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직업이 거지?…구걸로 돈 버는 사람들

입력 2019.07.15 (18:06) 수정 2019.07.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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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사진을 준비해 오셨네요.

여기가 어디죠?

[답변]

이곳은 호주 멜버른의 한 번화갑니다.

백발의 여성이 길바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죠.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 여성은 호주 사람도, 진짜 거지도 아니었습니다.

호주로 돈을 벌러 온 중국 관광객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동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작은 통 안에는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요,

누군가 다가가 음식이 필요하냐고 묻자 돈으로 달라며 거절합니다.

[기자 : "물을 좀 드릴까요? 음식은요? 아, 현금만 원해요?"]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찍지 말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일부는 황급히 자리를 뜨고 도망갑니다.

[앵커]

그러니깐 이 사람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이 아니었다는 거죠?

[답변]

맞습니다.

관광 비자로 입국한 중국 관광객들로 확인됐고요.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하철역 등에서 동냥해 돈을 버는 이른바 '직업 거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은 모두 7명입니다.

연령대는 60대에서 70대까지였고요,

이들 모두 한 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랜든 노틀/구세군 소장 : "그들은 중국으로 돌아갈 항공권이 필요하다고 속였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 80만 원과 중국 돈으로 바꾼 영수증 등을 증거로 확보했는데요,

일단 사기 혐의로 기소한 상태인데, 국외 추방도 검토 중입니다.

[앵커]

호주에서는 구걸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의 경우, 엄연한 범죄 행윕니다.

최대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붙잡힌 중국인들이 불법인지를 몰랐을 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머나먼 호주까지 간 이유가 뭔가요?

[답변]

아주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오바니 트라바글리니/호주 빅토리아주 경찰 :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집도 있고, 살아갈 능력이 되는데 선량한 멜버른 시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멜버른 구세군에 따르면 이들이 하루에 동냥해서 버는 돈은 35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선이었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주로 여성이나 관광객에게 접근해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직업 거지'가 흔하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4월에 거짓 동냥을 하다 기소된 한 부부는 고급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직업 거지들은 최근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태국에서도 일당 6명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방콕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구걸했는데, 한 사람당 하루 수입이 평균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두바이와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중국인 직업 거지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범죄 조직과 연루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앵커]

중국에선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장애인이나 환자 행세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인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한 NGO 단체에 따르면, 도심 내 걸인 중 90%가 가짜라고 합니다.

영국 정부도 '가짜' 노숙인으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셔에선 하루에 약 6백 명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데요.

경찰들은 노숙인 가운데 80%가 잘 곳이 있는, 즉 집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케임브리지셔 경찰 : "주말의 경우 어쩌다 한 번은 하룻밤에 200 유로(약 26만 원)도 거뜬히 벌어갑니다."]

런던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이 때문에, 정말로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가짜 거지가 넘쳐나다 보니, 구걸하는 여행자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명 '베그패커'가 그들입니다.

구걸한다는 뜻의 beg와 배낭여행자를 뜻하는 backpacker가 더해진 말입니다.

이들은 구걸 행위를 통해 모은 돈으로 숙박과 교통, 식사 등 여행 경비 전반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베그패커들이 구걸하는 유형을 살펴보면요.

도와달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물건을 팔기도 합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버스킹도 대셉니다.

하지만 관광 비자로 들어와 돈을 버는 행위는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배낭여행자 행세를 하며 번 돈으로 호화 생활을 경우도 있다는 건데요.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중이던 한 러시아 부부가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공중으로 던졌다가 체포됐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험에 빠뜨렸던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여행 경비를 더 많이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 호주에서 가짜 걸인 행세를 하다 붙잡힌 사건이 중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논평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겅솽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현지 법과 규정을 준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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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직업이 거지?…구걸로 돈 버는 사람들
    • 입력 2019-07-15 18:13:37
    • 수정2019-07-15 18: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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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사진을 준비해 오셨네요.

여기가 어디죠?

[답변]

이곳은 호주 멜버른의 한 번화갑니다.

백발의 여성이 길바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죠.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 여성은 호주 사람도, 진짜 거지도 아니었습니다.

호주로 돈을 벌러 온 중국 관광객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동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작은 통 안에는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요,

누군가 다가가 음식이 필요하냐고 묻자 돈으로 달라며 거절합니다.

[기자 : "물을 좀 드릴까요? 음식은요? 아, 현금만 원해요?"]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찍지 말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일부는 황급히 자리를 뜨고 도망갑니다.

[앵커]

그러니깐 이 사람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이 아니었다는 거죠?

[답변]

맞습니다.

관광 비자로 입국한 중국 관광객들로 확인됐고요.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하철역 등에서 동냥해 돈을 버는 이른바 '직업 거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은 모두 7명입니다.

연령대는 60대에서 70대까지였고요,

이들 모두 한 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랜든 노틀/구세군 소장 : "그들은 중국으로 돌아갈 항공권이 필요하다고 속였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 80만 원과 중국 돈으로 바꾼 영수증 등을 증거로 확보했는데요,

일단 사기 혐의로 기소한 상태인데, 국외 추방도 검토 중입니다.

[앵커]

호주에서는 구걸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의 경우, 엄연한 범죄 행윕니다.

최대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붙잡힌 중국인들이 불법인지를 몰랐을 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머나먼 호주까지 간 이유가 뭔가요?

[답변]

아주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오바니 트라바글리니/호주 빅토리아주 경찰 :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집도 있고, 살아갈 능력이 되는데 선량한 멜버른 시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멜버른 구세군에 따르면 이들이 하루에 동냥해서 버는 돈은 35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선이었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주로 여성이나 관광객에게 접근해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직업 거지'가 흔하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4월에 거짓 동냥을 하다 기소된 한 부부는 고급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직업 거지들은 최근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태국에서도 일당 6명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방콕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구걸했는데, 한 사람당 하루 수입이 평균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두바이와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중국인 직업 거지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범죄 조직과 연루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앵커]

중국에선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장애인이나 환자 행세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인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한 NGO 단체에 따르면, 도심 내 걸인 중 90%가 가짜라고 합니다.

영국 정부도 '가짜' 노숙인으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셔에선 하루에 약 6백 명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데요.

경찰들은 노숙인 가운데 80%가 잘 곳이 있는, 즉 집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케임브리지셔 경찰 : "주말의 경우 어쩌다 한 번은 하룻밤에 200 유로(약 26만 원)도 거뜬히 벌어갑니다."]

런던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이 때문에, 정말로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가짜 거지가 넘쳐나다 보니, 구걸하는 여행자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명 '베그패커'가 그들입니다.

구걸한다는 뜻의 beg와 배낭여행자를 뜻하는 backpacker가 더해진 말입니다.

이들은 구걸 행위를 통해 모은 돈으로 숙박과 교통, 식사 등 여행 경비 전반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베그패커들이 구걸하는 유형을 살펴보면요.

도와달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물건을 팔기도 합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버스킹도 대셉니다.

하지만 관광 비자로 들어와 돈을 버는 행위는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배낭여행자 행세를 하며 번 돈으로 호화 생활을 경우도 있다는 건데요.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중이던 한 러시아 부부가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공중으로 던졌다가 체포됐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험에 빠뜨렸던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여행 경비를 더 많이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 호주에서 가짜 걸인 행세를 하다 붙잡힌 사건이 중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논평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겅솽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현지 법과 규정을 준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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