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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피아니스트 랑랑이 가장 빛나 보이던 순간
입력 2019.07.21 (11:01) 수정 2019.07.22 (11:17) 취재후
[취재후] 피아니스트 랑랑이 가장 빛나 보이던 순간
랑랑(郞朗)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다르다. 어떤 사람은 랑랑의 음악이나 그가 추구하는 피아니즘이 동시대의 최고 실력파 피아니스트들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나 예프게니 키신보다 못 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키신이나 지메르만은 몰라도 랑랑은 안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랑랑이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며, 탄탄한 실력과 화려한 쇼맨십과 더불어 랑랑을 한 명의 클래식 음악가이면서도 대중문화와 가장 가까운 아이콘이자 스타로 만들어주는 힘이기도 하다.

그런 랑랑이 지난달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2년 반만의 방한에서 그는 유니버설뮤직이 주관하는 '클럽에서 즐기는 클래식 콘서트'인 <옐로우 라운지>에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와 함께 참여해 연주했고, 다음 날에는 최신 발매 앨범인 <피아노북> 쇼케이스를 열었으며, 출국 전날에는 서울 시내 한 교회에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무료로 진행하는 등 이번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공연 첫날,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내 클럽에서 20여 분간의 인터뷰 시간이 주어졌다. 랑랑과는 지난 2013년 연말에 했던 [양영은의 인터뷰 선물-피아니스트 랑랑의 크리스마스 선물(https://mn.kbs.co.kr/news/view.do?ncd=2777543)]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5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최근 '손 부상'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와 경사가 있었기에 이번에 만나면 할 얘기가 더 풍성할 것 같아 기대도 됐다.

지난달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클럽 크로마 ‘16번째 DG 옐로우 라운지 공연-피아니스트 랑랑’지난달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클럽 크로마 ‘16번째 DG 옐로우 라운지 공연-피아니스트 랑랑’

왼손 약지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를 끼고 나타난 랑랑은 바로 얼마 전 결혼을 해서 그런지 2013년 인터뷰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지고 밝아지고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프고 돌아와서 그런지 매우 겸손해진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전보다 훨씬 자신 있어 보였다. 인생에 대해서도 그동안 깨달은 게 많은 듯했다.

지난 인터뷰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랑랑에게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건초염을 앓는 동안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랑랑을 대신해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게 됐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현재 랑랑은 다행히 손 부상-더 정확하게는 왼팔 건초염-으로부터 회복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이 일로 랑랑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많은 무대를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지난 2017년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필과의 협연과 지난 연말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뮌헨에서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송년 자선공연과 같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 기회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기회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자 무서운 속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띠동갑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가 닿았고, 조성진은 매 차례 그 공연들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며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굳혔다.

같은 동양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로서 당시 랑랑이 어떻게 느꼈을지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랑랑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17세이던 1999년 미국의 유서 깊은 음악축제인 '라비니아 페스티벌'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앤드류 왓츠의 대타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해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면서 "그것이 바로 인생인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 큰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보여준 조성진이 매우 자랑스러웠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랑랑과 조성진(2018년)피아니스트 랑랑과 조성진(2018년)

'쇼팽 콩쿠르로 실력을 인정받고 세계 무대와 클래식 음악계에서 무섭게 인지도를 높여가는 준비된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본의 아니게 기회를 허락하는 데 대해 내심 견제심이 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랑랑의 말하는 모습과 태도, 표정과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랑랑은 그게 삶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환하게 웃었다. 농담까지 섞어가며…….

이런 모습을 두고 '가진 자의 여유'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차치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숙명처럼 치러내야 하는 예술가의 세계에서 '여유'라는 것을 부릴 시간이 평생 동안 과연 허락이나 될까?

랑랑 스스로도 이제는 "많이 보수적이 됐다"고 고백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대중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며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유명세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해온 랑랑이지만, "건드릴 수 없는 '한계'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면서 "무엇을 하든 제대로 잘하고 싶지 틀린 방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다섯 살 때부터 지녀온 '훌륭한 피아니스트, 위대한 음악가'라는 꿈에는 변함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를 잘하는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랑랑을 만나다 2019] https://www.youtube.com/watch?v=yAklVvWDv5o">https://www.youtube.com/watch?v=yAklVvWDv5o

랑랑은 이제 삼십대 후반의 중견 피아니스트로서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슈퍼스타'이자 이른바 '셀럽'으로서 음악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콜라보를 시도하고 랑랑 키즈/신드롬을 만들어내며 각종 기관과 기업의 홍보대사로도 활약하고 있는, 전에 없던 이 아이콘에 대해 '(코어)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그런 염려(?)는 접을 수 있었다. 랑랑 스스로도 '엄청난 위험부담 great risk'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스스로 그 위험부담을 충분히 알고 감수하는 것이면서, 수많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가 되는 것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있기에.

To be a star is great, but at the same time it's a great challenge.
스타가 된다는 것은 정말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And to be a good pianist, it means the present not the future.
그리고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은 '현재'와 관련된 것이지 '미래'에 그럴 것이다라는 걸 의미하진 않죠.

몇 년 사이 '성장'이 아니라 '성숙'해진 젊은 거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랑랑이 없었다면 우리 시대 클래식 음악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바로 랑랑이라는 이 시대 '가장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의 존재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랑랑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해 차세대 음악가들을 키워내면서 자신이 가진 피아노 실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음악으로써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랑랑의 변치 않는 꿈을 응원한다.
  • [취재후] 피아니스트 랑랑이 가장 빛나 보이던 순간
    • 입력 2019.07.21 (11:01)
    • 수정 2019.07.22 (11:17)
    취재후
[취재후] 피아니스트 랑랑이 가장 빛나 보이던 순간
랑랑(郞朗)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다르다. 어떤 사람은 랑랑의 음악이나 그가 추구하는 피아니즘이 동시대의 최고 실력파 피아니스트들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나 예프게니 키신보다 못 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키신이나 지메르만은 몰라도 랑랑은 안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랑랑이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며, 탄탄한 실력과 화려한 쇼맨십과 더불어 랑랑을 한 명의 클래식 음악가이면서도 대중문화와 가장 가까운 아이콘이자 스타로 만들어주는 힘이기도 하다.

그런 랑랑이 지난달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2년 반만의 방한에서 그는 유니버설뮤직이 주관하는 '클럽에서 즐기는 클래식 콘서트'인 <옐로우 라운지>에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와 함께 참여해 연주했고, 다음 날에는 최신 발매 앨범인 <피아노북> 쇼케이스를 열었으며, 출국 전날에는 서울 시내 한 교회에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무료로 진행하는 등 이번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공연 첫날,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내 클럽에서 20여 분간의 인터뷰 시간이 주어졌다. 랑랑과는 지난 2013년 연말에 했던 [양영은의 인터뷰 선물-피아니스트 랑랑의 크리스마스 선물(https://mn.kbs.co.kr/news/view.do?ncd=2777543)]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5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최근 '손 부상'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와 경사가 있었기에 이번에 만나면 할 얘기가 더 풍성할 것 같아 기대도 됐다.

지난달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클럽 크로마 ‘16번째 DG 옐로우 라운지 공연-피아니스트 랑랑’지난달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클럽 크로마 ‘16번째 DG 옐로우 라운지 공연-피아니스트 랑랑’

왼손 약지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를 끼고 나타난 랑랑은 바로 얼마 전 결혼을 해서 그런지 2013년 인터뷰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지고 밝아지고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프고 돌아와서 그런지 매우 겸손해진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전보다 훨씬 자신 있어 보였다. 인생에 대해서도 그동안 깨달은 게 많은 듯했다.

지난 인터뷰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랑랑에게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건초염을 앓는 동안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랑랑을 대신해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게 됐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현재 랑랑은 다행히 손 부상-더 정확하게는 왼팔 건초염-으로부터 회복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이 일로 랑랑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많은 무대를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지난 2017년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필과의 협연과 지난 연말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뮌헨에서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송년 자선공연과 같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 기회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기회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자 무서운 속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띠동갑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가 닿았고, 조성진은 매 차례 그 공연들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며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굳혔다.

같은 동양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로서 당시 랑랑이 어떻게 느꼈을지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랑랑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17세이던 1999년 미국의 유서 깊은 음악축제인 '라비니아 페스티벌'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앤드류 왓츠의 대타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해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면서 "그것이 바로 인생인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 큰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보여준 조성진이 매우 자랑스러웠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랑랑과 조성진(2018년)피아니스트 랑랑과 조성진(2018년)

'쇼팽 콩쿠르로 실력을 인정받고 세계 무대와 클래식 음악계에서 무섭게 인지도를 높여가는 준비된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본의 아니게 기회를 허락하는 데 대해 내심 견제심이 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랑랑의 말하는 모습과 태도, 표정과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랑랑은 그게 삶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환하게 웃었다. 농담까지 섞어가며…….

이런 모습을 두고 '가진 자의 여유'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차치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숙명처럼 치러내야 하는 예술가의 세계에서 '여유'라는 것을 부릴 시간이 평생 동안 과연 허락이나 될까?

랑랑 스스로도 이제는 "많이 보수적이 됐다"고 고백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대중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며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유명세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해온 랑랑이지만, "건드릴 수 없는 '한계'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면서 "무엇을 하든 제대로 잘하고 싶지 틀린 방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다섯 살 때부터 지녀온 '훌륭한 피아니스트, 위대한 음악가'라는 꿈에는 변함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를 잘하는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랑랑을 만나다 2019] https://www.youtube.com/watch?v=yAklVvWDv5o">https://www.youtube.com/watch?v=yAklVvWDv5o

랑랑은 이제 삼십대 후반의 중견 피아니스트로서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슈퍼스타'이자 이른바 '셀럽'으로서 음악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콜라보를 시도하고 랑랑 키즈/신드롬을 만들어내며 각종 기관과 기업의 홍보대사로도 활약하고 있는, 전에 없던 이 아이콘에 대해 '(코어)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그런 염려(?)는 접을 수 있었다. 랑랑 스스로도 '엄청난 위험부담 great risk'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스스로 그 위험부담을 충분히 알고 감수하는 것이면서, 수많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가 되는 것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있기에.

To be a star is great, but at the same time it's a great challenge.
스타가 된다는 것은 정말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And to be a good pianist, it means the present not the future.
그리고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은 '현재'와 관련된 것이지 '미래'에 그럴 것이다라는 걸 의미하진 않죠.

몇 년 사이 '성장'이 아니라 '성숙'해진 젊은 거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랑랑이 없었다면 우리 시대 클래식 음악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바로 랑랑이라는 이 시대 '가장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의 존재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랑랑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해 차세대 음악가들을 키워내면서 자신이 가진 피아노 실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음악으로써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랑랑의 변치 않는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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