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한국 올 수 있을까?…45세까지 체류 막는 ‘유승준법’ 추진

입력 2019.07.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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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준 귀국 길 열어 준 '재외동포법'

가수 유승준 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판결 이유는 유 씨에게 내려졌던 입국 금지 결정과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의 절차적 문제도 있었지만, 재외동포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재외동포법'이 고려된 탓도 있었습니다. 먼저 이 사건에서 적용된 재외동포법 조항이 어떤 건지 살펴볼까요.

재외동포법 5조 2항 (유 씨가 비자 발급 신청을 했던 2015년 기준)

법무부 장관은 외국 국적 동포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동포가 38세가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복수국적자가 된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에 따라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2.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대법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 씨는 2015년, 병역의무가 해제된 38살에 F-4 비자 발급 신청을 했는데요. 위 조항에서 유 씨 같이 국적을 포기한 병역 기피자일지라 하더라도 38세 이후에는 비자를 발급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은 건 위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법은 2018년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나이를 41세로 올립니다. 대법원은 현행법을 적용하더라도 유 씨는 이미 42살이 되었기 때문에 비자 발급 거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외동포법 나이 기준 도입 계기 된 '홍준표법'

왜 재외동포법은 체류 자격 부여 금지 나이를 정해두고 있을까요? 몇 년 전까지는 38세로 정해놨다가, 지난해 41세로 올린 이유는 또 뭘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선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5년, 원정 출산을 통한 사회지도층 자녀의 병역 기피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병역 기피자 법안 '3종 세트'를 발의합니다. 원정 출생자들이 병역 의무를 마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한 국적법 개정안, 국적을 포기한 병역 기피자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국내 대학의 특례 입학을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입니다.

이 중 국적법 개정안은 원정 출산에 대한 국민적 악감정에 힘입어 무난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는데, 특히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후폭풍은 매우 컸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 83명이 반대나 기권 표를 던져 부결에 앞장섰습니다. 홍 의원은 스타로 떠올랐고, 열린우리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2005년 6월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뒤 기자회견을 연 홍준표 의원2005년 6월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뒤 기자회견을 연 홍준표 의원

■ 36세→38세→41세로 오른 재외동포법의 나이 기준

홍 의원의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뒤, 국회 법사위는 대안 법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체류 자격 부여 금지 나이입니다. 홍 의원 법안대로 재외동포의 체류 자격을 평생 박탈하는 건 너무 심하니, 당시 고령 병역 면제 기준이었던 36세에 맞춰 그 이후부터는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법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돼 2005년 말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 병역법이 개정돼 고령자의 병역 면제 연령이 38세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맞춰 재외동포법도 38세 이후부터는 국적을 포기한 병역 미이행자도 비자를 받을 수 있게 수정됩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병역 의무가 종료된 시점인 41세로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게 됩니다. 또 '병역 기피'라는 말도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모든 사람으로 대상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등이 발의한 이런 내용의 재외동포법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습니다.

■ "45세로 기준 올리자"…안규백 의원 '유승준 법' 발의

지금까지가 재외동포법의 체류 자격 부여 금지 연령의 짧은 역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승준 판결'을 계기로 이 연령 기준을 또 한 번 손 보자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연령 기준을 45세로 높이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근거는 전쟁이나 국가 유사시 병역 의무를 45세까지로 확대하도록 한 병역법 전시(戰時)특례조항입니다.

만약 안 의원의 법안이 통과돼 연령 기준이 45세로 오른다면, 유 씨가 46살이 되기 전까지 LA 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 개정안은 '유승준 법'으로 불립니다.

재외동포법의 연령 기준 높이는 ‘유승준법’ 낸 안규백 의원재외동포법의 연령 기준 높이는 ‘유승준법’ 낸 안규백 의원

■ "올리는 게 능사 아냐"…과잉 입법 우려도

그렇다면 체류 자격 부여 금지 연령을 계속 올리는 것이 해답일까요. 법조계 반응은 신중합니다. 재외동포법 취지는 국내에서 재외동포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유승준 씨 같은 특수 사례를 계기로 기준까지 올리는 것이 옳으냐는 겁니다. 최진녕 변호사는 "현행 재외동포법에선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등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도 유 씨 비자 발급을 거부할 근거가 있는데, 법령까지 고쳐 가며 기준을 올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반면 유승준 씨 입국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국민적 분노는 큰 상황입니다.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병역을 피한 후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에 F-4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재외동포를 보며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요. 이번 법안 발의로 재외동포법의 연령 기준에 대한 논쟁은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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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준, 한국 올 수 있을까?…45세까지 체류 막는 ‘유승준법’ 추진
    • 입력 2019-07-22 15:11:38
    취재K
■ 유승준 귀국 길 열어 준 '재외동포법'

가수 유승준 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판결 이유는 유 씨에게 내려졌던 입국 금지 결정과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의 절차적 문제도 있었지만, 재외동포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재외동포법'이 고려된 탓도 있었습니다. 먼저 이 사건에서 적용된 재외동포법 조항이 어떤 건지 살펴볼까요.

재외동포법 5조 2항 (유 씨가 비자 발급 신청을 했던 2015년 기준)

법무부 장관은 외국 국적 동포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동포가 38세가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복수국적자가 된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에 따라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2.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대법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 씨는 2015년, 병역의무가 해제된 38살에 F-4 비자 발급 신청을 했는데요. 위 조항에서 유 씨 같이 국적을 포기한 병역 기피자일지라 하더라도 38세 이후에는 비자를 발급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은 건 위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법은 2018년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나이를 41세로 올립니다. 대법원은 현행법을 적용하더라도 유 씨는 이미 42살이 되었기 때문에 비자 발급 거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외동포법 나이 기준 도입 계기 된 '홍준표법'

왜 재외동포법은 체류 자격 부여 금지 나이를 정해두고 있을까요? 몇 년 전까지는 38세로 정해놨다가, 지난해 41세로 올린 이유는 또 뭘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선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5년, 원정 출산을 통한 사회지도층 자녀의 병역 기피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병역 기피자 법안 '3종 세트'를 발의합니다. 원정 출생자들이 병역 의무를 마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한 국적법 개정안, 국적을 포기한 병역 기피자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국내 대학의 특례 입학을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입니다.

이 중 국적법 개정안은 원정 출산에 대한 국민적 악감정에 힘입어 무난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는데, 특히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후폭풍은 매우 컸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 83명이 반대나 기권 표를 던져 부결에 앞장섰습니다. 홍 의원은 스타로 떠올랐고, 열린우리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2005년 6월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뒤 기자회견을 연 홍준표 의원
■ 36세→38세→41세로 오른 재외동포법의 나이 기준

홍 의원의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뒤, 국회 법사위는 대안 법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체류 자격 부여 금지 나이입니다. 홍 의원 법안대로 재외동포의 체류 자격을 평생 박탈하는 건 너무 심하니, 당시 고령 병역 면제 기준이었던 36세에 맞춰 그 이후부터는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법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돼 2005년 말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 병역법이 개정돼 고령자의 병역 면제 연령이 38세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맞춰 재외동포법도 38세 이후부터는 국적을 포기한 병역 미이행자도 비자를 받을 수 있게 수정됩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병역 의무가 종료된 시점인 41세로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게 됩니다. 또 '병역 기피'라는 말도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모든 사람으로 대상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등이 발의한 이런 내용의 재외동포법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습니다.

■ "45세로 기준 올리자"…안규백 의원 '유승준 법' 발의

지금까지가 재외동포법의 체류 자격 부여 금지 연령의 짧은 역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승준 판결'을 계기로 이 연령 기준을 또 한 번 손 보자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연령 기준을 45세로 높이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근거는 전쟁이나 국가 유사시 병역 의무를 45세까지로 확대하도록 한 병역법 전시(戰時)특례조항입니다.

만약 안 의원의 법안이 통과돼 연령 기준이 45세로 오른다면, 유 씨가 46살이 되기 전까지 LA 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 개정안은 '유승준 법'으로 불립니다.

재외동포법의 연령 기준 높이는 ‘유승준법’ 낸 안규백 의원
■ "올리는 게 능사 아냐"…과잉 입법 우려도

그렇다면 체류 자격 부여 금지 연령을 계속 올리는 것이 해답일까요. 법조계 반응은 신중합니다. 재외동포법 취지는 국내에서 재외동포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유승준 씨 같은 특수 사례를 계기로 기준까지 올리는 것이 옳으냐는 겁니다. 최진녕 변호사는 "현행 재외동포법에선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등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도 유 씨 비자 발급을 거부할 근거가 있는데, 법령까지 고쳐 가며 기준을 올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반면 유승준 씨 입국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국민적 분노는 큰 상황입니다.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병역을 피한 후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에 F-4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재외동포를 보며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요. 이번 법안 발의로 재외동포법의 연령 기준에 대한 논쟁은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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