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성 소수자 군인들의 이야기

입력 2019.07.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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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인용된 성 소수자 군인들의 이름은 사생활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해 국제앰네스티가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가명 처리한 것으로 실명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1. 전역장교 김여준. '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2016년, 육군 간부로 임관하기 전 컴퓨터로 징병검사를 받을 때였습니다. '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라는 문항.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예'라고 대답한다면 어딘가로 불려가 군 복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을 추가로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징병검사를 마쳤습니다.

내 성적지향에 대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봄, 육군중앙수사단에서 개인적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방 안에는 수사관 세 명과 포렌식 장비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물었습니다. '준서를 아느냐?'고. 준서는 헤어진 지 1년이 넘은 전 애인입니다. 모른다고 대답하자 수사관들은 소리치며 위협했지만 그래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수사관은 '준서와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해보자'면서 준서의 지휘관에게 영상통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사관들에게 이미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준서는 자신의 지휘관과 함께 있었습니다. 준서는 수사관들에게 나와 아는 사이이고 연애를 한 적이 있다고 이미 말했습니다. 내가 여전히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니 수사관들은 디지털 포렌식을 할 테니 휴대전화를 넘기라고 요구했습니다.

'전화기를 제출하지 않으면 압수할 거고, 그러면 부대에서 너에 대해 알게 될 거다'라고 말하며 위협의 강도는 점점 세졌습니다. 끝까지 동의하지 않아 포렌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협조를 하는 게 더 좋다는 변호사의 말에 수사관에게 연락해 연인관계임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수사관들은 '어떤 체위로 관계를 가졌느냐', '어디에 사정을 했느냐' 같은 모욕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고 제출한 휴대전화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습니다.

얼마 후 군형법 92조의 6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됐고, 이런 수사에 대해 알게 된 부대는 저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지휘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유예시키겠다고 해 징계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군대를 떠난 뒤에도 수사의 영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방법으로 저의 정체성이 폭로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군 당국은 관음증 환자처럼 접근했고, 저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2. 현역 군인 김명학. '김명학이 게이인 것을 알고 있었나?'

제 성적지향을 알고 있었던 후임이 저를 곤란하게 만들고 모욕하려는 목적으로 장난을 쳤습니다. 민간인인 제 애인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더러운 XX'라고 욕을 한 겁니다. 이 일을 알게 된 중대장은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 방을 쓰는 부대원들에게 '김명학이 게이인 것을 알고 있었나?', '김명학의 성적지향 때문에 불편하다면 김명학을 다른 부대로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장은 동의 없이 저를 아웃팅했을 뿐만 아니라 차별 발언도 했습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에 장난을 친 후임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중대장은 제게 그 후임이 왜 그랬는지 이해한다고 말했고 다른 부대원들도 후임 편을 들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침묵 속 복무'…한국 군대 성 소수자 첫 심층인터뷰·보고서

세계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한국군대의 성 소수자(LGBTI,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인터섹스)의 인권상황을 정리한 55장짜리 보고서를 오늘(11일) 발간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5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한국에서 진행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조사관은 현역 군인과 전역자, 예비 입영자 21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중 14명은 인터뷰 시점이나 군 복무 당시를 기준으로 자신을 게이 남성이라고 밝혔고 나머지는 트랜스젠더 여성, 양성애자,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앰네스티는 이들 외에도 LGBTI 단체의 대표 및 활동가, 학자, 전 군사법원 판사를 포함한 법률가,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년여의 시간이 걸려 나온 앰네스티 보고서는 군형법 제92조의 6이 폭력과 학대, 차별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폐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합의에 의한 남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법률로 인해 성 소수자 군인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한국 군대는 LGBTI를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동성 간 성적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은 수많은 성 소수자 군인들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앰네스티가 폐지를 요구하는 군형법 92조의 6(추행)은 군인과 군인에 준하는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된 이래 계속 존재해왔는데 2013년 개정되기 전에는 '계간(鷄姦)', 즉 닭 사이의 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경멸적이라는 비판에 따라 항문성교로 대체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은 성적지향의 형사 처벌을 위한 조항이 아니라, 막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해 군령과 군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국제앰네스티에 이 조항에 의해 기소된 군인의 수를 공개했는데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두 88명이었습니다. 특히 2017년 한 해 동안만 해당 조항으로 28명이 기소됐는데, 위의 전역장교 김여준 씨의 경우처럼 그 해에 육군 내 성 소수자 '색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중 9명의 군인이 재판에 넘겨졌고 그 가운데 4명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3차례 모두 '합헌 판결'…다음은 달라질까?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92조의 6과 관련해 2002년과 2011년, 2016년 3차례에 걸쳐 합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2002년에는 재판관 6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2011년과 2016년에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합헌 판단을 내린 재판관의 숫자는 줄고, 위헌 판단을 내린 재판관의 숫자는 늘었습니다.

가장 최근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동성 간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봤을 때, 그로 인해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해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는 앞서 살펴본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 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2017년 인천지방법원이 해당 조항에 대해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성별과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4번째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11조의 1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군대라는 특수성에 따라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앰네스티는 해당 조항이 한국이 서명한 국제인권협약 이행의무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군대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폭력과 차별, 낙인을 강화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해당 조항이 성적 행위의 합의 여부, 군부대 내에서 이뤄졌는지, 혹은 군인이 비번 혹은 휴가 때 이러한 행위를 했는지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한국 정부에 해당 조항의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을 내고, 각국 한국대사관에도 같은 요구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국회와 국가인권위에도 폐지를 권고할 계획입니다.

군대 내 성 소수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며, 본인이 먼저 자신의 성적지향을 밝히지 않는 한 타인에 의해 강제로 알려져서도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군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 그리고 헌법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아 국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내린 판단. 4번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라지길 이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서 보고서의 원문을 다운로드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https://amnes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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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성 소수자 군인들의 이야기
    • 입력 2019-07-11 17:00:53
    취재K
※기사에 인용된 성 소수자 군인들의 이름은 사생활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해 국제앰네스티가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가명 처리한 것으로 실명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1. 전역장교 김여준. '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2016년, 육군 간부로 임관하기 전 컴퓨터로 징병검사를 받을 때였습니다. '당신은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라는 문항.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예'라고 대답한다면 어딘가로 불려가 군 복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을 추가로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징병검사를 마쳤습니다.

내 성적지향에 대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봄, 육군중앙수사단에서 개인적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방 안에는 수사관 세 명과 포렌식 장비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물었습니다. '준서를 아느냐?'고. 준서는 헤어진 지 1년이 넘은 전 애인입니다. 모른다고 대답하자 수사관들은 소리치며 위협했지만 그래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수사관은 '준서와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해보자'면서 준서의 지휘관에게 영상통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사관들에게 이미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준서는 자신의 지휘관과 함께 있었습니다. 준서는 수사관들에게 나와 아는 사이이고 연애를 한 적이 있다고 이미 말했습니다. 내가 여전히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니 수사관들은 디지털 포렌식을 할 테니 휴대전화를 넘기라고 요구했습니다.

'전화기를 제출하지 않으면 압수할 거고, 그러면 부대에서 너에 대해 알게 될 거다'라고 말하며 위협의 강도는 점점 세졌습니다. 끝까지 동의하지 않아 포렌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협조를 하는 게 더 좋다는 변호사의 말에 수사관에게 연락해 연인관계임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수사관들은 '어떤 체위로 관계를 가졌느냐', '어디에 사정을 했느냐' 같은 모욕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고 제출한 휴대전화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습니다.

얼마 후 군형법 92조의 6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됐고, 이런 수사에 대해 알게 된 부대는 저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지휘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유예시키겠다고 해 징계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군대를 떠난 뒤에도 수사의 영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방법으로 저의 정체성이 폭로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군 당국은 관음증 환자처럼 접근했고, 저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2. 현역 군인 김명학. '김명학이 게이인 것을 알고 있었나?'

제 성적지향을 알고 있었던 후임이 저를 곤란하게 만들고 모욕하려는 목적으로 장난을 쳤습니다. 민간인인 제 애인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더러운 XX'라고 욕을 한 겁니다. 이 일을 알게 된 중대장은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 방을 쓰는 부대원들에게 '김명학이 게이인 것을 알고 있었나?', '김명학의 성적지향 때문에 불편하다면 김명학을 다른 부대로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장은 동의 없이 저를 아웃팅했을 뿐만 아니라 차별 발언도 했습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에 장난을 친 후임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중대장은 제게 그 후임이 왜 그랬는지 이해한다고 말했고 다른 부대원들도 후임 편을 들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침묵 속 복무'…한국 군대 성 소수자 첫 심층인터뷰·보고서

세계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한국군대의 성 소수자(LGBTI,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인터섹스)의 인권상황을 정리한 55장짜리 보고서를 오늘(11일) 발간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5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한국에서 진행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조사관은 현역 군인과 전역자, 예비 입영자 21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중 14명은 인터뷰 시점이나 군 복무 당시를 기준으로 자신을 게이 남성이라고 밝혔고 나머지는 트랜스젠더 여성, 양성애자,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앰네스티는 이들 외에도 LGBTI 단체의 대표 및 활동가, 학자, 전 군사법원 판사를 포함한 법률가,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년여의 시간이 걸려 나온 앰네스티 보고서는 군형법 제92조의 6이 폭력과 학대, 차별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폐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합의에 의한 남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법률로 인해 성 소수자 군인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한국 군대는 LGBTI를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동성 간 성적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은 수많은 성 소수자 군인들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앰네스티가 폐지를 요구하는 군형법 92조의 6(추행)은 군인과 군인에 준하는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된 이래 계속 존재해왔는데 2013년 개정되기 전에는 '계간(鷄姦)', 즉 닭 사이의 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경멸적이라는 비판에 따라 항문성교로 대체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해당 조항은 성적지향의 형사 처벌을 위한 조항이 아니라, 막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을 감안해 군령과 군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국제앰네스티에 이 조항에 의해 기소된 군인의 수를 공개했는데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두 88명이었습니다. 특히 2017년 한 해 동안만 해당 조항으로 28명이 기소됐는데, 위의 전역장교 김여준 씨의 경우처럼 그 해에 육군 내 성 소수자 '색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중 9명의 군인이 재판에 넘겨졌고 그 가운데 4명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3차례 모두 '합헌 판결'…다음은 달라질까?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92조의 6과 관련해 2002년과 2011년, 2016년 3차례에 걸쳐 합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2002년에는 재판관 6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2011년과 2016년에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합헌 판단을 내린 재판관의 숫자는 줄고, 위헌 판단을 내린 재판관의 숫자는 늘었습니다.

가장 최근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동성 간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봤을 때, 그로 인해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해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는 앞서 살펴본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 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2017년 인천지방법원이 해당 조항에 대해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성별과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4번째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11조의 1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군대라는 특수성에 따라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앰네스티는 해당 조항이 한국이 서명한 국제인권협약 이행의무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군대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폭력과 차별, 낙인을 강화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해당 조항이 성적 행위의 합의 여부, 군부대 내에서 이뤄졌는지, 혹은 군인이 비번 혹은 휴가 때 이러한 행위를 했는지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한국 정부에 해당 조항의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을 내고, 각국 한국대사관에도 같은 요구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국회와 국가인권위에도 폐지를 권고할 계획입니다.

군대 내 성 소수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며, 본인이 먼저 자신의 성적지향을 밝히지 않는 한 타인에 의해 강제로 알려져서도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군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 그리고 헌법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아 국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내린 판단. 4번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라지길 이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서 보고서의 원문을 다운로드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https://amnes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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