕이 될 수 없다는 법에 당당히 맞서는 공주가 나오고요.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여성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던지겠다 이렇게 노래하는 삽입곡이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궁에 갇혀서 남성 주인공의 선택을 기다리고만 있는 나약한 공주의 모습과는 크게 차별되는 모습입니다.

역시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 리메이크작 '라이온 킹'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한층 진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요.

또 1998년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판도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역시 여성의 몸으로 전장에 나선 여전사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대세가 되다보니까 일부 실망스러운 사례도 나오는데요.

버디무비이던 기존 시리즈에서 남성의 자리를 성별만 바꾼다거나 여러 영웅 가운데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것이 대세에 편승하려는 것 외에는 다른 의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왜 필요한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 없이 기계적 균형만 맞출 경우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강유정 : "여전히 기계적 안배 정도에 머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요 캐릭터를 단순히 여성으로 교체만 한다든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연구라든가 변화보다는 성비의 균형을 맞추는 정도의 문제들이 있고요."]

[앵커]

네, 이제 방학이고 또 휴가 시즌이어서 이렇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만족할 만한 작품에 눈길이 가는데 이처럼 시대에 걸맞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더 반가운 일인 것 같습니다.

송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