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도 검토”…‘로키’였던 靑 이젠 ‘데프콘’?

입력 2019.07.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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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의 열두 척의 배, 국채보상운동, '죽창가'..

이순신 장군과 열두 척의 배. 국채보상운동 그리고 '죽창가'까지. 지금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청와대에서 지난주부터 쏟아진 말들입니다.

포문은 문 대통령이 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라남도 무안에서 열린 '블루 이코노미' 보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 얘기를 꺼냈는데요. 당초 원고엔 없던 말이었습니다.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12일, 문 대통령-

이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제 시대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조국 청와대 민정 수석은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소개했습니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대통령부터 청와대 주요 참모진들이 일제히 꺼낸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리 정부가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국론 분열이나 반사 이익을 꾀한다면 제1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국가 지도자가 문제 해결의 방법을 민족주의적 감성, 반일 감정의 확대에서 찾으려 한다면 큰 잘못이다…민족 감정 호소는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진짜 센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靑 '대국민 담화'도 검토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청와대 분위기는 뭐랄까요. 조국 수석이 올린 '죽창가' 노래 가사처럼 엄중하고,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돕니다. 한판 '대결'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처럼요. 기자들 사이에선 "이러다 청와대에서 '죽창가' 부르며 회의 시작하는 건가" 하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세 번째 대일 경고 메시지도 기자들 예상보다 수위가 훨씬 높았습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둡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문 대통령 발언은 전혀 센 발언이 아니다. 진짜 강경한 발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한 말입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는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았지만, 일본이 실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실행하면, 이보다 더 강한 대통령 메시지는 물론 '강경 대응' '맞대응' 단계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언급도 이미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
-문 대통령 (8일, 수석·보좌관 회의) -


靑 초기 대응은 '로키(low key)'‥'안이한 대응' 비판도

그러나 이번 사태 초반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청와대 초기 대응은 "로키(low key), 절제된 대응으로 간다"였거든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엔 한일 간 대화가 재개될 거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강제 징용 판결은 핑계일 뿐 일본의 진짜 목적은 한국 경제와 산업 전체를 견제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 아니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청와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文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日 응답하나?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습니다…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전례없이 강하게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막판까지 외교적 해법으로 풀자는 제안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만든 기금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기금안'을 제안했는데 일본은 이를 거부했죠.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적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건의 발단이 된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이 대화에 나선다면 좀 더 유연하게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 강제 징용 중재위원회 구성까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실무진에선 결정할 순 없고, 문 대통령이 최종 판단할 문제인데, 모든 건 일본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나서면서 한일 간 한판 '경제 전쟁'으로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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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국민 담화도 검토”…‘로키’였던 靑 이젠 ‘데프콘’?
    • 입력 2019-07-16 17:00:13
    취재K
■ 충무공의 열두 척의 배, 국채보상운동, '죽창가'..

이순신 장군과 열두 척의 배. 국채보상운동 그리고 '죽창가'까지. 지금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청와대에서 지난주부터 쏟아진 말들입니다.

포문은 문 대통령이 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라남도 무안에서 열린 '블루 이코노미' 보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 얘기를 꺼냈는데요. 당초 원고엔 없던 말이었습니다.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12일, 문 대통령-

이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제 시대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조국 청와대 민정 수석은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소개했습니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대통령부터 청와대 주요 참모진들이 일제히 꺼낸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리 정부가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국론 분열이나 반사 이익을 꾀한다면 제1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국가 지도자가 문제 해결의 방법을 민족주의적 감성, 반일 감정의 확대에서 찾으려 한다면 큰 잘못이다…민족 감정 호소는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진짜 센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靑 '대국민 담화'도 검토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청와대 분위기는 뭐랄까요. 조국 수석이 올린 '죽창가' 노래 가사처럼 엄중하고,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돕니다. 한판 '대결'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처럼요. 기자들 사이에선 "이러다 청와대에서 '죽창가' 부르며 회의 시작하는 건가" 하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세 번째 대일 경고 메시지도 기자들 예상보다 수위가 훨씬 높았습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둡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문 대통령 발언은 전혀 센 발언이 아니다. 진짜 강경한 발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한 말입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는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았지만, 일본이 실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실행하면, 이보다 더 강한 대통령 메시지는 물론 '강경 대응' '맞대응' 단계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언급도 이미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
-문 대통령 (8일, 수석·보좌관 회의) -


靑 초기 대응은 '로키(low key)'‥'안이한 대응' 비판도

그러나 이번 사태 초반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청와대 초기 대응은 "로키(low key), 절제된 대응으로 간다"였거든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엔 한일 간 대화가 재개될 거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강제 징용 판결은 핑계일 뿐 일본의 진짜 목적은 한국 경제와 산업 전체를 견제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 아니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청와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文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日 응답하나?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습니다…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전례없이 강하게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막판까지 외교적 해법으로 풀자는 제안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만든 기금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기금안'을 제안했는데 일본은 이를 거부했죠.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적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건의 발단이 된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이 대화에 나선다면 좀 더 유연하게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 강제 징용 중재위원회 구성까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실무진에선 결정할 순 없고, 문 대통령이 최종 판단할 문제인데, 모든 건 일본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일본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나서면서 한일 간 한판 '경제 전쟁'으로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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