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수애비입니다]② 이 돈 받고 육아휴직?…아빠는 웁니다

입력 2019.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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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적극적인 북유럽 아빠를 가리켜 '라떼파파'라 부른다. 그러나 한국은 허수애비(허수아비+애비)의 나라다. 육아휴직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회사에 매여 자식 얼굴 보는 것도 어려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 아이의 아빠인 직장인 김 모 씨. 그는 외벌이다. 아내는 둘째를 출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오가며 아이를 돌보느라 많이 지친 뒤였다.

그는 아내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을 알아봤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휴직급여로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나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그냥 저는 회사 계속 다니고 있고요. 아내는 아이들 재우고 틈틈이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죠."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준다. 아이도 보고 급여도 받는다. 그런데 아빠들에게 조사를 해보면 육아휴직 쓰길 꺼리는 이유로 '돈 문제'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2014년 여성정책연구소 연구를 보면 아빠 육아휴직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로 '소득감소(41.9%)'가 꼽혔다. 휴직급여를 주긴 주는데, 너무 적다는 얘기다.

◆ 225만 원 vs 150만 원

숫자 몇 가지를 비교해 보자.

376만 32원. 3인 가족 기준,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중위소득이다.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이 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225만 6019원. 3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의 60%로, 최저생계비라 불린다. 통계청은 올해 발표한 소득분배 지표에서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빈곤율을 계산했다. 중위소득 60% 아래로는 빈곤 인구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174만 5150원. 올해 기준 1인 최저임금 월급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올랐다.

마지막으로 150만 원. 이 금액은 뭘까? 한국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액이다. 그나마 육아휴직 첫 3개월 동안의 상한액이 150만 원이다. 4개월 이후 9개월 동안은 상한액이 120만 원으로 내려간다. 김 씨의 경우 이 금액으로 4인 가족이 먹고살아야 한다. 최저생계비는커녕 한 사람의 최저 월급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말이다.


정부는 올 초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했다며 보도자료를 내놨다. 기존에는 급여 대체율이 통상임금의 40%였는데 올해부터 50%로 올랐다는 거다. 상한액은 앞서 설명한 대로 3개월까진 150만 원, 이후에는 120만 원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소득 감소로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던 근로자의 휴직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소득대체율은 80%에서 90%를 오간다. 노르웨이는 무려 100%에 육박한다. 소득 감소를 걱정할 일이 아예 없다.

중요한 건 상한액이다. 스웨덴은 연간 한도가 44만 7783크로나다. 우리 돈으로 5583만 원이다. 매월 460만 원가량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정도는 스웨덴 소득 근로자 가운데 상위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노르웨이는 월 수령 금액이 최대 9만 2576크로네로 정해져 있다. 우리 돈으로는 1264만 원이다. 물가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이 있어야 기저귀를 사고 밥을 먹는다. 돈이 있어야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돈은 아빠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정책의 기초다. 그 기초가 한국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 '못 먹는 떡' 아빠 보너스

정부가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겠다며 만든 제도가 있다.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다. 같은 자녀를 두고 부모가 차례로 휴직하면, 2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상한액을 250만 원으로 올린 제도다. 통상 맞벌이의 경우 아빠가 2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외벌이는 어째야 할까? 외벌이는 이 보너스제의 대상이 아니다. 2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할 맞벌이 배우자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기준 배우자가 있는 1,200만여 가구 가운데 맞벌이는 545만여 가구로 44.6%를 차지했다. 나머지 676만여 가구, 55.4%는 외벌이 가구였다. 정부가 만든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에서 제외되는 가구가 전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휴직 급여 인상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나라들은 대체로 소득대체율이 높다"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소득보전 강화와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편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려다 현실의 벽에 막힌 아빠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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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허수애비입니다]② 이 돈 받고 육아휴직?…아빠는 웁니다
    • 입력 2019-07-15 07:00:04
    취재K
육아에 적극적인 북유럽 아빠를 가리켜 '라떼파파'라 부른다. 그러나 한국은 허수애비(허수아비+애비)의 나라다. 육아휴직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회사에 매여 자식 얼굴 보는 것도 어려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 아이의 아빠인 직장인 김 모 씨. 그는 외벌이다. 아내는 둘째를 출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오가며 아이를 돌보느라 많이 지친 뒤였다.

그는 아내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을 알아봤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휴직급여로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나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그냥 저는 회사 계속 다니고 있고요. 아내는 아이들 재우고 틈틈이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죠."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준다. 아이도 보고 급여도 받는다. 그런데 아빠들에게 조사를 해보면 육아휴직 쓰길 꺼리는 이유로 '돈 문제'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2014년 여성정책연구소 연구를 보면 아빠 육아휴직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로 '소득감소(41.9%)'가 꼽혔다. 휴직급여를 주긴 주는데, 너무 적다는 얘기다.

◆ 225만 원 vs 150만 원

숫자 몇 가지를 비교해 보자.

376만 32원. 3인 가족 기준,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중위소득이다.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이 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225만 6019원. 3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의 60%로, 최저생계비라 불린다. 통계청은 올해 발표한 소득분배 지표에서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빈곤율을 계산했다. 중위소득 60% 아래로는 빈곤 인구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174만 5150원. 올해 기준 1인 최저임금 월급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올랐다.

마지막으로 150만 원. 이 금액은 뭘까? 한국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액이다. 그나마 육아휴직 첫 3개월 동안의 상한액이 150만 원이다. 4개월 이후 9개월 동안은 상한액이 120만 원으로 내려간다. 김 씨의 경우 이 금액으로 4인 가족이 먹고살아야 한다. 최저생계비는커녕 한 사람의 최저 월급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말이다.


정부는 올 초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했다며 보도자료를 내놨다. 기존에는 급여 대체율이 통상임금의 40%였는데 올해부터 50%로 올랐다는 거다. 상한액은 앞서 설명한 대로 3개월까진 150만 원, 이후에는 120만 원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소득 감소로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던 근로자의 휴직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소득대체율은 80%에서 90%를 오간다. 노르웨이는 무려 100%에 육박한다. 소득 감소를 걱정할 일이 아예 없다.

중요한 건 상한액이다. 스웨덴은 연간 한도가 44만 7783크로나다. 우리 돈으로 5583만 원이다. 매월 460만 원가량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정도는 스웨덴 소득 근로자 가운데 상위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노르웨이는 월 수령 금액이 최대 9만 2576크로네로 정해져 있다. 우리 돈으로는 1264만 원이다. 물가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이 있어야 기저귀를 사고 밥을 먹는다. 돈이 있어야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돈은 아빠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정책의 기초다. 그 기초가 한국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 '못 먹는 떡' 아빠 보너스

정부가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겠다며 만든 제도가 있다.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다. 같은 자녀를 두고 부모가 차례로 휴직하면, 2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상한액을 250만 원으로 올린 제도다. 통상 맞벌이의 경우 아빠가 2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외벌이는 어째야 할까? 외벌이는 이 보너스제의 대상이 아니다. 2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할 맞벌이 배우자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기준 배우자가 있는 1,200만여 가구 가운데 맞벌이는 545만여 가구로 44.6%를 차지했다. 나머지 676만여 가구, 55.4%는 외벌이 가구였다. 정부가 만든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에서 제외되는 가구가 전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휴직 급여 인상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나라들은 대체로 소득대체율이 높다"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소득보전 강화와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편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려다 현실의 벽에 막힌 아빠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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