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다른 북미…이번 주 실무협상 가능할까?

입력 2019.07.17 (15:47) 수정 2019.07.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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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이 깜짝 회담을 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2~3주 이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협상 시작 시점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 이후 셋째 주에 접어드는 이번 주까지도 실무협상 시작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주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한미 훈련하면 협상에 영향"…미국 "협상 재개 고대"

북한은 오히려 어제(16일)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동맹 19-2'를 비난하며 군사연습이 현실화한다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는 지난해까지 실시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대체하는 새 훈련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성격의 연합지휘소(CPX) 연습입니다. 실제 병력을 가동해 북한에 위협을 가하는 형식이 아닌 데다, "방어 중심 훈련으로, 별도의 반격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국방부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기 싸움' 아니겠냐고 분석합니다. 바꿔 말하면, 실무협상에 나설 계획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협상 재개를 고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과 여유'를 언급했습니다. 정상 간의 합의인 만큼 북측이 응답을 해오겠지만, 실무협상 재개 시점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 최종단계' 여전히 다른 셈법

실무협상을 앞두고 지금은 북미 양쪽 모두 협상에서 내놓을 입장을 재정비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양쪽 모두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때보다는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협상 진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무부는 '핵 동결'을 '비핵화의 입구'로 재정의했습니다. 비핵화의 시작점을 '동결'로 제시해 단계적 접근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최종목표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핵 생산과 제조 시설, 탄도미사일 등에 대해 신고, 폐기, 검증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30일 북미 판문점 회동 (사진출처:연합뉴스)지난달 30일 북미 판문점 회동 (사진출처:연합뉴스)

WMD의 비핵화는 북한이 지속해서 거부해왔고, 앞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미래 핵에 해당하는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고, 두 번째 단계로 현재 핵에 해당하는 영변이나 주변 시설들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과거 핵에 해당하는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즉 북한이 이미 가진 대량살상무기(WMD)는 추후 논의하자는 게 김정은 위원장의 '셈법'"이라는 겁니다.

영변·강선 등 북한 핵 시설과 연구소 등 분포도영변·강선 등 북한 핵 시설과 연구소 등 분포도

단계적 이행에 포괄적 합의, 가능할까?

이제까지 나온 안만 보면, 현재까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각각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실무협상이 섣불리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핵화의 범위에 대해서는 미국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행은 단계적으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어도 비핵화의 범위나 과정에 대한 합의는 일괄 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협상 개최 시점에 연연하는 것보다 어떤 콘텐츠로 양측이 협상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가능하면 북한을 설득해서 포괄적 합의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의 대가로 어떤 상응 조치를 제시할지, 이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지, 그리고 양측이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지 등이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협상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이오 "창의적인 안" 강조…북한, 고심 중인 듯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현지시각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이 처음에 없던 아이디어를 갖고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약간 더 창의적일 수 있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에서 상응 조치로 북한 내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었는데, 실무 협상 전 북한이 호응할 만한 것을 미국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직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안에라도 개최된다면 고위급 회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달 초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미 간 의제 조율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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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셈법’ 다른 북미…이번 주 실무협상 가능할까?
    • 입력 2019-07-17 15:47:45
    • 수정2019-07-17 15:51:54
    취재K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이 깜짝 회담을 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2~3주 이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협상 시작 시점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 이후 셋째 주에 접어드는 이번 주까지도 실무협상 시작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주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한미 훈련하면 협상에 영향"…미국 "협상 재개 고대"

북한은 오히려 어제(16일)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동맹 19-2'를 비난하며 군사연습이 현실화한다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는 지난해까지 실시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대체하는 새 훈련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성격의 연합지휘소(CPX) 연습입니다. 실제 병력을 가동해 북한에 위협을 가하는 형식이 아닌 데다, "방어 중심 훈련으로, 별도의 반격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국방부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기 싸움' 아니겠냐고 분석합니다. 바꿔 말하면, 실무협상에 나설 계획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협상 재개를 고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과 여유'를 언급했습니다. 정상 간의 합의인 만큼 북측이 응답을 해오겠지만, 실무협상 재개 시점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 최종단계' 여전히 다른 셈법

실무협상을 앞두고 지금은 북미 양쪽 모두 협상에서 내놓을 입장을 재정비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양쪽 모두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때보다는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협상 진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무부는 '핵 동결'을 '비핵화의 입구'로 재정의했습니다. 비핵화의 시작점을 '동결'로 제시해 단계적 접근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최종목표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핵 생산과 제조 시설, 탄도미사일 등에 대해 신고, 폐기, 검증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30일 북미 판문점 회동 (사진출처:연합뉴스)
WMD의 비핵화는 북한이 지속해서 거부해왔고, 앞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미래 핵에 해당하는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고, 두 번째 단계로 현재 핵에 해당하는 영변이나 주변 시설들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과거 핵에 해당하는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즉 북한이 이미 가진 대량살상무기(WMD)는 추후 논의하자는 게 김정은 위원장의 '셈법'"이라는 겁니다.

영변·강선 등 북한 핵 시설과 연구소 등 분포도
단계적 이행에 포괄적 합의, 가능할까?

이제까지 나온 안만 보면, 현재까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각각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실무협상이 섣불리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핵화의 범위에 대해서는 미국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행은 단계적으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어도 비핵화의 범위나 과정에 대한 합의는 일괄 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협상 개최 시점에 연연하는 것보다 어떤 콘텐츠로 양측이 협상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가능하면 북한을 설득해서 포괄적 합의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의 대가로 어떤 상응 조치를 제시할지, 이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지, 그리고 양측이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지 등이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협상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이오 "창의적인 안" 강조…북한, 고심 중인 듯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현지시각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이 처음에 없던 아이디어를 갖고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약간 더 창의적일 수 있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에서 상응 조치로 북한 내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었는데, 실무 협상 전 북한이 호응할 만한 것을 미국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직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안에라도 개최된다면 고위급 회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달 초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미 간 의제 조율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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