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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천장’ 깬 여성 임원, 그들의 이야기는?
입력 2019.07.26 (15:20) 수정 2019.07.26 (17:08) 취재K
대한민국 임원 중 단 3.6%

대한민국 임원 가운데 "3.6%". 숫자로는 500명 남짓.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들입니다.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 '유리 천장'의 현실입니다.

이 3.6%에 속한 여성 임원 두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경기도 광주시의 롯데칠성음료 오포공장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진달래 상무. 오포공장 전체를 책임지는 공장장이기도 합니다. 음료 공장이긴 하지만 여성 공장장이라니 조금 낯설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큰 목소리에 여장부 같은 느낌을 상상하고 갔는데 진 상무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최초'의 특별함과 부담 사이

"전 항상 최초였어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피할 수 없으니까 즐기고 있죠."

롯데칠성음료 첫 여성공채 사원에서 첫 여성 주임, 첫 여성 매니저, 그리고 4년 전 공채 출신으로는 첫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 진 상무 앞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최초라는 건 특별하기도 했지만,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임원도 거의 남자니까 자연스럽게 남성 위주의 생각을 하게 되고 일을 잘한다 못 한다 평가를 할 때도 남성의 잣대에서 바라볼 때가 많죠. 여성임원은 얼마 없다 보니까 여자가 어떻게 했을 때 잘하는 건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명확하지 않아요. 지금이 과도기겠죠."

앞서가는 사람이 없으니 롤모델로 삼을 사람도 없었고 어떤 방향이 옳은지 확신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진 상무는 말합니다.

"술자리마다 생각해요. 내가 지금 주는 술을 다 먹고 여장부처럼 행동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게 잘하는 건지. 그건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따라다니는 딜레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여성 리더가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잘나가는 남자처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저 또한 해본 적 있었습니다.


진달래 상무보다 좀 더 앞서 임원이 됐던 삼성카드의 이인재 부사장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삼성 금융계열사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등기 임원이 됐는데요. 역시나 진 상무처럼 '최초'의 길을 걸어온 셈입니다.

이 부사장은 남성 중심의 IT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음에는 마초적으로 큰 소리로 얘기하고 자신을 과장되게 꾸며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좀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데요.

이인재 부사장 역시 여성 리더로서 어떤 길이 맞는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보통 남자 상사들은 편안하게 술 한잔 하자 또 운동같이 하자 이런 식의 전통적인 관리스타일을 가지고 계시지만 저는 다른 방식의 의사소통하는 부분들을 개발해 가면서 맛집을 같이 가서 편안하게 본인이 가진 애로사항이나 힘든 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거나 같이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 등 다른 소통방식을 개발해왔는데요.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겠죠."

"유리 천장은 개인기 아닌 시스템으로 깨야"

지금까지 진달래 상무나 이인재 부사장처럼 유리 천장을 뚫어낸 여성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개인기'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진달래 상무와 이인재 부사장에게 유리 천장을 뚫은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절박함'을 꼽았습니다. "얘 없으면 안 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일에 매달려왔다고요.

그래서 두 사람은 이제 후배들은 이런 절박한 '살아남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과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진달래 상무는 특히 "여성은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도와줄 수 있는 문화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인재 부사장은 더 나아가서 여성인력관리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입사 당시 여성인력비중이 높았다가 점점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에 이탈되는 비중이 큰데 승진이나 승격 이런 절차상에서 여성인력을 모니터링해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이탈하지 않고 같이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OECD 국가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22.9%입니다. 한국의 3.6%는 정말 턱없이 낮은 수치죠.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서 7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고한 유리 천장을 깨려면 일부 여성의 변화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방향은 알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실천될지가 문제겠죠.
  • ‘유리 천장’ 깬 여성 임원, 그들의 이야기는?
    • 입력 2019-07-26 15:20:50
    • 수정2019-07-26 17:08:32
    취재K
대한민국 임원 중 단 3.6%

대한민국 임원 가운데 "3.6%". 숫자로는 500명 남짓.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들입니다.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 '유리 천장'의 현실입니다.

이 3.6%에 속한 여성 임원 두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경기도 광주시의 롯데칠성음료 오포공장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진달래 상무. 오포공장 전체를 책임지는 공장장이기도 합니다. 음료 공장이긴 하지만 여성 공장장이라니 조금 낯설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큰 목소리에 여장부 같은 느낌을 상상하고 갔는데 진 상무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최초'의 특별함과 부담 사이

"전 항상 최초였어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피할 수 없으니까 즐기고 있죠."

롯데칠성음료 첫 여성공채 사원에서 첫 여성 주임, 첫 여성 매니저, 그리고 4년 전 공채 출신으로는 첫 여성 임원이 되기까지 진 상무 앞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최초라는 건 특별하기도 했지만,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임원도 거의 남자니까 자연스럽게 남성 위주의 생각을 하게 되고 일을 잘한다 못 한다 평가를 할 때도 남성의 잣대에서 바라볼 때가 많죠. 여성임원은 얼마 없다 보니까 여자가 어떻게 했을 때 잘하는 건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명확하지 않아요. 지금이 과도기겠죠."

앞서가는 사람이 없으니 롤모델로 삼을 사람도 없었고 어떤 방향이 옳은지 확신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진 상무는 말합니다.

"술자리마다 생각해요. 내가 지금 주는 술을 다 먹고 여장부처럼 행동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게 잘하는 건지. 그건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따라다니는 딜레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여성 리더가 흔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잘나가는 남자처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저 또한 해본 적 있었습니다.


진달래 상무보다 좀 더 앞서 임원이 됐던 삼성카드의 이인재 부사장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삼성 금융계열사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등기 임원이 됐는데요. 역시나 진 상무처럼 '최초'의 길을 걸어온 셈입니다.

이 부사장은 남성 중심의 IT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음에는 마초적으로 큰 소리로 얘기하고 자신을 과장되게 꾸며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좀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데요.

이인재 부사장 역시 여성 리더로서 어떤 길이 맞는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보통 남자 상사들은 편안하게 술 한잔 하자 또 운동같이 하자 이런 식의 전통적인 관리스타일을 가지고 계시지만 저는 다른 방식의 의사소통하는 부분들을 개발해 가면서 맛집을 같이 가서 편안하게 본인이 가진 애로사항이나 힘든 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거나 같이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 등 다른 소통방식을 개발해왔는데요.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겠죠."

"유리 천장은 개인기 아닌 시스템으로 깨야"

지금까지 진달래 상무나 이인재 부사장처럼 유리 천장을 뚫어낸 여성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개인기'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진달래 상무와 이인재 부사장에게 유리 천장을 뚫은 비결이 뭐냐고 물었을 때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절박함'을 꼽았습니다. "얘 없으면 안 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일에 매달려왔다고요.

그래서 두 사람은 이제 후배들은 이런 절박한 '살아남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과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진달래 상무는 특히 "여성은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도와줄 수 있는 문화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인재 부사장은 더 나아가서 여성인력관리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입사 당시 여성인력비중이 높았다가 점점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에 이탈되는 비중이 큰데 승진이나 승격 이런 절차상에서 여성인력을 모니터링해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이탈하지 않고 같이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OECD 국가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22.9%입니다. 한국의 3.6%는 정말 턱없이 낮은 수치죠.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서 7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고한 유리 천장을 깨려면 일부 여성의 변화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방향은 알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실천될지가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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