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가 당착에 빠진 日…사린 원재료 넘겨놓고 한국에 덤터기

입력 2019.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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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는 지난 9일 저녁 단독성 기사를 내놓는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의 직접 이유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는 가운데, 그 이유가 '사린 가스'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한 것.

보도된 멘트를 그대로 옮기면 "수출 규제된 원재료는 화학병기인 사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기업이 발주처인 일본 기업에 납품을 압박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었다"고 밝혔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기업이 납품을 재촉하니 한국에 수출 규제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 뒤 이런 설명이 따라 붙었다.

이같은 한국 기업의 납품 재촉을 문제로 보고 일본의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는 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무역 관리체제가 불충분해 한국 측 기업에 대해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지난 1995년 일본 행정 기관이 밀집한 도쿄 가스미가세키 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옴진리교의 '사린 가스 테러 사건'.

도심 한복판 전철에 치명적 독가스가 무차별 살포된 전후 최악의 테러 사건에 대한 일본 국민의 트라우마는 깊다.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가 지난해 사형을 당했으니, 사실 이 사건은 최근까지도 진행 중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런 사린 가스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분위기만 풍겨도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국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여론몰이식 사린 꿰맞추기가 아닌 정말 사린의 원재료가 북한에 넘어간 자료가 공개됐다. 그것도 일본에서.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에 따르면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나트륨 50㎏,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산 50kg이 선적돼 북한에 불법 수출됐다. 자료에는 사린의 원료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3년 4월에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고,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을 통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다. 핵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게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의 분석이다. 글자 그대로 가장 중요한 전략물자다.

또 생물병기에 이용될 수 있는 동결건조기가 2002년 9월에, 미사일 운반체로 전용될 수 있는 대형 탱크로리가 2008년 1월에 각각 북한으로 부정 수출됐다.

이외에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고, 이 중 1대가 재수출돼 리비아 핵 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됐다.

이 정도면 일본이 한국 당국의 전략 물자 관리를 탓할 수준이 못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사전 적발로 수출을 막은 게 아닌 실제로 대부분 물자가 수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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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자가 당착에 빠진 日…사린 원재료 넘겨놓고 한국에 덤터기
    • 입력 2019-07-12 07:00:44
    특파원 리포트
일본 NHK는 지난 9일 저녁 단독성 기사를 내놓는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의 직접 이유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는 가운데, 그 이유가 '사린 가스'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한 것.

보도된 멘트를 그대로 옮기면 "수출 규제된 원재료는 화학병기인 사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기업이 발주처인 일본 기업에 납품을 압박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었다"고 밝혔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기업이 납품을 재촉하니 한국에 수출 규제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 뒤 이런 설명이 따라 붙었다.

이같은 한국 기업의 납품 재촉을 문제로 보고 일본의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한 뒤 개선을 요구했다는 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무역 관리체제가 불충분해 한국 측 기업에 대해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지난 1995년 일본 행정 기관이 밀집한 도쿄 가스미가세키 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옴진리교의 '사린 가스 테러 사건'.

도심 한복판 전철에 치명적 독가스가 무차별 살포된 전후 최악의 테러 사건에 대한 일본 국민의 트라우마는 깊다.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가 지난해 사형을 당했으니, 사실 이 사건은 최근까지도 진행 중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런 사린 가스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분위기만 풍겨도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국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여론몰이식 사린 꿰맞추기가 아닌 정말 사린의 원재료가 북한에 넘어간 자료가 공개됐다. 그것도 일본에서.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에 따르면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나트륨 50㎏,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산 50kg이 선적돼 북한에 불법 수출됐다. 자료에는 사린의 원료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3년 4월에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고,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을 통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다. 핵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게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의 분석이다. 글자 그대로 가장 중요한 전략물자다.

또 생물병기에 이용될 수 있는 동결건조기가 2002년 9월에, 미사일 운반체로 전용될 수 있는 대형 탱크로리가 2008년 1월에 각각 북한으로 부정 수출됐다.

이외에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고, 이 중 1대가 재수출돼 리비아 핵 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됐다.

이 정도면 일본이 한국 당국의 전략 물자 관리를 탓할 수준이 못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사전 적발로 수출을 막은 게 아닌 실제로 대부분 물자가 수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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