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로 옮아가는 무역 보복…7~8월 한일 관계 시간표는?

입력 2019.07.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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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일 간의 갈등이 경제 문제에서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안보 물자를 수출할 때 깐깐한 절차가 필요할 정도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낙인을 찍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는 더 나아가 일본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체제'를 깨고 한국을 우방국에서 제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 7월과 8월 한국과 일본에 주어진 주요 분기점은 언제인지 살펴봤습니다.


7월 18일 :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중재위' 답변 시한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에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외교적 경로로 논의하자는 겁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 간에 분쟁이 생겼을 때, 먼저 외교 경로로 해결하고(3조 1항), 그게 안 되면 중재위를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3조 2항). 이마저도 한 나라가 거부할 경우, 3국을 통한 중재위를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3조 3항). 일본은 1항과 2항을 모두 요구한 뒤, 마지막 단계로 3항의 '제3국에 의한 중재위'를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요구로부터 한 달이 되는 7월 18일까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선 일본의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일방적인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외교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안을 일본이 받아들일 경우 청구권 협정 3조 1항인 외교적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가 중재위에 응답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삼고 2차 보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큽니다.

7월 21일 : 일본 참의원 선거

21일은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론 조사 결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전체 의석 124석의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다만 개헌안 발의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는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은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아베 정권은 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해 개헌안 발의선을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현재 한일 간 대화나 중재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한일 간의 협의나 미국의 중재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7월 24일 : 화이트리스트 의견 수렴 마감

일본은 이미 8월 중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7개 국가를 안보상 우호국으로 분류해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 개별 심사를 면제해왔습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매번 개별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첨단소재와 전자, 통신 등 1,100여 개의 품목이 당장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됩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면 일본은 우선 24일까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 각의 결정을 거쳐 공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21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할 수 있습니다. 빠르면 8월 15일, 늦어도 8월 말에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8월 15일 : 광복절 경축사

8월 15일 광복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옵니다.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당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제시 성격이 강했습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입장 표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과의 관계가 역대 최악인 만큼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메시지는 향후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8월 24일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시한

8월 24일은 한일 간 2~3급 군사 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연장 시한입니다. 두 나라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했고, 1년 마다 갱신하는데, 어느 한 국가가 연장을 원치 않을 경우 만기 90일 전에 알려야 합니다. 만기 90일 전이 바로 다음 달 24일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안보 우려국으로 규정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소미아 중단'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지소미아를 중단하겠다고 나설 경우 무역 제재가 단순히 경제를 넘어서 외교 안보 전반으로 확산되게 됩니다.

8월 중후반 :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8월 말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정령이 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가전, 전자 등 산업 전 분야로 수출 규제가 확대되고, 피해가 즉각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동북아 안보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일본과의 물밑 접촉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은 시간 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가 보복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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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로 옮아가는 무역 보복…7~8월 한일 관계 시간표는?
    • 입력 2019-07-15 14:40:33
    취재K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일 간의 갈등이 경제 문제에서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안보 물자를 수출할 때 깐깐한 절차가 필요할 정도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낙인을 찍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는 더 나아가 일본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체제'를 깨고 한국을 우방국에서 제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 7월과 8월 한국과 일본에 주어진 주요 분기점은 언제인지 살펴봤습니다.


7월 18일 :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중재위' 답변 시한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에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외교적 경로로 논의하자는 겁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 간에 분쟁이 생겼을 때, 먼저 외교 경로로 해결하고(3조 1항), 그게 안 되면 중재위를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3조 2항). 이마저도 한 나라가 거부할 경우, 3국을 통한 중재위를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3조 3항). 일본은 1항과 2항을 모두 요구한 뒤, 마지막 단계로 3항의 '제3국에 의한 중재위'를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요구로부터 한 달이 되는 7월 18일까지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선 일본의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일방적인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외교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안을 일본이 받아들일 경우 청구권 협정 3조 1항인 외교적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가 중재위에 응답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삼고 2차 보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큽니다.

7월 21일 : 일본 참의원 선거

21일은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론 조사 결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전체 의석 124석의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다만 개헌안 발의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는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은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아베 정권은 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해 개헌안 발의선을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현재 한일 간 대화나 중재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한일 간의 협의나 미국의 중재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7월 24일 : 화이트리스트 의견 수렴 마감

일본은 이미 8월 중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7개 국가를 안보상 우호국으로 분류해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 개별 심사를 면제해왔습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매번 개별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첨단소재와 전자, 통신 등 1,100여 개의 품목이 당장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됩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면 일본은 우선 24일까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 각의 결정을 거쳐 공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21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할 수 있습니다. 빠르면 8월 15일, 늦어도 8월 말에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8월 15일 : 광복절 경축사

8월 15일 광복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옵니다.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당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제시 성격이 강했습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입장 표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과의 관계가 역대 최악인 만큼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메시지는 향후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8월 24일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시한

8월 24일은 한일 간 2~3급 군사 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연장 시한입니다. 두 나라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했고, 1년 마다 갱신하는데, 어느 한 국가가 연장을 원치 않을 경우 만기 90일 전에 알려야 합니다. 만기 90일 전이 바로 다음 달 24일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안보 우려국으로 규정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소미아 중단'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지소미아를 중단하겠다고 나설 경우 무역 제재가 단순히 경제를 넘어서 외교 안보 전반으로 확산되게 됩니다.

8월 중후반 :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8월 말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정령이 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가전, 전자 등 산업 전 분야로 수출 규제가 확대되고, 피해가 즉각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동북아 안보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일본과의 물밑 접촉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은 시간 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가 보복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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