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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병원, 대책 세우고도 가족엔 ‘쉬쉬’…그 의사는 오늘도 진료중
입력 2019.07.14 (08:04) 취재K
‘의료사고’ 병원, 대책 세우고도 가족엔 ‘쉬쉬’…그 의사는 오늘도 진료중
지난달 KBS는 한양대학교 병원 성형외과의 의료사고 은폐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2014년 이 병원의 1년 차 전공의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과다 투여해 이듬해 환자가 숨졌는데, 병원은 이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과실치사 혐의로 당시 전공의 A씨를 입건하고 병원 의무기록팀과 법무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한양대병원 은폐 의혹

취재팀은, 정말 환자가 '의료 사고'로 사망했는지, 즉 A 전공의의 과실치사 혐의를 확인하는 것과, 병원이 왜 사고를 은폐했으며, 병원의 어느 윗선까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 경찰 수사의 두 가지 큰 축을 따라 당시 상황을 추적했습니다.

■ '앞으로 고용량 펜타닐은 마취과에서만 쓰자'…내부 지침 세워

분명한 것은, 당시 사고 사실을 한양대 병원 성형외과 구성원들만 알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병원에서도 이 사고를 알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고가 있고 나서 수술을 담당한 교수가 병원에 이를 보고했다는 내용은 이미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병원은 사고가 날 경우 담당 교수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서면으로 병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모든 의사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담당 교수도 그 절차에 따랐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교수가 보고를 한 곳은 병원의 QI팀(Quality Improvement팀)이었습니다. 사고 등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는 곳입니다. 당시에도 QI팀은 회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펜타닐 0.5mg의 경우, 마취과에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하자.'

즉, 펜타닐이란 약물을 써서 문제가 됐으니, 해당 약물은 마취과에서만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겁니다. 이 내용은 의사들에게도 공지가 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의료 사고 가능성을 병원도 사실상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방침을 바꿨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환자 가족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사람은 A 전공의뿐"

왜 펜타닐 0.5mg이 문제일까요? 이건 당시 A 전공의가 환자에게 투여했던 펜타닐이 0.5mg짜리 앰플, 고용량 주사제였기 때문입니다.

펜타닐은 자주 쓰면 습관성이 생길 수 있고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됩니다. 또 많이 쓰면 호흡이 멈추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마취과 관할의 회복실에서, 숨을 잘 쉬는지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하며 조심스럽게 투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고용량 펜타닐'을 마취과에서만 쓰도록 한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당시 A 전공의는 환자에게 펜타닐 0.5mg을 투여하도록 간호사에게 지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시를 받은 간호사가 문제를 제기한 사실도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A 전공의는 본인의 뜻을 바꾸지 않았고, 환자는 심정지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결국 숨졌습니다.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사람은 A 전공의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진통제는 따로 있었는데, A 전공의는 이 사고 이전에도 또 다른 환자에게도 펜타닐을 한 번 더 투여했다는 겁니다.

즉,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일은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게 모두 A 전공의라는 것입니다. 다만 첫 번째 투여 당시에는 투여량이 적어 환자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A 전공의는 성형외과내 다른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들도 전혀 처방하지 않는 '펜타닐'을 굳이 처방하려 했을까요?

취재팀은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의사는 A 전공의뿐이라는 사실을 병원측이 알았는지, 당시 QI팀에서 담당 교수의 보고를 받고 대책을 마련했는지, 그러고도 왜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 병원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은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였습니다.

■ 당시 성형외과 과장 '경질'…A 전공의는 '이상 무'

한양대병원은 내부에선 이렇게 대책까지 세우고도 숨진 환자의 가족들에겐 '쉬쉬'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의료 사고였을 수 있다는 걸 전해들었습니다.

환자의 개인사 때문에 가족들과 연락이 쉽지 않은 등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환자의 이런 배경이 '의료 사고를 은폐하기 쉬운 환경'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양대병원은 지난 1일 성형외과 과장 B교수를 과장직에서 해임했습니다. B교수는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과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던 인물입니다. 병원 측은 이를 "성형외과 교수와 전공의들이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하고 진실되게 응하도록 하기 위한 인사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A 전공의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고, 지금도 전문의 자격으로 외래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왜 그가 유독 '펜타닐' 처방을 고수했는지,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병원 측은 왜 은폐했는지, 또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 ‘의료사고’ 병원, 대책 세우고도 가족엔 ‘쉬쉬’…그 의사는 오늘도 진료중
    • 입력 2019.07.14 (08:04)
    취재K
‘의료사고’ 병원, 대책 세우고도 가족엔 ‘쉬쉬’…그 의사는 오늘도 진료중
지난달 KBS는 한양대학교 병원 성형외과의 의료사고 은폐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2014년 이 병원의 1년 차 전공의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과다 투여해 이듬해 환자가 숨졌는데, 병원은 이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과실치사 혐의로 당시 전공의 A씨를 입건하고 병원 의무기록팀과 법무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한양대병원 은폐 의혹

취재팀은, 정말 환자가 '의료 사고'로 사망했는지, 즉 A 전공의의 과실치사 혐의를 확인하는 것과, 병원이 왜 사고를 은폐했으며, 병원의 어느 윗선까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 경찰 수사의 두 가지 큰 축을 따라 당시 상황을 추적했습니다.

■ '앞으로 고용량 펜타닐은 마취과에서만 쓰자'…내부 지침 세워

분명한 것은, 당시 사고 사실을 한양대 병원 성형외과 구성원들만 알았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병원에서도 이 사고를 알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고가 있고 나서 수술을 담당한 교수가 병원에 이를 보고했다는 내용은 이미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병원은 사고가 날 경우 담당 교수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서면으로 병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모든 의사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담당 교수도 그 절차에 따랐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교수가 보고를 한 곳은 병원의 QI팀(Quality Improvement팀)이었습니다. 사고 등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는 곳입니다. 당시에도 QI팀은 회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펜타닐 0.5mg의 경우, 마취과에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하자.'

즉, 펜타닐이란 약물을 써서 문제가 됐으니, 해당 약물은 마취과에서만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겁니다. 이 내용은 의사들에게도 공지가 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의료 사고 가능성을 병원도 사실상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방침을 바꿨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환자 가족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사람은 A 전공의뿐"

왜 펜타닐 0.5mg이 문제일까요? 이건 당시 A 전공의가 환자에게 투여했던 펜타닐이 0.5mg짜리 앰플, 고용량 주사제였기 때문입니다.

펜타닐은 자주 쓰면 습관성이 생길 수 있고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됩니다. 또 많이 쓰면 호흡이 멈추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마취과 관할의 회복실에서, 숨을 잘 쉬는지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하며 조심스럽게 투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고용량 펜타닐'을 마취과에서만 쓰도록 한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당시 A 전공의는 환자에게 펜타닐 0.5mg을 투여하도록 간호사에게 지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시를 받은 간호사가 문제를 제기한 사실도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A 전공의는 본인의 뜻을 바꾸지 않았고, 환자는 심정지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결국 숨졌습니다.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사람은 A 전공의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진통제는 따로 있었는데, A 전공의는 이 사고 이전에도 또 다른 환자에게도 펜타닐을 한 번 더 투여했다는 겁니다.

즉,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일은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게 모두 A 전공의라는 것입니다. 다만 첫 번째 투여 당시에는 투여량이 적어 환자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A 전공의는 성형외과내 다른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들도 전혀 처방하지 않는 '펜타닐'을 굳이 처방하려 했을까요?

취재팀은 성형외과에서 펜타닐을 사용한 의사는 A 전공의뿐이라는 사실을 병원측이 알았는지, 당시 QI팀에서 담당 교수의 보고를 받고 대책을 마련했는지, 그러고도 왜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 병원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은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였습니다.

■ 당시 성형외과 과장 '경질'…A 전공의는 '이상 무'

한양대병원은 내부에선 이렇게 대책까지 세우고도 숨진 환자의 가족들에겐 '쉬쉬'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의료 사고였을 수 있다는 걸 전해들었습니다.

환자의 개인사 때문에 가족들과 연락이 쉽지 않은 등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환자의 이런 배경이 '의료 사고를 은폐하기 쉬운 환경'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양대병원은 지난 1일 성형외과 과장 B교수를 과장직에서 해임했습니다. B교수는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과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던 인물입니다. 병원 측은 이를 "성형외과 교수와 전공의들이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하고 진실되게 응하도록 하기 위한 인사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A 전공의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고, 지금도 전문의 자격으로 외래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왜 그가 유독 '펜타닐' 처방을 고수했는지,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병원 측은 왜 은폐했는지, 또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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