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600만원 보관한 밥솥 버렸다가…밥솥의 행방은?

입력 2019.07.18 (08:32) 수정 2019.07.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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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고장난 가전제품들, 어디다 어떻게 버리십니까?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분리수거 등을 해서 내놓으면 업체들이 방문해 수거해 가죠.

그런데 그 속에 혹시 뭔가를 보관해 뒀다 그대로 내다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시 귀중품이라면...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고장난 밥솥에 넣어둔 건 천6백만 원의 현금이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강릉의 한 시장 옆, 쓰레기 집하장입니다.

일반 쓰레기부터 재활용, 폐가전제품 등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인데요.

자, 여기서 쓰레기를 내다 버리다가 나도 모르게 귀중품을 함께 버렸다면, 되찾을 수 있을까요?

[시민 : "한 번 돈 50만 원을 잃어 버렸어요. (신고할) 생각은 안 했고, 신고해도 어디 가서 찾아요. 누가 주워서 (돌려) 주나요?"]

[최남숙/강릉시 노암동 : "쓰레기 더미에 들어갔으면 그게 어디로 흘러갔는지 제 생각에는 장담은 못 하겠어요. 찾으리라는 장담은 못하겠어요."]

[신혜림/강릉시 교동 : "어떻게 찾을 방법도 없고, 생각도 안할 것 같아요. 그냥 잃어버렸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자,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근에 사는 A 씨는 지난 4일 오전, 고장 나서 쓰지 않는 전기밥솥 보이시죠? 이렇게 쓰레기 집하장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새로운 밥솥을 사러 간 A씨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쓰레기 집하장에 버린 고장난 밥솥 안에 현금 1600만 원을 넣어 뒀던 게 뒤늦게 기억난 겁니다.

[A씨/분실 신고자/음성변조 : "며칠 동안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 어이없어서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2년을 꼬박 모은 적금을 찾아 잠시 넣어 뒀다가 깜박하고는 밥솥을 내다 버린 겁니다.

그제야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한 A씨.

하지만 이미 밥솥을 내다 버린 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일단 금액이 많고 신고자 분도 거의 자포자기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서 큰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많이 자책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애타게 찾을 거 아니예요, 속으로는. 그래서 그 마음을 헤아려서 일단은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일단 일주일 전, A 씨가 밥솥을 버린 이 쓰레기 집하장이 추적의 출발점입니다.

이렇게 A씨가 밥솥을 버린 것은 확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A씨가 떠나고 30분여 뒤, 흰색 트럭 한 대가 집하장 앞에 서더니, 한 남성이 폐지를 싣습니다.

잠시 뒤, A씨가 버리고 간 문제의 밥솥이 트럭에 실려 떠납니다.

'누가' 가져간지는 포착된 겁니다.

자, 이제는 어디로 간 건지를 알아내야 했는데요.

해당 집하장은 정해진 수거업체가 따로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수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서 쓰레기가 좀 많이 나와요.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나오니까 지나가다가 눈에 띄면 운 좋으면 싣고 가고 그런 데거든."]

안타깝게도 CCTV에는 차량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는 상황. 경찰은 이 하얀 트럭 뒤를 쫓기로 했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주변에 있는 CCTV를 다 확인했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CCTV는 다 확인하고 차량의 이동 동선이라든지 방향, 그렇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폐지와 재활용 쓰레기를 한가득 싣고 떠나는 트럭이 가는 길을 따라 CCTV를 분석하는 데만 닷새가 걸렸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밥솥을 버린 지) 일주일이 지났고, 저희가 수사하는 과정도 5일이 걸렸기 때문에 혹시나 파손된다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든지 그럴 가능성도 있어서 저희도 반신반의하면서 갔습니다."]

트럭의 동선을 따라 주변 고물상들을 뒤진 끝에 A씨가 버린 밥솥이 드디어 발견됐습니다.

A씨의 집에서 무려 15km 떨어진 곳, 과연 돈은 있었을까요?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반신반의했는데 진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밥통 열어보는 순간 돈 봉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밥솥 안에는 봉투 네 개에 나눠 담은 현금 1600만 원이 한 푼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밥솥을 버린 지 무려 열하루나 지났는데 말입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고물상 주인이) 밥통을 수거하시고 몸이 좀 불편하셔서 병원 진료를 받았나 봐요. 그래서 분리작업을 하셔야 되는데 분리 작업을 못 한 상태에서 야적장에 두신 거죠."]

경찰의 끈질긴 수사는 물론 행운까지 겹쳤다고 하는데요.

밥솥을 버린 뒤 11일, 그 사이 또다른 업체로 옮겨져 폐기됐거나 누군가가 뚜껑을 열어 봤다면, 과연 잃어버린 현금 다발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A씨/분실 신고자/음성변조 : "한순간 없어져 버릴 돈도 됐을 텐데 이걸 다시 찾았다는 것도 너무 기적 같고 정말 고마워요."]

[주유정/강릉시 홍제동 : "그분이 좋은 일을 하셔서 행운이 돌아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 신기하게 느껴져요."]

[신혜림/강릉시 교동 : "경찰 분들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나의 일처럼 같이 찾아 줬다는 게 시민의 입장에서는 되게 감사함 많이 느끼는 그런 일 같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사례를 극구 사양하는 경찰에게 A씨는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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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8 08:33:00
    • 수정2019-07-18 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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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가전제품들, 어디다 어떻게 버리십니까?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분리수거 등을 해서 내놓으면 업체들이 방문해 수거해 가죠.

그런데 그 속에 혹시 뭔가를 보관해 뒀다 그대로 내다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시 귀중품이라면...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고장난 밥솥에 넣어둔 건 천6백만 원의 현금이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강원도 강릉의 한 시장 옆, 쓰레기 집하장입니다.

일반 쓰레기부터 재활용, 폐가전제품 등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인데요.

자, 여기서 쓰레기를 내다 버리다가 나도 모르게 귀중품을 함께 버렸다면, 되찾을 수 있을까요?

[시민 : "한 번 돈 50만 원을 잃어 버렸어요. (신고할) 생각은 안 했고, 신고해도 어디 가서 찾아요. 누가 주워서 (돌려) 주나요?"]

[최남숙/강릉시 노암동 : "쓰레기 더미에 들어갔으면 그게 어디로 흘러갔는지 제 생각에는 장담은 못 하겠어요. 찾으리라는 장담은 못하겠어요."]

[신혜림/강릉시 교동 : "어떻게 찾을 방법도 없고, 생각도 안할 것 같아요. 그냥 잃어버렸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자,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근에 사는 A 씨는 지난 4일 오전, 고장 나서 쓰지 않는 전기밥솥 보이시죠? 이렇게 쓰레기 집하장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새로운 밥솥을 사러 간 A씨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쓰레기 집하장에 버린 고장난 밥솥 안에 현금 1600만 원을 넣어 뒀던 게 뒤늦게 기억난 겁니다.

[A씨/분실 신고자/음성변조 : "며칠 동안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 어이없어서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2년을 꼬박 모은 적금을 찾아 잠시 넣어 뒀다가 깜박하고는 밥솥을 내다 버린 겁니다.

그제야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한 A씨.

하지만 이미 밥솥을 내다 버린 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일단 금액이 많고 신고자 분도 거의 자포자기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서 큰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많이 자책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애타게 찾을 거 아니예요, 속으로는. 그래서 그 마음을 헤아려서 일단은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일단 일주일 전, A 씨가 밥솥을 버린 이 쓰레기 집하장이 추적의 출발점입니다.

이렇게 A씨가 밥솥을 버린 것은 확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A씨가 떠나고 30분여 뒤, 흰색 트럭 한 대가 집하장 앞에 서더니, 한 남성이 폐지를 싣습니다.

잠시 뒤, A씨가 버리고 간 문제의 밥솥이 트럭에 실려 떠납니다.

'누가' 가져간지는 포착된 겁니다.

자, 이제는 어디로 간 건지를 알아내야 했는데요.

해당 집하장은 정해진 수거업체가 따로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수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서 쓰레기가 좀 많이 나와요.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나오니까 지나가다가 눈에 띄면 운 좋으면 싣고 가고 그런 데거든."]

안타깝게도 CCTV에는 차량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는 상황. 경찰은 이 하얀 트럭 뒤를 쫓기로 했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주변에 있는 CCTV를 다 확인했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CCTV는 다 확인하고 차량의 이동 동선이라든지 방향, 그렇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폐지와 재활용 쓰레기를 한가득 싣고 떠나는 트럭이 가는 길을 따라 CCTV를 분석하는 데만 닷새가 걸렸습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밥솥을 버린 지) 일주일이 지났고, 저희가 수사하는 과정도 5일이 걸렸기 때문에 혹시나 파손된다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든지 그럴 가능성도 있어서 저희도 반신반의하면서 갔습니다."]

트럭의 동선을 따라 주변 고물상들을 뒤진 끝에 A씨가 버린 밥솥이 드디어 발견됐습니다.

A씨의 집에서 무려 15km 떨어진 곳, 과연 돈은 있었을까요?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반신반의했는데 진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밥통 열어보는 순간 돈 봉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밥솥 안에는 봉투 네 개에 나눠 담은 현금 1600만 원이 한 푼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밥솥을 버린 지 무려 열하루나 지났는데 말입니다.

[최종웅/강릉경찰서 형사과 경사 : "(고물상 주인이) 밥통을 수거하시고 몸이 좀 불편하셔서 병원 진료를 받았나 봐요. 그래서 분리작업을 하셔야 되는데 분리 작업을 못 한 상태에서 야적장에 두신 거죠."]

경찰의 끈질긴 수사는 물론 행운까지 겹쳤다고 하는데요.

밥솥을 버린 뒤 11일, 그 사이 또다른 업체로 옮겨져 폐기됐거나 누군가가 뚜껑을 열어 봤다면, 과연 잃어버린 현금 다발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A씨/분실 신고자/음성변조 : "한순간 없어져 버릴 돈도 됐을 텐데 이걸 다시 찾았다는 것도 너무 기적 같고 정말 고마워요."]

[주유정/강릉시 홍제동 : "그분이 좋은 일을 하셔서 행운이 돌아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 신기하게 느껴져요."]

[신혜림/강릉시 교동 : "경찰 분들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나의 일처럼 같이 찾아 줬다는 게 시민의 입장에서는 되게 감사함 많이 느끼는 그런 일 같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사례를 극구 사양하는 경찰에게 A씨는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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