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5살 소녀인데…무너진 건물에서 7개월 동생 구하려다

입력 2019.07.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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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SY24]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한 아버지가 절박한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봅니다. 그곳엔 자신의 두 딸이 있습니다. 5살과 7개월. 언니의 이름은 리암입니다. 리암은 자신이 건물 잔해에 깔린 상황에서도 동생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동생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이 더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딸들을 구하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절규를 들은 사람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리암은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동생의 옷을 놓치고 자신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자매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언니 리암은 결국 숨졌고, 어린 동생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리암의 어머니 역시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지난 수요일, 시리아 이들립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공습으로 매일 사람들이 숨지고 다치는 시리아는 이제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세상 사람들은 시리아의 비극이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이번 공습의 주체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입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지역 제공권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 아래 공습을 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리암이 살던 이들립은 수니파 주민들의 거주지인데, 시아파 정부는 이곳에 반군 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공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민주화 요구와 종파 갈등이 맞물리며 시작됐습니다. 시리아 주민의 4분의 3은 수니파지만, 권력은 소수인 시아파가 쥐고 있었습니다. 아사드 정권은 다수의 수니파를 통제하기 위해 억압적인 독재 체제를 유지했고, 수니파가 반발하며 민주화 시위를 벌이자 이를 무력으로 탄압했습니다. 결국 2011년 전쟁이 벌어졌고, 이후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고, 미국과 터키 등은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은 국제전으로 확산됐습니다. 여기에 소수민족 쿠르드와 IS까지 가세하면서 전선마저 명확하지 않은 전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난민캠프의 시리아 어린이들 [사진 출처 : 국제적십자사]난민캠프의 시리아 어린이들 [사진 출처 : 국제적십자사]

시리아 인권단체는 지난 한 달 동안 공습으로 33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내전 기간 희생된 어린이의 수는 19,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시리아는 25억 배럴이라는 원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입니다. 전쟁 대신 이 원유 개발에만 힘쓴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티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리암과 여동생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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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겨우 5살 소녀인데…무너진 건물에서 7개월 동생 구하려다
    • 입력 2019-07-27 07:01:20
    취재K
[사진 출처 : SY24]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한 아버지가 절박한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봅니다. 그곳엔 자신의 두 딸이 있습니다. 5살과 7개월. 언니의 이름은 리암입니다. 리암은 자신이 건물 잔해에 깔린 상황에서도 동생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동생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이 더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딸들을 구하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절규를 들은 사람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리암은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동생의 옷을 놓치고 자신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자매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언니 리암은 결국 숨졌고, 어린 동생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리암의 어머니 역시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지난 수요일, 시리아 이들립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공습으로 매일 사람들이 숨지고 다치는 시리아는 이제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세상 사람들은 시리아의 비극이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이번 공습의 주체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입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지역 제공권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 아래 공습을 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리암이 살던 이들립은 수니파 주민들의 거주지인데, 시아파 정부는 이곳에 반군 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공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민주화 요구와 종파 갈등이 맞물리며 시작됐습니다. 시리아 주민의 4분의 3은 수니파지만, 권력은 소수인 시아파가 쥐고 있었습니다. 아사드 정권은 다수의 수니파를 통제하기 위해 억압적인 독재 체제를 유지했고, 수니파가 반발하며 민주화 시위를 벌이자 이를 무력으로 탄압했습니다. 결국 2011년 전쟁이 벌어졌고, 이후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고, 미국과 터키 등은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은 국제전으로 확산됐습니다. 여기에 소수민족 쿠르드와 IS까지 가세하면서 전선마저 명확하지 않은 전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난민캠프의 시리아 어린이들 [사진 출처 : 국제적십자사]
시리아 인권단체는 지난 한 달 동안 공습으로 33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내전 기간 희생된 어린이의 수는 19,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시리아는 25억 배럴이라는 원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입니다. 전쟁 대신 이 원유 개발에만 힘쓴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티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리암과 여동생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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