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 기기 장애인에겐 ‘유리벽’…“사용할 수 없어요”

입력 2019.07.24 (21:39) 수정 2019.07.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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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관이나 음식점 등에서 사람대신 주문을 받는 기계, 즉 키오스크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장애인들에겐 오히려 더 불편한 물건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박민경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은행 ATM 앞, 휠체어를 탄 이승일 씨가 몸을 숙였다, 젖혔다를 반복합니다.

["아, 참 진짜..."]

이 씨의 눈높이에선 스크린 화면이 반사돼 버튼과 글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승일/한국척수장애인협회 부장 : "여러 번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그걸 눌렀을 때 이걸 내가 맞게 누른 건가? 그리고 뭔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그런..."]

쇼핑몰 입구에 설치된 디지털 안내판, 너무 높아 손이 닿질 않습니다.

["거대하죠 기계가. 저희한테는. 크죠."]

요즘 영화관에 빠르게 늘고 있는 무인 매점입니다.

휠체어 때문에 정면으론 접근이 어려워 늘 이렇게 옆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이승일/한국척수장애인협회 부장 : "(휠체어가) 측면으로 접근하다 보면 옆의 길이가 길어져서 거기(키오스크)를 한 개 반 내지는 두 개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도 민폐를 끼치게 되고..."]

김 훈 씨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패스트푸드점 한 곳을 함께 찾았습니다.

주문용 키오스크에선 안내음은 커녕 진동조차 없어 아예 사용조차 어렵습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 : "그냥 유리창에 지문 찍는 것 같아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벽이나 마찬가지죠. 유리? 유리 벽?"]

이건 불편함을 떠나 '차별'처럼 느껴집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 : "음성이 나올 줄 알고 이렇게 귀를 대요. 주위에 있는 비장애인분들은 아마 웃을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이 지금 키오스크 앞에서 뭐 하는 거지?"]

키오스크는 공공과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

제작과 설치 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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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화 기기 장애인에겐 ‘유리벽’…“사용할 수 없어요”
    • 입력 2019-07-24 21:43:36
    • 수정2019-07-24 21:53:44
    뉴스 9
[앵커]

영화관이나 음식점 등에서 사람대신 주문을 받는 기계, 즉 키오스크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장애인들에겐 오히려 더 불편한 물건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박민경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은행 ATM 앞, 휠체어를 탄 이승일 씨가 몸을 숙였다, 젖혔다를 반복합니다.

["아, 참 진짜..."]

이 씨의 눈높이에선 스크린 화면이 반사돼 버튼과 글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승일/한국척수장애인협회 부장 : "여러 번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그걸 눌렀을 때 이걸 내가 맞게 누른 건가? 그리고 뭔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그런..."]

쇼핑몰 입구에 설치된 디지털 안내판, 너무 높아 손이 닿질 않습니다.

["거대하죠 기계가. 저희한테는. 크죠."]

요즘 영화관에 빠르게 늘고 있는 무인 매점입니다.

휠체어 때문에 정면으론 접근이 어려워 늘 이렇게 옆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이승일/한국척수장애인협회 부장 : "(휠체어가) 측면으로 접근하다 보면 옆의 길이가 길어져서 거기(키오스크)를 한 개 반 내지는 두 개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도 민폐를 끼치게 되고..."]

김 훈 씨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패스트푸드점 한 곳을 함께 찾았습니다.

주문용 키오스크에선 안내음은 커녕 진동조차 없어 아예 사용조차 어렵습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 : "그냥 유리창에 지문 찍는 것 같아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벽이나 마찬가지죠. 유리? 유리 벽?"]

이건 불편함을 떠나 '차별'처럼 느껴집니다.

[김훈/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 : "음성이 나올 줄 알고 이렇게 귀를 대요. 주위에 있는 비장애인분들은 아마 웃을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이 지금 키오스크 앞에서 뭐 하는 거지?"]

키오스크는 공공과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

제작과 설치 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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