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더미에서 발견한 신생아…“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입력 2019.07.13 (10: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침에 통장 만나러 가는 데, 알라(아기) 하나가 누워있는 거야."

경남 밀양시에 있는 한 시골 마을. 이곳에 사는 79살 심광자 할머니는 이른 아침 집 밖을 나서다 수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쓰던 헛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살펴보니, 탯줄도 안 떨어진 갓난아기가 분홍색 담요에 쌓인 채로 오물더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발견 당시 신생아의 온몸에는 각종 오물이 묻어있었고, 여기저기 벌레나 모기에 물린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아기가 얼마나 예뻤는데, 우리가 살려야지”

깜짝 놀란 심 할머니는 곧장 마을 노인회관으로 달려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성자 할머니 등 70~80대 할머니 5명은 헛간에 도착하자마자, 버려진 신생아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아기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할머니들은 신생아를 품고 40여 미터 떨어진 마을 노인회관으로 한달음에 뛰어갔습니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새 생명을 살리고자 갓난아기를 합심해서 돌봤습니다.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대야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받아 정성껏 씻겼고, 아이가 배가 고프지는 않을까 우유를 미리 사다 두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는 새 생명

할머니들의 신속한 응급조치와 대처 덕분이었을까요. 119구조대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할 수가 있었고, 갓난아기는 발견된 지 1시간 40여 분 만에 신생아실이 있는 경남 창원의 한 대형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119구급차에서 아기를 전해 받은 간호사는 그대로 품에 안고 3층 신생아실까지 빠르게 달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많은 시각이라 3층까지 계단으로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습니다. 달려가는 모습이 병원 안 CCTV에 담긴 그 간호사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엄마 마음으로 그냥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태어난 지 이틀 정도로 추정되는 이 신생아는 현재 벌레 물린 곳도 많고 탯줄 주변에 염증 소견도 있어 항생제와 영양제 등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에 이어 의료진까지 모두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다행히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병원 치료 뒤 보호 조치가 될 수 있도록 경남 아동전문보호기관에 통보를 하는 한편, 주택 주변 CCTV 화면 분석을 통해 아기를 버린 사람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2007년부터 10년 동안 영아 유기 건수는 모두 천여 건. 원치 않는 임신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희생되는 생명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엔 할머니들과 소방구조대원, 병원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새 생명을 살릴 수가 있었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연관기사]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신생아…마을 할머니들이 구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물더미에서 발견한 신생아…“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 입력 2019-07-13 10:02:13
    취재K
"아침에 통장 만나러 가는 데, 알라(아기) 하나가 누워있는 거야."

경남 밀양시에 있는 한 시골 마을. 이곳에 사는 79살 심광자 할머니는 이른 아침 집 밖을 나서다 수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쓰던 헛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살펴보니, 탯줄도 안 떨어진 갓난아기가 분홍색 담요에 쌓인 채로 오물더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발견 당시 신생아의 온몸에는 각종 오물이 묻어있었고, 여기저기 벌레나 모기에 물린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아기가 얼마나 예뻤는데, 우리가 살려야지”

깜짝 놀란 심 할머니는 곧장 마을 노인회관으로 달려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성자 할머니 등 70~80대 할머니 5명은 헛간에 도착하자마자, 버려진 신생아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아기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할머니들은 신생아를 품고 40여 미터 떨어진 마을 노인회관으로 한달음에 뛰어갔습니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새 생명을 살리고자 갓난아기를 합심해서 돌봤습니다.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대야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받아 정성껏 씻겼고, 아이가 배가 고프지는 않을까 우유를 미리 사다 두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는 새 생명

할머니들의 신속한 응급조치와 대처 덕분이었을까요. 119구조대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할 수가 있었고, 갓난아기는 발견된 지 1시간 40여 분 만에 신생아실이 있는 경남 창원의 한 대형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119구급차에서 아기를 전해 받은 간호사는 그대로 품에 안고 3층 신생아실까지 빠르게 달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많은 시각이라 3층까지 계단으로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습니다. 달려가는 모습이 병원 안 CCTV에 담긴 그 간호사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엄마 마음으로 그냥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태어난 지 이틀 정도로 추정되는 이 신생아는 현재 벌레 물린 곳도 많고 탯줄 주변에 염증 소견도 있어 항생제와 영양제 등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에 이어 의료진까지 모두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다행히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병원 치료 뒤 보호 조치가 될 수 있도록 경남 아동전문보호기관에 통보를 하는 한편, 주택 주변 CCTV 화면 분석을 통해 아기를 버린 사람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2007년부터 10년 동안 영아 유기 건수는 모두 천여 건. 원치 않는 임신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희생되는 생명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엔 할머니들과 소방구조대원, 병원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새 생명을 살릴 수가 있었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연꽃처럼 자라거라, 부디"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연관기사]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신생아…마을 할머니들이 구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