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개고기’ 옹호하는 외국인은? “돼지도 똑똑하고 친절”

입력 2019.07.15 (11:12) 수정 2019.07.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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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베이싱어 ‘개고기 반대’ 기자회견

한국 찾은 킴 베이싱어 "한국, 식용견 농장 있는 유일한 나라"

유명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방한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눈길을 끈 것은 한국에 온 목적입니다. 베이싱어는 '개고기 반대'를 외치러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방한 내내 국내 동물권 단체와 함께 한국의 '식용 개 도살'을 금지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베이싱어는 지난해 여름에도 미국 연예인들과 함께 미국 LA의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퍼포먼스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사실 해외, 특히 서양에서 줄곧 한국의 개 식용 문화는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 때 한 네덜란드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서는 개들을 잘 대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해외에 개고기에 대한 다른 목소리는 없을까요?

영국 가디언紙 ‘채스 뉴키-버든(Chas Newkey-Burden)’ 기고 글영국 가디언紙 ‘채스 뉴키-버든(Chas Newkey-Burden)’ 기고 글

英 가디언 "개는 똑똑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돼지도 그렇다."

지난해 2월 영국의 가디언지에는 '개를 먹는 한국인에게 불쾌함을 느낍니까?'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고가 실렸습니다. 채스 뉴키-버든(Chas Newkey-Burden)이라는 영국 저널리스트의 글입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개고기와 닭고기·소고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개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에서 위선과 약간의 인종 차별주의를 느꼈다"고 강하게 말합니다.

뉴키-버든은 개고기를 사고파는 과정이 끔찍하다고 인정합니다. 식용견이 평생을 갇혀 사는 철제 우리는 매우 좁고 그 밑에는 분변까지 모여 있다며 비인도적인 환경을 설명합니다. 더 좁은 철장에 들어가 시장에 옮겨진 뒤 결국 죽게 되는 개의 비참한 운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필자는 식용견이 겪는 일이 "서양에서 돼지나 다른 동물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매우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식용 돼지의 93%가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암퇘지의 60%는 체구보다 단 몇 센티미터 큰 우리에서 살아간다며, 게다가 농부들은 마취 없이 돼지의 꼬리를 자르거나 이빨을 갈아낸다고 설명합니다.

"개는 똑똑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돼지도 그렇다." 필자의 주장입니다. 뉴키-버든은 개고기와 다른 고기와의 도덕적인 차이는 없다며 글을 맺습니다.

CNN 존 서터(John Sutter) 기고 글CNN 존 서터(John Sutter) 기고 글

CNN 칼럼 "미국에서 1년에 120만 마리 개 안락사"

지난 2014년 CNN에 기고된 칼럼니스트 존 서터(John Sutter)의 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어떠한 도덕적 우위도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인들을 베이컨 도넛, 베이컨 파이, 심지어 베이컨 칵테일까지 마시는 '베이컨 중독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의 견공들도 그리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진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례로 "미국인들은 1년에 120만 마리의 개를 안락사시킨다"면서 "이게 개 식용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되묻습니다.

문화상대주의도 들고 나옵니다. "개가 친구인 것은 미국에서나 그렇다"며, 인도인들은 소를 신성시하고, 돼지를 먹는 일이 무슬림이나 유대인들에게는 금기시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반려' 동물만 먹는 것을 거부한다면 (동물)살해의 윤리성을 취향이나 변덕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개 도살·식용 반대 서울 도심 집회개 도살·식용 반대 서울 도심 집회

개 식용 찬반 매년 격돌.. 해법은?

매년 복날 즈음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격돌합니다.

올해 킴 베이싱어가 참석해 개 식용 반대를 외친 '2019 복날 추모 행동'에서는 폐사한 개의 모형이 등장했습니다. 근처에서는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을 막지 말라"며 집회와 함께 개고기 시식 행사를 벌였습니다. 개고기 옹호와 반대 측의 입장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한 동물권 단체가 전국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개 식용에 반대했습니다. 찬성 응답은 18.5%, 어느 쪽도 아니다는 35.5%로 나타났습니다. 동물권 단체의 설문조사인 점을 고려하고 봤을 때도 적지 않은 사람이 '개고기 금지론'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고기를 둘러싼 부정적인 해외 반응이 주로 국내에 소개된다는 생각에 이번 '글로벌 돋보기'를 기획해봤습니다. 수십 년을 이어온 논란인데다 양측 주장 모두 타당성이 있는 만큼 더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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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11:12:19
    • 수정2019-07-15 13:21:36
    글로벌 돋보기
킴 베이싱어 ‘개고기 반대’ 기자회견

한국 찾은 킴 베이싱어 "한국, 식용견 농장 있는 유일한 나라"

유명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방한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눈길을 끈 것은 한국에 온 목적입니다. 베이싱어는 '개고기 반대'를 외치러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방한 내내 국내 동물권 단체와 함께 한국의 '식용 개 도살'을 금지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베이싱어는 지난해 여름에도 미국 연예인들과 함께 미국 LA의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퍼포먼스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사실 해외, 특히 서양에서 줄곧 한국의 개 식용 문화는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 때 한 네덜란드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서는 개들을 잘 대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해외에 개고기에 대한 다른 목소리는 없을까요?

영국 가디언紙 ‘채스 뉴키-버든(Chas Newkey-Burden)’ 기고 글
英 가디언 "개는 똑똑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돼지도 그렇다."

지난해 2월 영국의 가디언지에는 '개를 먹는 한국인에게 불쾌함을 느낍니까?'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고가 실렸습니다. 채스 뉴키-버든(Chas Newkey-Burden)이라는 영국 저널리스트의 글입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개고기와 닭고기·소고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개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에서 위선과 약간의 인종 차별주의를 느꼈다"고 강하게 말합니다.

뉴키-버든은 개고기를 사고파는 과정이 끔찍하다고 인정합니다. 식용견이 평생을 갇혀 사는 철제 우리는 매우 좁고 그 밑에는 분변까지 모여 있다며 비인도적인 환경을 설명합니다. 더 좁은 철장에 들어가 시장에 옮겨진 뒤 결국 죽게 되는 개의 비참한 운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필자는 식용견이 겪는 일이 "서양에서 돼지나 다른 동물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매우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식용 돼지의 93%가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암퇘지의 60%는 체구보다 단 몇 센티미터 큰 우리에서 살아간다며, 게다가 농부들은 마취 없이 돼지의 꼬리를 자르거나 이빨을 갈아낸다고 설명합니다.

"개는 똑똑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돼지도 그렇다." 필자의 주장입니다. 뉴키-버든은 개고기와 다른 고기와의 도덕적인 차이는 없다며 글을 맺습니다.

CNN 존 서터(John Sutter) 기고 글
CNN 칼럼 "미국에서 1년에 120만 마리 개 안락사"

지난 2014년 CNN에 기고된 칼럼니스트 존 서터(John Sutter)의 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어떠한 도덕적 우위도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인들을 베이컨 도넛, 베이컨 파이, 심지어 베이컨 칵테일까지 마시는 '베이컨 중독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의 견공들도 그리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진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례로 "미국인들은 1년에 120만 마리의 개를 안락사시킨다"면서 "이게 개 식용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되묻습니다.

문화상대주의도 들고 나옵니다. "개가 친구인 것은 미국에서나 그렇다"며, 인도인들은 소를 신성시하고, 돼지를 먹는 일이 무슬림이나 유대인들에게는 금기시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반려' 동물만 먹는 것을 거부한다면 (동물)살해의 윤리성을 취향이나 변덕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개 도살·식용 반대 서울 도심 집회
개 식용 찬반 매년 격돌.. 해법은?

매년 복날 즈음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격돌합니다.

올해 킴 베이싱어가 참석해 개 식용 반대를 외친 '2019 복날 추모 행동'에서는 폐사한 개의 모형이 등장했습니다. 근처에서는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을 막지 말라"며 집회와 함께 개고기 시식 행사를 벌였습니다. 개고기 옹호와 반대 측의 입장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한 동물권 단체가 전국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개 식용에 반대했습니다. 찬성 응답은 18.5%, 어느 쪽도 아니다는 35.5%로 나타났습니다. 동물권 단체의 설문조사인 점을 고려하고 봤을 때도 적지 않은 사람이 '개고기 금지론'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고기를 둘러싼 부정적인 해외 반응이 주로 국내에 소개된다는 생각에 이번 '글로벌 돋보기'를 기획해봤습니다. 수십 년을 이어온 논란인데다 양측 주장 모두 타당성이 있는 만큼 더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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