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비행의 자유” 라더니…中, 자국 구역에선 사실상 교전

입력 2019.07.25 (06:04) 수정 2019.07.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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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군용기 예의 바르고 절도있게 쫓아냈다." 극찬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사가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중국 전투기가 동중국해상의 중국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을 넘어온 외국 군용기에 경고하고 차단해 쫓아내는 내용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 조종사가 목표물을 발견하고 근접한 뒤 영어로 "우리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다. 당신의 국적과 비행 목적을 밝혀라."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공개했다. 관련 영상에 포함된 중국 공군 하오징원 여단장 인터뷰가 흥미롭다. 하오 단장은 "싸움이란 것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감입니다. 강적을 만났을 때 무기를 꺼내야 하는가? 꺼낸다면 한방에 적을 물리칠 수 있을까? 이것은 평소 쌓아놓은 실력에 관한 것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공군이 외국 군용기를 예의 바르면서도 절도있게 대처해 물리쳤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2014년 1월 31일 일본 자위대 전투기와 사실상 교전

중국은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일본 전투기와 사실상 교전까지 했던 경험이 있다. 2014년 1월 31일, 음력으로 설에 해당하는 이 날은 중국이 춘지에(春節)이라 부르는 가장 큰 명절이 시작되는 날이었는데, 이날 오전 9시 35분 동중국해상 중국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일본 전투기 F-15J 2대가 진입했다. 중국은 즉각 수호이 30 2대를 출격시켰고 무려 3시간가량 급강하와 급선회를 반복하며 꼬리를 무는 사실상의 교전을 벌였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해방군보에 따르면 일본 전투기들은 낮 12시 25분쯤 물러갔다.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작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30여 분에 불과하다는 점에 미뤄봤을 때 3시간가량 대치를 벌였다는 것은 더 많은 수의 전투기가 동원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 공군이 공개한 수호이 전투기 날개에는 공대공 미사일이 달려있다. 당시 중국 공군 대변인은 구두경고에 이어 실탄사격 끝에 물리쳤다고 밝혔다.


2013년 11월 23일 이어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일방 발표

중국이 동중국해상에 방공식별구역을 지정해 발표한 것은 지난 2013년 11월 23일이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분쟁을 벌인 직후의 일이다. 당시 중국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와도 상의 없이 우리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정해 발표했고, 미국을 위시한 한국, 일본, 타이완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측의 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우리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부통령까지 나서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CADIZ(중국 방공식별구역) 철회를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2013년 12월 8일 우리나라도 방공식별구역을 미국 일본과 협의로 이어도 남쪽까지 확장했다. 이어도 부근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 이유다.

중국은 스스로 방공식별구역을 영공에 준하는 개념으로 방어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에 가끔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중국은 2013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정례적으로 대규모 정찰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군 대변인의 표현에 따르면 중국 국가 안보와 주권 수호를 위해서이다. 장거리 폭격기에 이를 호위하는 전투기, 그리고 공중 급유기가 포함된 약 40여 대의 대규모 항공전단이 정기적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순찰하는 것이다. 동중국해를 지나 한국과 일본 사이를 지나 동해를 거슬러 독도 인근까지, 중국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상습적으로 넘나드는 이유다.

중국의 지독한 이중성..."한국이 위험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건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각국은 국제법에 따라 비행의 자유가 있습니다." 지독한 이중 잣대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중성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19일, 소말리아 인근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우리 문무대왕함이 태풍을 만나 중국이 영해권을 주장하는 시사군도 안으로 약 15분 정도 머무른 적이 있었다. 중국은 당시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국제 관함식에 불참을 통보하고, 서해에서 공동으로 불법 어로 감시하기로 했던 합의마저 번복했다. 당시 베이징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우발적인 사건을 의도적인 사건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중국 관리의 말을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의 관리가 "한국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위험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 말 뉘앙스에서 중국 역시 의도가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상하이 군사전문가 니러슝이 "이번 사건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해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 쪽에 너무 가까지 가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시기상으로 한미 연합훈련 직전에 한미일 삼각 동맹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지역에서 도발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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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5 06:04:13
    • 수정2019-07-25 09: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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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군용기 예의 바르고 절도있게 쫓아냈다." 극찬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사가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중국 전투기가 동중국해상의 중국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을 넘어온 외국 군용기에 경고하고 차단해 쫓아내는 내용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 조종사가 목표물을 발견하고 근접한 뒤 영어로 "우리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다. 당신의 국적과 비행 목적을 밝혀라."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공개했다. 관련 영상에 포함된 중국 공군 하오징원 여단장 인터뷰가 흥미롭다. 하오 단장은 "싸움이란 것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감입니다. 강적을 만났을 때 무기를 꺼내야 하는가? 꺼낸다면 한방에 적을 물리칠 수 있을까? 이것은 평소 쌓아놓은 실력에 관한 것입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공군이 외국 군용기를 예의 바르면서도 절도있게 대처해 물리쳤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2014년 1월 31일 일본 자위대 전투기와 사실상 교전

중국은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일본 전투기와 사실상 교전까지 했던 경험이 있다. 2014년 1월 31일, 음력으로 설에 해당하는 이 날은 중국이 춘지에(春節)이라 부르는 가장 큰 명절이 시작되는 날이었는데, 이날 오전 9시 35분 동중국해상 중국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일본 전투기 F-15J 2대가 진입했다. 중국은 즉각 수호이 30 2대를 출격시켰고 무려 3시간가량 급강하와 급선회를 반복하며 꼬리를 무는 사실상의 교전을 벌였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해방군보에 따르면 일본 전투기들은 낮 12시 25분쯤 물러갔다.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작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30여 분에 불과하다는 점에 미뤄봤을 때 3시간가량 대치를 벌였다는 것은 더 많은 수의 전투기가 동원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 공군이 공개한 수호이 전투기 날개에는 공대공 미사일이 달려있다. 당시 중국 공군 대변인은 구두경고에 이어 실탄사격 끝에 물리쳤다고 밝혔다.


2013년 11월 23일 이어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일방 발표

중국이 동중국해상에 방공식별구역을 지정해 발표한 것은 지난 2013년 11월 23일이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분쟁을 벌인 직후의 일이다. 당시 중국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와도 상의 없이 우리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정해 발표했고, 미국을 위시한 한국, 일본, 타이완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측의 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우리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부통령까지 나서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CADIZ(중국 방공식별구역) 철회를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2013년 12월 8일 우리나라도 방공식별구역을 미국 일본과 협의로 이어도 남쪽까지 확장했다. 이어도 부근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 이유다.

중국은 스스로 방공식별구역을 영공에 준하는 개념으로 방어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에 가끔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중국은 2013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정례적으로 대규모 정찰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군 대변인의 표현에 따르면 중국 국가 안보와 주권 수호를 위해서이다. 장거리 폭격기에 이를 호위하는 전투기, 그리고 공중 급유기가 포함된 약 40여 대의 대규모 항공전단이 정기적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순찰하는 것이다. 동중국해를 지나 한국과 일본 사이를 지나 동해를 거슬러 독도 인근까지, 중국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상습적으로 넘나드는 이유다.

중국의 지독한 이중성..."한국이 위험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건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각국은 국제법에 따라 비행의 자유가 있습니다." 지독한 이중 잣대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중성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19일, 소말리아 인근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우리 문무대왕함이 태풍을 만나 중국이 영해권을 주장하는 시사군도 안으로 약 15분 정도 머무른 적이 있었다. 중국은 당시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국제 관함식에 불참을 통보하고, 서해에서 공동으로 불법 어로 감시하기로 했던 합의마저 번복했다. 당시 베이징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우발적인 사건을 의도적인 사건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중국 관리의 말을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의 관리가 "한국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위험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 말 뉘앙스에서 중국 역시 의도가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상하이 군사전문가 니러슝이 "이번 사건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해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 쪽에 너무 가까지 가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시기상으로 한미 연합훈련 직전에 한미일 삼각 동맹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지역에서 도발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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