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고시원 등 주거 5명 중 1명 범죄 피해

입력 2019.07.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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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시원 안에서 총무와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알고 보니 고시원 총무가 복도에 설치돼 있는 CCTV를 모니터링하면서 저를 살피고 있었던 거였어요. 잠깐 부엌에 갈 일이 있으면 따라오기도 하고, 약속이 있어서 씻고 몸을 꾸미고 나가면‘오늘은 왜 이렇게 꾸몄어? 친구 만나러 가?’ 같은 소름 끼치는 문자가 올 때도 있었어요. 최대한 빨리 고시원을 빼긴 했는데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경찰에 스토킹을 신고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어요."

한때 고시원에서 살다가 지금은 고시원을 나온 20대 여성이 한국도시연구소와의 심층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고시원을 비롯한 쪽방 등 비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거주지보다 무단침입, 절도, 폭언, 폭력 등 범죄에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 특히 이렇게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사는 여성들은 이웃과 행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무단침입 등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최근 고시원 같은 비주택 거주자 203가구를 대상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경험을 조사했더니 범죄 피해 경험자가 전체의 19.7%로 5명 중 1명은 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특히 술 취한 사람들이 집이나 방에 무단침입하거나 폭언, 다툼을 가장 많은 범죄 유형으로 꼽았다.


고시원과 쪽방 등 비주택은 상대적으로 다른 집들보다 침입하기가 쉽고 사생활이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폭력이나 절도가 상대적으로 많고, 여성은 성폭력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크다. 물론 최근에는 잘 꾸며지고 보안이 강화된 고시원 시설도 들어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시원 등 비주택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함께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고시원에서 30대 거주 남성이 고시원 총무와 다투다 이웃 남성이 총무 편을 들자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났던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30대 피의자는 성범죄로 10년 동안 복역한 뒤 나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범행 후 이를 끊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처럼 고시원·쪽방 거주민들끼리 혹은 고시원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비주택 거주민들은 더욱더 이웃들과 말을 섞지 않고 혼자만의 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집은 외부환경으로부터 거주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고시원 같은 비주택은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물론 범죄의 위험까지 높다.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쪽방·고시원 거주민들끼리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자율방범에 나서며 치안에 신경 쓰는 주민들도 있다.

범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고시원 등 비주택은 최하위 주거유형으로 극빈층과 취약계층이 적은 돈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대체불가능한 장소인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주택의 범죄율을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공임대주택과 기숙사 등 취약계층이 부담 가능한 주택 유형을 획기적으로 늘려 자연스럽게 고시원 등을 조금씩 대체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빈곤·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확대는 주거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회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돕는 공동체 사회의 기본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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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를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고시원 등 주거 5명 중 1명 범죄 피해
    • 입력 2019-07-13 07:05:07
    취재K
"첫 고시원 안에서 총무와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알고 보니 고시원 총무가 복도에 설치돼 있는 CCTV를 모니터링하면서 저를 살피고 있었던 거였어요. 잠깐 부엌에 갈 일이 있으면 따라오기도 하고, 약속이 있어서 씻고 몸을 꾸미고 나가면‘오늘은 왜 이렇게 꾸몄어? 친구 만나러 가?’ 같은 소름 끼치는 문자가 올 때도 있었어요. 최대한 빨리 고시원을 빼긴 했는데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경찰에 스토킹을 신고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어요."

한때 고시원에서 살다가 지금은 고시원을 나온 20대 여성이 한국도시연구소와의 심층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고시원을 비롯한 쪽방 등 비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거주지보다 무단침입, 절도, 폭언, 폭력 등 범죄에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 특히 이렇게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사는 여성들은 이웃과 행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무단침입 등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최근 고시원 같은 비주택 거주자 203가구를 대상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경험을 조사했더니 범죄 피해 경험자가 전체의 19.7%로 5명 중 1명은 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특히 술 취한 사람들이 집이나 방에 무단침입하거나 폭언, 다툼을 가장 많은 범죄 유형으로 꼽았다.


고시원과 쪽방 등 비주택은 상대적으로 다른 집들보다 침입하기가 쉽고 사생활이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폭력이나 절도가 상대적으로 많고, 여성은 성폭력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크다. 물론 최근에는 잘 꾸며지고 보안이 강화된 고시원 시설도 들어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시원 등 비주택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함께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고시원에서 30대 거주 남성이 고시원 총무와 다투다 이웃 남성이 총무 편을 들자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났던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30대 피의자는 성범죄로 10년 동안 복역한 뒤 나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범행 후 이를 끊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처럼 고시원·쪽방 거주민들끼리 혹은 고시원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비주택 거주민들은 더욱더 이웃들과 말을 섞지 않고 혼자만의 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집은 외부환경으로부터 거주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고시원 같은 비주택은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물론 범죄의 위험까지 높다.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쪽방·고시원 거주민들끼리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자율방범에 나서며 치안에 신경 쓰는 주민들도 있다.

범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고시원 등 비주택은 최하위 주거유형으로 극빈층과 취약계층이 적은 돈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대체불가능한 장소인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주택의 범죄율을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공임대주택과 기숙사 등 취약계층이 부담 가능한 주택 유형을 획기적으로 늘려 자연스럽게 고시원 등을 조금씩 대체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빈곤·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확대는 주거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회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돕는 공동체 사회의 기본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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