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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 헌법 공개…‘김정은 시대’ 명문화
입력 2019.07.12 (07:00) 수정 2019.07.12 (14:52) 취재K
4월 12일자 노동신문 1면.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뤘다.4월 12일자 노동신문 1면.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지난 4월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1990년 김일성 주석 이후 29년 만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던 상황.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한 차례 더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대화의 불씨를 살려갔다.

이 최고인민회의가 갖고 있는 의미는 이것 뿐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이 '최고 대표'라는 새로운 칭호를 얻은 것이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개헌을 통해 사실상의 국가 수반에서 헌법상의 국가 수반으로 공식적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예측은 맞았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나고 약 넉 달 뒤인 7월 11일, 개정된 헌법 전문이 공개된 것이다.

김정은, 공식적 '국가수반' 명시

북한 헌법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이다. 서문과 모두 7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고, 각각의 장은 정치·경제·문화·국방·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국가기구, 국장·국기·국가·수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위와 관련된 것은 6장 2절 제100조, 국무위원회 위원장 부분이다. 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령도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헌법에서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그때까지 북한의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그 국가수반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지위에 대한 헌법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해 그 역할을 상징적인 외교 업무 수행으로 국한시켰다.

새 헌법이 공개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내 나라’ 홈페이지새 헌법이 공개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내 나라’ 홈페이지

사라진 주체사상·선군 정치

이번 헌법 개정에서는 국가의 '지도지침'의 명칭이 바뀌었음도 명확히 했다. 제3조에서 개정 전 헌법은 "주체사상과 선군 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했지만, 새 헌법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 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바꿨다. 주체사상과 선군 정치라는 단어는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설명하는 부분에만 남게 됐다.

주체사상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 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 대중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북한은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일성 전 주석의 통치이념이었다. 선군사상·정치는 동유럽 공산권 붕괴 이후 경제난과 체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2009년 4월 헌법 개정으로 국가 통치이념으로 주체사상과 나란히 명문화된 바 있다. 이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이었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도 이념을 각각 헌법에서 삭제했지만, 새로 등장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사실상 주체사상, 선군사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내용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한 '민족의 태양' 등의 표현이 무더기로 삭제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학기술 등은 추가

개정된 다른 헌법 조항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입김은 명확히 느껴진다. 새 헌법은 27조에서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규정했다. 자립적 민족 경제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기존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라는 표현에 '정보화'를 추가했다. 문화혁명의 목적을 다룬 40조에서는 "온 사회를 인테리화한다"라는 표현을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친다"로 바꿨다. 김 위원장이 정보화와 과학기술 발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개혁 노선도 대폭 반영됐다. 김 위원장 이후 도입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가 국가 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규정됐다. 대외 무역과 관련해 36조에서는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외 교역 확대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국가의 신뢰도를 높여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이다. 북한 헌법은 서문에 북한을 '정치사상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척 여부에 따라 이 표현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北 새 헌법 공개…‘김정은 시대’ 명문화
    • 입력 2019.07.12 (07:00)
    • 수정 2019.07.12 (14:52)
    취재K
4월 12일자 노동신문 1면.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뤘다.4월 12일자 노동신문 1면. 최고인민회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지난 4월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1990년 김일성 주석 이후 29년 만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던 상황.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한 차례 더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대화의 불씨를 살려갔다.

이 최고인민회의가 갖고 있는 의미는 이것 뿐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이 '최고 대표'라는 새로운 칭호를 얻은 것이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개헌을 통해 사실상의 국가 수반에서 헌법상의 국가 수반으로 공식적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예측은 맞았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나고 약 넉 달 뒤인 7월 11일, 개정된 헌법 전문이 공개된 것이다.

김정은, 공식적 '국가수반' 명시

북한 헌법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이다. 서문과 모두 7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고, 각각의 장은 정치·경제·문화·국방·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국가기구, 국장·국기·국가·수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위와 관련된 것은 6장 2절 제100조, 국무위원회 위원장 부분이다. 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령도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헌법에서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그때까지 북한의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그 국가수반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지위에 대한 헌법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해 그 역할을 상징적인 외교 업무 수행으로 국한시켰다.

새 헌법이 공개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내 나라’ 홈페이지새 헌법이 공개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내 나라’ 홈페이지

사라진 주체사상·선군 정치

이번 헌법 개정에서는 국가의 '지도지침'의 명칭이 바뀌었음도 명확히 했다. 제3조에서 개정 전 헌법은 "주체사상과 선군 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했지만, 새 헌법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 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바꿨다. 주체사상과 선군 정치라는 단어는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설명하는 부분에만 남게 됐다.

주체사상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 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 대중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북한은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일성 전 주석의 통치이념이었다. 선군사상·정치는 동유럽 공산권 붕괴 이후 경제난과 체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2009년 4월 헌법 개정으로 국가 통치이념으로 주체사상과 나란히 명문화된 바 있다. 이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통치 이념이었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도 이념을 각각 헌법에서 삭제했지만, 새로 등장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사실상 주체사상, 선군사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내용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한 '민족의 태양' 등의 표현이 무더기로 삭제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학기술 등은 추가

개정된 다른 헌법 조항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입김은 명확히 느껴진다. 새 헌법은 27조에서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규정했다. 자립적 민족 경제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기존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라는 표현에 '정보화'를 추가했다. 문화혁명의 목적을 다룬 40조에서는 "온 사회를 인테리화한다"라는 표현을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친다"로 바꿨다. 김 위원장이 정보화와 과학기술 발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개혁 노선도 대폭 반영됐다. 김 위원장 이후 도입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가 국가 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규정됐다. 대외 무역과 관련해 36조에서는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대외 교역 확대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국가의 신뢰도를 높여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이다. 북한 헌법은 서문에 북한을 '정치사상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척 여부에 따라 이 표현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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