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부왜(附倭)”…조선·중앙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입력 2019.07.20 (08:02) 수정 2019.07.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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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의 이야기를 스피커 역할로 보도한 것이다. 부왜(附倭: 일본에 붙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집단)라고 본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1일 방송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단독 인터뷰'를 비중 있게 보도한 중앙일보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단독'으로 일본 외상의 주장 전한 중앙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고노 단독인터뷰 "징용갈등에 신뢰 깨져...韓, 내일까지 중재 응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실시하는 것이며,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이하 징용 문제)와 관련한 '대항 조치'로 실시하는 게 전혀 아니다. 재검토 대상이 된 물자·기술 등은 군용품으로 전용이 가능한 민감한 것들이며, 각국이 적절히 관리할 책임이 있다.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일본 측의 입장을 전했다. 또,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해선 "국교 정상화의 법적 기반이 돼 온 약속(1965년 청구권 협정)을 50년 이상 지나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어 버렸다"는 일본 외상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이 인터뷰는 서면 인터뷰이다.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형식이지만 편집권은 분명히 중앙일보사가 갖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인터뷰라는 미명 아래 질문을 던졌지만, 탐사 보도를 위한 추가 질문 등이 전혀 없다. 친일이라는 말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지만, 확실히 부왜(附倭)라고 본다. 일본에 붙어서 자신의 이익을 얻는 집단이라고 보는데, 이 같은 보도도 분명히 일본에 붙어서 일본의 이야기를 전달해 줬다는 부분에 대해 어떤 독자라도 '부왜'로 부르는 것에 이견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입을 통해 정부를 공격한 것"

J 고정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터뷰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판단한다. 아무도 몰랐던 정보를 일본 외상에게 접근해서 얻어낼 수 있었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다 아는 일본 측 주장의 내용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인터뷰를 통해 중앙일보는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 내용을 일본 외상의 입을 통해서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단독인터뷰라는 말을 붙여 더 많은 클릭 수를 유도했다.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일본 외상의 모순적 발언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없이 그대로 전했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 비판 칼럼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경고한다"고 발언한 이후 16일부터 이틀 동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과 칼럼 20여 개를 보도했다.


J에 출연한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이 사설과 칼럼 가운데 1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自尊(자존)보다 生存(생존)이 먼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언급했다.

"제목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다. 한 마디로 '노예의 명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자기 인간성을 동물성으로 격하할 때 들이대는 명분이 이것이다. 살기 위해선 자존심이든 인간의 존엄이든 모두 다 버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이런 제목이 유력 언론사의 칼럼 제목으로 쓰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16일에는 <김대중 칼럼 '문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 한계에'>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일본의 경제 보복, 한·미 공조의 균열, 안면 몰수식 대북 저자세, 경제의 추락 등 일련의 대내외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미·일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쪽이 났다. 좌우 간의 첨예한 전쟁판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양분돼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에 비판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못 써도 저 신문의 비판 용기가 부럽다'는 식이었다. 지금은 언론끼리 싸운다. 옳고 그름, 사실과 왜곡의 문제라면 탓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념적 분화가 권력적, 출세욕적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면 70년 한국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 강유정 교수는 "자신의 의도를 정해 놓은 채 이야기를 진행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이 글은 확실한 증거나 논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기보다 가능성의 여부를 마치 선후 관계가 분명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충족적인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탄 집회 광고 게재, 우연일까?



J 패널들은 특히, <김대중 칼럼> 아래 실린 광고에 주목했다. 최욱 팟캐스트 MC는 <8.15 문재인 탄핵, 국가 비상 원로 회의>라는 제목의 해당 광고를 소개했다. "'문재인 하야의 7가지 이야기'라고 전하면서 첫째 한미동맹 파기를 얘기하고 있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까지 이뤄진 마당에 틀린 내용 아닌가. 또 '민주노총 비호하는 문재인 정권'이라고 주장하는데 요즘 민주노총이 매일 정부 규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1등 신문'을 자부하면서 상당히 낯 뜨거운 광고를 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 배상권 행사할 수 없다" 말하는 중앙


15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전영기의 시시각각 '대법관들이 잘못 끼운 첫 단추'>에서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우리나라가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요즘 상황은 한국의 대법관들이 첫 단추를 이상하게 끼우는 바람에 비롯된 측면이 있다.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을 한국 측이 제공했다는 인식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널리 퍼져 있기에 우리가 '아베가 잘못했다'고만 외치고 다니면 왕따가 되기에 십상이다. 2012년 판결문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논거로 제헌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우리 대한국민이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선포'한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법에서 국가의 법적 효력은 운동이나 선포로 확립되지 않는다.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밖에 없다. 한국은 국제법상 일본에 승전국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배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관계였다"


'아이히만 재판'의 정의를 말하다

강유정 교수는 이 칼럼을 두고 "가장 놀라웠던 게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밖에 없다'는 표현이다. 이스라엘이 국가로 독립한 건 1948년 5월 14일이다. 그전에는 이를테면 국가가 아니었단 이야기다.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아이히만(오토 아돌프 아이히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정책 가담자로 이스라엘에서 교수형에 처해짐. 아이히만은 전쟁 뒤 미군에게 붙잡혔으나 1946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뒤 은신해 있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체포됨. 1961년 4월에서 12월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1962년 5월 교수형에 처해짐)을 데리고 전범 재판을 할 수 있었고, 우리가 모두 그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 칼럼의 말을 따르자면 그 모든 역사적 사실이 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공격 의도를 분명히 보도해야"

현재의 사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좋은 사설과 좋은 칼럼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우용 교수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향수를 부활시켜서 전쟁 이전의 정상 국가로 일본을 되돌리려는 지금의 시도와 그 시도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한,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부당한 요구와 공격의 문제를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면의 한일 관계가 아니라 미래의 한일 관계이다. 미래의 한일 관계는 당장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일본의 관계까지 포함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1(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53회는 <친일 비판에도 꿈쩍 않는 조선·중앙의 역사관>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에 대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칼럼과 사설을 집중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념에 치우친 자율형사립고 보도도 짚어본다. 이번 주에는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이범 교육 평론가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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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0 08:02:23
    • 수정2019-07-20 08:41:33
    저널리즘 토크쇼 J
"일본 측의 이야기를 스피커 역할로 보도한 것이다. 부왜(附倭: 일본에 붙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집단)라고 본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1일 방송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단독 인터뷰'를 비중 있게 보도한 중앙일보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단독'으로 일본 외상의 주장 전한 중앙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고노 단독인터뷰 "징용갈등에 신뢰 깨져...韓, 내일까지 중재 응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실시하는 것이며,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이하 징용 문제)와 관련한 '대항 조치'로 실시하는 게 전혀 아니다. 재검토 대상이 된 물자·기술 등은 군용품으로 전용이 가능한 민감한 것들이며, 각국이 적절히 관리할 책임이 있다.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일본 측의 입장을 전했다. 또,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해선 "국교 정상화의 법적 기반이 돼 온 약속(1965년 청구권 협정)을 50년 이상 지나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어 버렸다"는 일본 외상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이 인터뷰는 서면 인터뷰이다.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형식이지만 편집권은 분명히 중앙일보사가 갖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인터뷰라는 미명 아래 질문을 던졌지만, 탐사 보도를 위한 추가 질문 등이 전혀 없다. 친일이라는 말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지만, 확실히 부왜(附倭)라고 본다. 일본에 붙어서 자신의 이익을 얻는 집단이라고 보는데, 이 같은 보도도 분명히 일본에 붙어서 일본의 이야기를 전달해 줬다는 부분에 대해 어떤 독자라도 '부왜'로 부르는 것에 이견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입을 통해 정부를 공격한 것" J 고정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터뷰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판단한다. 아무도 몰랐던 정보를 일본 외상에게 접근해서 얻어낼 수 있었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다 아는 일본 측 주장의 내용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인터뷰를 통해 중앙일보는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 내용을 일본 외상의 입을 통해서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단독인터뷰라는 말을 붙여 더 많은 클릭 수를 유도했다.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일본 외상의 모순적 발언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없이 그대로 전했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 비판 칼럼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경고한다"고 발언한 이후 16일부터 이틀 동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과 칼럼 20여 개를 보도했다. J에 출연한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이 사설과 칼럼 가운데 1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自尊(자존)보다 生存(생존)이 먼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언급했다. "제목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다. 한 마디로 '노예의 명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자기 인간성을 동물성으로 격하할 때 들이대는 명분이 이것이다. 살기 위해선 자존심이든 인간의 존엄이든 모두 다 버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이런 제목이 유력 언론사의 칼럼 제목으로 쓰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16일에는 <김대중 칼럼 '문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 한계에'>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일본의 경제 보복, 한·미 공조의 균열, 안면 몰수식 대북 저자세, 경제의 추락 등 일련의 대내외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미·일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쪽이 났다. 좌우 간의 첨예한 전쟁판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양분돼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에 비판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못 써도 저 신문의 비판 용기가 부럽다'는 식이었다. 지금은 언론끼리 싸운다. 옳고 그름, 사실과 왜곡의 문제라면 탓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념적 분화가 권력적, 출세욕적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면 70년 한국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고 쓰고 있다. 이에 대해 강유정 교수는 "자신의 의도를 정해 놓은 채 이야기를 진행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이 글은 확실한 증거나 논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기보다 가능성의 여부를 마치 선후 관계가 분명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충족적인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탄 집회 광고 게재, 우연일까? J 패널들은 특히, <김대중 칼럼> 아래 실린 광고에 주목했다. 최욱 팟캐스트 MC는 <8.15 문재인 탄핵, 국가 비상 원로 회의>라는 제목의 해당 광고를 소개했다. "'문재인 하야의 7가지 이야기'라고 전하면서 첫째 한미동맹 파기를 얘기하고 있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까지 이뤄진 마당에 틀린 내용 아닌가. 또 '민주노총 비호하는 문재인 정권'이라고 주장하는데 요즘 민주노총이 매일 정부 규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1등 신문'을 자부하면서 상당히 낯 뜨거운 광고를 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 배상권 행사할 수 없다" 말하는 중앙 15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전영기의 시시각각 '대법관들이 잘못 끼운 첫 단추'>에서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우리나라가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요즘 상황은 한국의 대법관들이 첫 단추를 이상하게 끼우는 바람에 비롯된 측면이 있다.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을 한국 측이 제공했다는 인식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널리 퍼져 있기에 우리가 '아베가 잘못했다'고만 외치고 다니면 왕따가 되기에 십상이다. 2012년 판결문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논거로 제헌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우리 대한국민이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선포'한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법에서 국가의 법적 효력은 운동이나 선포로 확립되지 않는다.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밖에 없다. 한국은 국제법상 일본에 승전국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배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관계였다" '아이히만 재판'의 정의를 말하다 강유정 교수는 이 칼럼을 두고 "가장 놀라웠던 게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밖에 없다'는 표현이다. 이스라엘이 국가로 독립한 건 1948년 5월 14일이다. 그전에는 이를테면 국가가 아니었단 이야기다.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아이히만(오토 아돌프 아이히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정책 가담자로 이스라엘에서 교수형에 처해짐. 아이히만은 전쟁 뒤 미군에게 붙잡혔으나 1946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뒤 은신해 있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체포됨. 1961년 4월에서 12월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1962년 5월 교수형에 처해짐)을 데리고 전범 재판을 할 수 있었고, 우리가 모두 그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 칼럼의 말을 따르자면 그 모든 역사적 사실이 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공격 의도를 분명히 보도해야" 현재의 사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좋은 사설과 좋은 칼럼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우용 교수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향수를 부활시켜서 전쟁 이전의 정상 국가로 일본을 되돌리려는 지금의 시도와 그 시도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한,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부당한 요구와 공격의 문제를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 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면의 한일 관계가 아니라 미래의 한일 관계이다. 미래의 한일 관계는 당장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일본의 관계까지 포함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1(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53회는 <친일 비판에도 꿈쩍 않는 조선·중앙의 역사관>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에 대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칼럼과 사설을 집중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념에 치우친 자율형사립고 보도도 짚어본다. 이번 주에는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이범 교육 평론가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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