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국경의 눈물…베네수엘라는 지금

입력 2019.07.13 (21:51) 수정 2019.07.13 (22: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경제위기에 정치혼란까지 겪고 있는 석유부국,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들이 하루 4천여 명에 이릅니다.

넉 달 만에 국경이 다시 열리자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건데요,

나라를 떠난 국민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콜롬비아 접경도시에서 노숙을 하고, 몸을 팔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5백 만명이 나라를 등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콜롬비아 국경도시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취재했습니다.

이재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베네수엘라와 접한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의 도심 공원입니다.

보따리를 들고 피곤에 지친 사람들, 나라를 떠났거나 생필품을 구하러 온 베네수엘라 국민들입니다.

[끌라민/베네수엘라 국경도시 시민 : "베네수엘라에서는 생필품을 구할 수 없어서 여기 왔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지난 4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 직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상사 출신 군인을 만났습니다.

이후 음식과 잠잘 곳이 없어 5살 큰 아들,아내와 함께 공원에서 두 달여 노숙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보다 몸무게는 12kg이 빠졌습니다.

[페르난데스/가명/베네수엘라 탈출 전직 군인 : "15명~20명 동료 군인들이 거리에서 잠을 잡니다. 낮에는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면서 막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60여 명의 군인들이 함께 탈출했지만, 야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베네수엘라 정치혼란 이후 탈출 군인은 약 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베네수엘라 다른 군인들은 국경을 넘는 걸 두려워 합니다. 잡혀서 감옥에 가거나 살해당할까봐죠. 탈출을 원하지만요..."]

접경도시에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에는 서성이는 여성들이 늘어납니다.

성매매에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들입니다.

27살의 앙헬라 씨도 석달 전 수도 카라카스를 떠나,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앙헬라/가명/베네수엘라 이주민 : "베네수엘라에서 제 딸을 보살피고 있는 부모에게 돈을 부치기 위해 이 일을 합니다.가족들에게 돈을 부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앙헬라 씨는 베네수엘라를 떠난 여성의 상당수는 국경도시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일을 하는 여성의 90%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입니다. (90% 요?) 네, 이런 일을 하는 여성의 90~100% 입니다."]

쿠쿠타 시의 공립병원입니다.

20살의 로즈마리 씨는 올초 임신 상태에서 국경을 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병원이 열악해 아기를 낳기 어렵다는 겁니다.

[로즈마리/베네수엘라인 임신부 : "베네수엘라 병원은 최악입니다. 아기를 낳으러 가는 여성들이 없습니다. 약이 없기 때문이죠. 아기와 산모에게 먹일 음식도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인 산모들은 이 병원에서 별도의 비용없이 진찰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이 병원만해도 2016년에는 산모 가운데 200여 명이 베네수엘라 여성이었지만 2년 만에 약 3천 명으로 1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올들어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10명 가운데 7명은 베네수엘라 산모가 낳은 아이들입니다.

[간호사 :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임산부들 모두가 베네수엘라인들이에요. 여기서 많은 베네수엘라 산모들이 출산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태어날 아기가 콜롬비아 국적을 갖기를 바라며 국경을 넘었지만, 부모의 국적이 변수입니다.

[리카르도 모토냐/에라스모 메오스 병원 산부인과 의사 : "부모 모두가 베네수엘라인들이면 콜롬비아 국적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적 등록을 위해 국경을 넘어 돌아가야 합니다."]

더욱이, 의사들은 이곳을 찾는 베네수엘라 산모들의 건강상태를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모토냐/에라스모 메오스 병원 산부인과 의사 : "산모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산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유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탈출하는 국민들은 하루 4천여 명,

넉달 만에 국경이 다시 열렸지만, 언제든 폐쇄될 것이란 우려에 그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네치노스 의사/베네수엘라 이주민 :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너무 안좋습니다.정부는 제기능을 잃었습니다. 나라 전체에 필요한 휘발유와 전기,식품을 수도 카라카스에만 보내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이게 뭐죠?) 먹을 것들입니다."]

달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콜롬비아보다 두배 비싸 매일 3만여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다이아나/베네수엘라 국경도시 시민 : "매일 아침 일찍 국경이 열리면 다리를 넘고, 밤에 돌아갑니다. "]

여권을 취득하기 어려운 베네수엘라에서 여권이 없는 국민들은 강을 건너기도 했지만, 최근 콜롬비아 국경수비대의 경비가 삼엄해졌습니다.

[존 하이로/쿠쿠타 지역 기자 : "기자로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 세계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으려 수 천km를 걸어왔지만 무리를 지어 또 걸어갑니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 인근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가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은 제대로 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부모를 따라갑니다.

갓길 옆으로는 화물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여정입니다.

[유엔데 모레노/베네수엘라 이주민 : "지도를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밤에 걷기가 쉽지 않은 기온이었습니다."]

그나마, 도로 옆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구호단체와 독지가들의 쉼터가 위안이 됩니다.

[제니퍼/쉼터 자원봉사자 : "베네수엘라인들을 보면, 눈물이 날 만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돕고 있는 겁니다."]

계곡에서 몸을 씻고 식사를 하며 잠시 머물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쉼터를 이용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하루 3,4백명.

목숨을 건 긴 여정에 잠시나마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UN은 베네수엘라 정치혼란이 지속되면서 올해말까지 5백만 명의 국민들이 나라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이재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리포트] 국경의 눈물…베네수엘라는 지금
    • 입력 2019-07-13 22:11:49
    • 수정2019-07-13 22:28:5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경제위기에 정치혼란까지 겪고 있는 석유부국,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국민들이 하루 4천여 명에 이릅니다.

넉 달 만에 국경이 다시 열리자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건데요,

나라를 떠난 국민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콜롬비아 접경도시에서 노숙을 하고, 몸을 팔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5백 만명이 나라를 등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콜롬비아 국경도시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을 취재했습니다.

이재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베네수엘라와 접한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의 도심 공원입니다.

보따리를 들고 피곤에 지친 사람들, 나라를 떠났거나 생필품을 구하러 온 베네수엘라 국민들입니다.

[끌라민/베네수엘라 국경도시 시민 : "베네수엘라에서는 생필품을 구할 수 없어서 여기 왔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지난 4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 직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상사 출신 군인을 만났습니다.

이후 음식과 잠잘 곳이 없어 5살 큰 아들,아내와 함께 공원에서 두 달여 노숙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보다 몸무게는 12kg이 빠졌습니다.

[페르난데스/가명/베네수엘라 탈출 전직 군인 : "15명~20명 동료 군인들이 거리에서 잠을 잡니다. 낮에는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면서 막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60여 명의 군인들이 함께 탈출했지만, 야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베네수엘라 정치혼란 이후 탈출 군인은 약 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베네수엘라 다른 군인들은 국경을 넘는 걸 두려워 합니다. 잡혀서 감옥에 가거나 살해당할까봐죠. 탈출을 원하지만요..."]

접경도시에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에는 서성이는 여성들이 늘어납니다.

성매매에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들입니다.

27살의 앙헬라 씨도 석달 전 수도 카라카스를 떠나,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앙헬라/가명/베네수엘라 이주민 : "베네수엘라에서 제 딸을 보살피고 있는 부모에게 돈을 부치기 위해 이 일을 합니다.가족들에게 돈을 부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앙헬라 씨는 베네수엘라를 떠난 여성의 상당수는 국경도시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일을 하는 여성의 90%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입니다. (90% 요?) 네, 이런 일을 하는 여성의 90~100% 입니다."]

쿠쿠타 시의 공립병원입니다.

20살의 로즈마리 씨는 올초 임신 상태에서 국경을 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병원이 열악해 아기를 낳기 어렵다는 겁니다.

[로즈마리/베네수엘라인 임신부 : "베네수엘라 병원은 최악입니다. 아기를 낳으러 가는 여성들이 없습니다. 약이 없기 때문이죠. 아기와 산모에게 먹일 음식도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인 산모들은 이 병원에서 별도의 비용없이 진찰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이 병원만해도 2016년에는 산모 가운데 200여 명이 베네수엘라 여성이었지만 2년 만에 약 3천 명으로 1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올들어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10명 가운데 7명은 베네수엘라 산모가 낳은 아이들입니다.

[간호사 :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임산부들 모두가 베네수엘라인들이에요. 여기서 많은 베네수엘라 산모들이 출산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태어날 아기가 콜롬비아 국적을 갖기를 바라며 국경을 넘었지만, 부모의 국적이 변수입니다.

[리카르도 모토냐/에라스모 메오스 병원 산부인과 의사 : "부모 모두가 베네수엘라인들이면 콜롬비아 국적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적 등록을 위해 국경을 넘어 돌아가야 합니다."]

더욱이, 의사들은 이곳을 찾는 베네수엘라 산모들의 건강상태를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모토냐/에라스모 메오스 병원 산부인과 의사 : "산모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산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유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탈출하는 국민들은 하루 4천여 명,

넉달 만에 국경이 다시 열렸지만, 언제든 폐쇄될 것이란 우려에 그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네치노스 의사/베네수엘라 이주민 :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너무 안좋습니다.정부는 제기능을 잃었습니다. 나라 전체에 필요한 휘발유와 전기,식품을 수도 카라카스에만 보내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이게 뭐죠?) 먹을 것들입니다."]

달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콜롬비아보다 두배 비싸 매일 3만여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다이아나/베네수엘라 국경도시 시민 : "매일 아침 일찍 국경이 열리면 다리를 넘고, 밤에 돌아갑니다. "]

여권을 취득하기 어려운 베네수엘라에서 여권이 없는 국민들은 강을 건너기도 했지만, 최근 콜롬비아 국경수비대의 경비가 삼엄해졌습니다.

[존 하이로/쿠쿠타 지역 기자 : "기자로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 세계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으려 수 천km를 걸어왔지만 무리를 지어 또 걸어갑니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 인근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가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은 제대로 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부모를 따라갑니다.

갓길 옆으로는 화물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여정입니다.

[유엔데 모레노/베네수엘라 이주민 : "지도를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밤에 걷기가 쉽지 않은 기온이었습니다."]

그나마, 도로 옆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구호단체와 독지가들의 쉼터가 위안이 됩니다.

[제니퍼/쉼터 자원봉사자 : "베네수엘라인들을 보면, 눈물이 날 만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돕고 있는 겁니다."]

계곡에서 몸을 씻고 식사를 하며 잠시 머물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쉼터를 이용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하루 3,4백명.

목숨을 건 긴 여정에 잠시나마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UN은 베네수엘라 정치혼란이 지속되면서 올해말까지 5백만 명의 국민들이 나라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이재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