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댓글 상처 미안” 강지환의 ‘특이한 사과’

입력 2019.07.12 (15:48) 수정 2019.07.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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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 오전 11시 40분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배우 강지환 씨가 법정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강 씨는 2초 정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을 하지 않는 걸로 판단한 경찰이 강 씨를 잡아끌자, 강 씨는 취재진을 돌아봤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강 씨는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합니다."

강 씨는 자신이 말한 동생들이 누구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맥락을 보면 피해자들을 뜻하는 걸로 보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건 특별한 상황은 아니지만, '댓글 상처'를 언급하며 사과를 하는 건 눈에 띄었다.

강지환 씨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강지환 씨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 '특이한 사과'는 혐의에 대한 강 씨의 입장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강 씨는 지난 9일 밤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여성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하고, 또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혐의를 직접 사과하는 건 혐의를 인정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은 걸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댓글을 언급한 건 특이한데, 실제 강 씨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강 씨 사건 관련 게시글을 보면 강 씨가 사과한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기사 댓글과 게시글에는 왜 피해자들이 여성인데도 강 씨 집에 남았느냐며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이 많다. 마치 피해자들도 잘못이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강 씨와 피해 여성들 외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술을 먹다가 다른 사람들은 집에 가고 피해 여성들만 강 씨 집에 남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건 관련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위험하다.

강지환 씨가 사는 경기도 광주시의 단독주택강지환 씨가 사는 경기도 광주시의 단독주택

강 씨 집은 일반 아파트가 아닌 고급 단독주택이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2층 건물 1층에는 방이 하나, 2층에는 방이 3개다. 여러 명이 지내기에 부족하지 않은 크기다.

강 씨 집이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의 단독주택 마을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하고, 서울 등으로 가기엔 대중교통 자체도 불편하다.

강 씨 집 앞에서 발견된 사건 당일 날짜 영수증에는 맥주는 500mL짜리 10캔, 소주는 360mL짜리 8병을 산 기록이 있다. 여러 명이 마셨다고 해도 적지 않은 양인데, 게다가 술자리는 낮부터 있었다. 이런 사정들이 있는데도 여성들이 강 씨 집에 머무른 걸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강 씨가 누명을 쓴 것 같다는 댓글과 게시글도 상당하다. 이건 더 위험한 주장이다. 강 씨의 성폭력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누명이라는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강 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중들이 관심을 두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강 씨도 사건이 알려진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온종일 차지하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일부 비뚤어진 관심에 피해자들이 큰 상처를 받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이를 전해 듣고 사과를 하는 건 지나친 비정상이다. 부디 이 기사에는 근거 없는 추측 댓글이 달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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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댓글 상처 미안” 강지환의 ‘특이한 사과’
    • 입력 2019-07-12 15:48:16
    • 수정2019-07-12 15:48:32
    취재후·사건후
오늘(12일) 오전 11시 40분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배우 강지환 씨가 법정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강 씨는 2초 정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을 하지 않는 걸로 판단한 경찰이 강 씨를 잡아끌자, 강 씨는 취재진을 돌아봤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강 씨는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합니다."

강 씨는 자신이 말한 동생들이 누구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맥락을 보면 피해자들을 뜻하는 걸로 보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건 특별한 상황은 아니지만, '댓글 상처'를 언급하며 사과를 하는 건 눈에 띄었다.

강지환 씨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 '특이한 사과'는 혐의에 대한 강 씨의 입장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강 씨는 지난 9일 밤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여성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하고, 또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혐의를 직접 사과하는 건 혐의를 인정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은 걸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댓글을 언급한 건 특이한데, 실제 강 씨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강 씨 사건 관련 게시글을 보면 강 씨가 사과한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기사 댓글과 게시글에는 왜 피해자들이 여성인데도 강 씨 집에 남았느냐며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이 많다. 마치 피해자들도 잘못이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강 씨와 피해 여성들 외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술을 먹다가 다른 사람들은 집에 가고 피해 여성들만 강 씨 집에 남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건 관련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위험하다.

강지환 씨가 사는 경기도 광주시의 단독주택
강 씨 집은 일반 아파트가 아닌 고급 단독주택이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2층 건물 1층에는 방이 하나, 2층에는 방이 3개다. 여러 명이 지내기에 부족하지 않은 크기다.

강 씨 집이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의 단독주택 마을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하고, 서울 등으로 가기엔 대중교통 자체도 불편하다.

강 씨 집 앞에서 발견된 사건 당일 날짜 영수증에는 맥주는 500mL짜리 10캔, 소주는 360mL짜리 8병을 산 기록이 있다. 여러 명이 마셨다고 해도 적지 않은 양인데, 게다가 술자리는 낮부터 있었다. 이런 사정들이 있는데도 여성들이 강 씨 집에 머무른 걸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강 씨가 누명을 쓴 것 같다는 댓글과 게시글도 상당하다. 이건 더 위험한 주장이다. 강 씨의 성폭력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누명이라는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강 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중들이 관심을 두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강 씨도 사건이 알려진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온종일 차지하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일부 비뚤어진 관심에 피해자들이 큰 상처를 받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이를 전해 듣고 사과를 하는 건 지나친 비정상이다. 부디 이 기사에는 근거 없는 추측 댓글이 달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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