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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고수익 보장·100% 환불”…개미 노리는 유사투자자문업
입력 2019.07.12 (06:05) 수정 2019.07.12 (07:14) 취재후
[취재후] “고수익 보장·100% 환불”…개미 노리는 유사투자자문업
"추천하는 종목마다 오히려 급락하더라."
"개미들 모아 주가를 띄워 자기네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 같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사투자자문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한 말입니다. 실제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사건을 보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비합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2013년 말 700개도 안 되던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업체 수는 지난해 말 2,000개를 넘어섰습니다. 소비자 상담도 지난 한 해에만 4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새롭게 바뀐 자본시장법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매달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들여다봤습니다.

■'100% 환불제'…소비자 우롱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

유사투자자문업체인 X업체의 홈페이지에는 '100% 환불제'라는 문구와 함께 '1%라도 손실이 나면 1원도 받지 않는다'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본 20대 직장인 A씨는 100만 원을 주고 한 달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상담사는 계약사항에 '업체의 주식 리딩(매도·매수 신호)에 따라 투자를 했는데도 손실이 발생하면 전액 환불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업체가 추천한 주식 종목은 한 달도 안 돼 모두 10~20%씩 주가가 내려갔습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A 씨는 약속대로 전액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주가가 떨어졌어도 업체의 매도 신호에 따라 손실이 실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액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가입 당시 A씨에게는 이러한 내용의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업체 측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라는 무책임한 해명을 내놓을 뿐이었습니다.

매도·매수 사인은 업체의 일방적인 결정입니다. 자신 있게 100% 환불제를 내걸 수 있는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전액환불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황기두 팀장은 "계약상 환불 조건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소비자에 유리할 경우 이를 따라야 한다"면서도 "소비자에 유리한 환불 조건을 내건 업체들은 대부분 그 조건을 매우 모호하거나 포괄적으로 적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미 떨구고 간다더니"…추천 종목마다 '폭락'

Y업체는 금융권의 내부 정부를 이용해 남들은 모르는 주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40대 여성 B씨를 설득했습니다. 3개월에 500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요구했지만, 그 이상을 벌어갈 거라는 상담사의 말을 믿었습니다. 처음 반짝 상승세를 보이더니 그 후로는 추천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때마다 업체는 "개미들 떨구고 간다"며 B씨를 안심시켰지만, 주가가 다시 오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상담사를 바꿔줄 뿐이었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불을 요구하면 시간을 끌고 상담사나 서비스 교체 등을 핑계로 가입 기간만 늘렸습니다. B씨는 "좀 더 전문가로 바꿔준다는 말에 환불을 못 하고 있다가 결국 반 이상을 날렸다"며 "개미를 떨구고 간다더니 결국 내가 개미였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입니다. 신고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고 상담사들의 전문 자격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대면으로 계약과 상담이 진행되다 보니 업체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지연하거나 끊기도 쉽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말 89개의 유사투자자문업체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0개 업체가 신고와는 다른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고, 31곳은 연락처가, 26곳은 주소가 달랐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은 돈을 내면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공유사무실로 내부는 컴퓨터조차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결국 업체가 연락을 끊어버리면 소비자는 항의할 곳도, 항의할 사람도 없습니다.

법 바뀌어도 '배짱 영업'…처벌 어려워


이번 달부터 유사투자자문업체는 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하고, 최근 5년 내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폐업한 지 5년 미만이면 업체를 설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피해가 집중된 계약이나 환급 관련해서는 바뀐 게 없습니다. 실제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소비자 상담 10건 중 9건이 위약금 미지급이나 해약 관련입니다.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유사투자자문업 기준이 없어 인터넷 콘텐츠업 등 다른 분야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입비 외 주식 투자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유사투자자문업의 특성은 환불 과정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업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바뀐 법에서조차 위약금이나 계약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불과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을 닫고 다른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변호사를 사칭해 환불을 받아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소비자원에 신고만 한 뒤 그 대가로 10~20%의 수임료를 챙깁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구제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전화나 방문 시에도 자세히 안내하고 있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규제의 빈틈을 노려 수익성은 덮어둔 채 가입비만 늘리려는 유사투자자문업체와 이에 기생하는 변호사 사칭 업체들로 인해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습니다.
  • [취재후] “고수익 보장·100% 환불”…개미 노리는 유사투자자문업
    • 입력 2019.07.12 (06:05)
    • 수정 2019.07.12 (07:14)
    취재후
[취재후] “고수익 보장·100% 환불”…개미 노리는 유사투자자문업
"추천하는 종목마다 오히려 급락하더라."
"개미들 모아 주가를 띄워 자기네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 같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사투자자문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한 말입니다. 실제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사건을 보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비합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2013년 말 700개도 안 되던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업체 수는 지난해 말 2,000개를 넘어섰습니다. 소비자 상담도 지난 한 해에만 4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새롭게 바뀐 자본시장법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매달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들여다봤습니다.

■'100% 환불제'…소비자 우롱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

유사투자자문업체인 X업체의 홈페이지에는 '100% 환불제'라는 문구와 함께 '1%라도 손실이 나면 1원도 받지 않는다'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본 20대 직장인 A씨는 100만 원을 주고 한 달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상담사는 계약사항에 '업체의 주식 리딩(매도·매수 신호)에 따라 투자를 했는데도 손실이 발생하면 전액 환불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업체가 추천한 주식 종목은 한 달도 안 돼 모두 10~20%씩 주가가 내려갔습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A 씨는 약속대로 전액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주가가 떨어졌어도 업체의 매도 신호에 따라 손실이 실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액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가입 당시 A씨에게는 이러한 내용의 설명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업체 측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라는 무책임한 해명을 내놓을 뿐이었습니다.

매도·매수 사인은 업체의 일방적인 결정입니다. 자신 있게 100% 환불제를 내걸 수 있는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전액환불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황기두 팀장은 "계약상 환불 조건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소비자에 유리할 경우 이를 따라야 한다"면서도 "소비자에 유리한 환불 조건을 내건 업체들은 대부분 그 조건을 매우 모호하거나 포괄적으로 적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미 떨구고 간다더니"…추천 종목마다 '폭락'

Y업체는 금융권의 내부 정부를 이용해 남들은 모르는 주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40대 여성 B씨를 설득했습니다. 3개월에 500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요구했지만, 그 이상을 벌어갈 거라는 상담사의 말을 믿었습니다. 처음 반짝 상승세를 보이더니 그 후로는 추천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때마다 업체는 "개미들 떨구고 간다"며 B씨를 안심시켰지만, 주가가 다시 오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상담사를 바꿔줄 뿐이었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불을 요구하면 시간을 끌고 상담사나 서비스 교체 등을 핑계로 가입 기간만 늘렸습니다. B씨는 "좀 더 전문가로 바꿔준다는 말에 환불을 못 하고 있다가 결국 반 이상을 날렸다"며 "개미를 떨구고 간다더니 결국 내가 개미였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입니다. 신고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고 상담사들의 전문 자격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대면으로 계약과 상담이 진행되다 보니 업체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지연하거나 끊기도 쉽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말 89개의 유사투자자문업체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0개 업체가 신고와는 다른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고, 31곳은 연락처가, 26곳은 주소가 달랐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은 돈을 내면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공유사무실로 내부는 컴퓨터조차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결국 업체가 연락을 끊어버리면 소비자는 항의할 곳도, 항의할 사람도 없습니다.

법 바뀌어도 '배짱 영업'…처벌 어려워


이번 달부터 유사투자자문업체는 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하고, 최근 5년 내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폐업한 지 5년 미만이면 업체를 설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피해가 집중된 계약이나 환급 관련해서는 바뀐 게 없습니다. 실제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소비자 상담 10건 중 9건이 위약금 미지급이나 해약 관련입니다.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유사투자자문업 기준이 없어 인터넷 콘텐츠업 등 다른 분야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입비 외 주식 투자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유사투자자문업의 특성은 환불 과정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업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바뀐 법에서조차 위약금이나 계약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불과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을 닫고 다른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변호사를 사칭해 환불을 받아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소비자원에 신고만 한 뒤 그 대가로 10~20%의 수임료를 챙깁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구제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전화나 방문 시에도 자세히 안내하고 있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절차가 아니"라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규제의 빈틈을 노려 수익성은 덮어둔 채 가입비만 늘리려는 유사투자자문업체와 이에 기생하는 변호사 사칭 업체들로 인해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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