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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서해 잠망경’ 소동
입력 2019.07.17 (19:45) 수정 2019.07.17 (22:44) 취재K
5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서해 잠망경’ 소동
*본 기사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군 발표 내용, 취재 내용 등을 종합해 재구성했음*

오늘(17일) 오전 6시 40분쯤, 교대 시간을 1시간여 앞두고 서해안고속도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경찰관 A 씨는 충남 당진시 서해안고속도로에 있는 행담도 휴게소 인근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를 보던 A 씨의 시야에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휴게소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서해대교 아래 해상에서 낯선 물체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북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30분 동안 이 수상한 물체를 관측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자 경찰관 A 씨는 7시 11분쯤, 112상황실에 '미상 물체가 해상에 보인다'고 신고했다. 112상황실에서는 A 씨에게 어떻게 생긴 물체인지 묘사해달라고 했고, A 씨는 '잠망경 같다'고 말했다.

112상황실로부터 신고 내역을 전파받은 충남지방경찰청은 오전 7시 17분쯤 육군 32사단에 '경찰 순찰대원이 행담도 휴게소에서 당시 500m 이격된(떨어진) 서해대교 하단 해상에서 잠망경 추정 물체를 육안으로 식별해 신고했다'고 전달했다. 해당 부대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7시 30분쯤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고,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은 각각 7시 44분과 7시 46분에 보고를 받았다.

상황을 접수한 군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만약 신고 내용대로 '잠망경 추정 물체'가 맞다면, 정체불명의 잠수함이 서해 깊숙이 침투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즉각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상황 평가회의'를 연 뒤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해상과 해안에 대한 수색 정찰 작전 등을 전개했다.

오전 8시 30분, 합참은 '오늘 아침,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망경 추정 물체 신고를 접수하여 현재 확인·조치 중에 있다'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10시 45분쯤에는 '군은 수중침투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작전을 전개하고 있고 인근지·해역에 대한 수색정찰 및 차단작전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신고자 조사는 물론 신고 현장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하는 등 지역합동정보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잠망경 추정 물체'가 북한 잠수함일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도 군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의 해역과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잠수함이 드나들기 어려운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현장의 수심은 6미터 정도로 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수심이 얕았다. 또 수로 환경이 복잡한데다 일대에 여러 개의 '어망 부표'가 설치돼 있어 잠수함이 진입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군 당국도 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해상 일대를 다중 차단하고 정밀 수색을 실시했지만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안에 대안 정밀수색 정찰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레이더를 포함한 각종 감시 장비에 녹화된 영상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신고자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의문점은 쉽게 풀렸다. 조사 과정에서 지역 어촌계장이 최초 신고자인 경찰관에게 어망 부표 사진을 보여주자, 이 경찰관이 '(내가 본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군 당국은 신고 내용에 대공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해 상황을 종료했다. 이 때 시각이 오후 12시 8분. '잠망경 신고'가 5시간 만에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군 당국은 오후 1시 30분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고, 이후 비공개 브리핑에서도 군의 조치 사항을 비교적 상세히 기자들에게 알렸다.

결론적으로 대공혐의점이 없는 사안이었는데 군이 너무 상세하게 상황을 알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기자들 사이에서는 나왔다. 이에 군은 "병력이 출동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고 언론도 알게 될 여지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이처럼 공지한다"며 "은폐·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은) 최근의 상황 등을 감안하고 정확히 알리는 측면에서 알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수상자 허위 자수 사건 등으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아예 선제적으로 신고 내용과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세세히 공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얘기다. 일련의 사건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군이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적시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등 일종의 '공보 작전 실패'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는 시각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프닝처럼 잠망경으로 추정된다는 신고는 종종 군에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들이 밤에 달빛이나 등대에 비친 특정 물체를 보고 오인 신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최종 확인까지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군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과 관련해선 이 같은 오인 신고 내용도 대공 혐의점의 징후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선제적이고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 5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서해 잠망경’ 소동
    • 입력 2019.07.17 (19:45)
    • 수정 2019.07.17 (22:44)
    취재K
5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서해 잠망경’ 소동
*본 기사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군 발표 내용, 취재 내용 등을 종합해 재구성했음*

오늘(17일) 오전 6시 40분쯤, 교대 시간을 1시간여 앞두고 서해안고속도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경찰관 A 씨는 충남 당진시 서해안고속도로에 있는 행담도 휴게소 인근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를 보던 A 씨의 시야에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휴게소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서해대교 아래 해상에서 낯선 물체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북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30분 동안 이 수상한 물체를 관측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자 경찰관 A 씨는 7시 11분쯤, 112상황실에 '미상 물체가 해상에 보인다'고 신고했다. 112상황실에서는 A 씨에게 어떻게 생긴 물체인지 묘사해달라고 했고, A 씨는 '잠망경 같다'고 말했다.

112상황실로부터 신고 내역을 전파받은 충남지방경찰청은 오전 7시 17분쯤 육군 32사단에 '경찰 순찰대원이 행담도 휴게소에서 당시 500m 이격된(떨어진) 서해대교 하단 해상에서 잠망경 추정 물체를 육안으로 식별해 신고했다'고 전달했다. 해당 부대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7시 30분쯤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고,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은 각각 7시 44분과 7시 46분에 보고를 받았다.

상황을 접수한 군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만약 신고 내용대로 '잠망경 추정 물체'가 맞다면, 정체불명의 잠수함이 서해 깊숙이 침투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즉각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상황 평가회의'를 연 뒤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해상과 해안에 대한 수색 정찰 작전 등을 전개했다.

오전 8시 30분, 합참은 '오늘 아침,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망경 추정 물체 신고를 접수하여 현재 확인·조치 중에 있다'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10시 45분쯤에는 '군은 수중침투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작전을 전개하고 있고 인근지·해역에 대한 수색정찰 및 차단작전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신고자 조사는 물론 신고 현장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하는 등 지역합동정보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잠망경 추정 물체'가 북한 잠수함일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도 군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의 해역과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잠수함이 드나들기 어려운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현장의 수심은 6미터 정도로 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수심이 얕았다. 또 수로 환경이 복잡한데다 일대에 여러 개의 '어망 부표'가 설치돼 있어 잠수함이 진입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군 당국도 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해상 일대를 다중 차단하고 정밀 수색을 실시했지만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안에 대안 정밀수색 정찰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레이더를 포함한 각종 감시 장비에 녹화된 영상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신고자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의문점은 쉽게 풀렸다. 조사 과정에서 지역 어촌계장이 최초 신고자인 경찰관에게 어망 부표 사진을 보여주자, 이 경찰관이 '(내가 본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군 당국은 신고 내용에 대공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해 상황을 종료했다. 이 때 시각이 오후 12시 8분. '잠망경 신고'가 5시간 만에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군 당국은 오후 1시 30분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고, 이후 비공개 브리핑에서도 군의 조치 사항을 비교적 상세히 기자들에게 알렸다.

결론적으로 대공혐의점이 없는 사안이었는데 군이 너무 상세하게 상황을 알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기자들 사이에서는 나왔다. 이에 군은 "병력이 출동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고 언론도 알게 될 여지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이처럼 공지한다"며 "은폐·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은) 최근의 상황 등을 감안하고 정확히 알리는 측면에서 알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수상자 허위 자수 사건 등으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아예 선제적으로 신고 내용과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세세히 공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얘기다. 일련의 사건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군이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적시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등 일종의 '공보 작전 실패'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는 시각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프닝처럼 잠망경으로 추정된다는 신고는 종종 군에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들이 밤에 달빛이나 등대에 비친 특정 물체를 보고 오인 신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최종 확인까지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군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과 관련해선 이 같은 오인 신고 내용도 대공 혐의점의 징후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선제적이고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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