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 캐낸 투명사회 ‘거성’ 靑 입성…노영민 ‘옥중 동기’

입력 2019.07.27 (07:01) 수정 2019.07.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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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합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17년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1천 8백여 유치원이 적발됐고 유용하거나 횡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무려 269억 원이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박용진 의원은 일약 '국감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 뒤 추진한 '유치원3법'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에 숨은 공신이 있습니다. 새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입성한 김거성(金巨性) 수석입니다. 김거성 수석은 누구일까요?

김거성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김거성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 ‘사립유치원 비리’ 캐낸 숨은 주역…‘회유’하려 골드바까지

맨 마지막 줄에 있듯, 김거성 수석은 2014년부터 4년 동안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으로 일합니다. 목사로서의 양심과 오랜 투명사회, 반부패 활동으로 개방직 임용된 것이었죠. 2015년 9월부터 경기도내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하면서 비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온갖 협박과 회유를 받을 수밖에 없았다고 합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6번 고소 고발을 당했습니다. 모두 무혐의 혹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김 수석은 한 유치원장의 회유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한 사립유치원장이 당시 김 감사관에게 골드바를 택배로 보냈던 겁니다. 당사자인 김 감사관은 바로 골드바를 돌려보냈는데 오히려 사립유치원 원장은 김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발했다가 취하했다고 합니다. 경기도내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감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겁니다.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수석(맨 왼쪽)경기도 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수석(맨 왼쪽)

■ 반부패국민연대 창립 주도…‘투명사회실천협약’으로 결실

사실 김거성 수석은 ‘반부패·투명성 운동의 전도사’라고 불립니다. 1999년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창립을 주도했고, 국제 NGO인 국제투명성기구와 연대해 매년 부패지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10월 반부패국민연대는 우리 사회에 제안을 합니다.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패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재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약속을 하자라는 것이었죠. 이런 노력은 2005년 결실을 맺습니다. 바로 ‘투명사회실천협약’입니다. 서울 효창동의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인사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8명이 서명해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2007년 투명사회실천협약 대국민보고대회2007년 투명사회실천협약 대국민보고대회

투명사회협약을 이행하기위해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국회의원의 임기 중 영리목적 겸직 금지, 직무관련 주식과 부동산의 백지신탁제도, 불법조성 정치자금의 국고 환수 등이 모두 여기서 만들어진 방안들입니다. 이걸 주도한 사람이 바로 김거성 수석이었습니다.

2005년 투명사회실천협의회 현판식과 김거성 사무총장2005년 투명사회실천협의회 현판식과 김거성 사무총장

■ 77년 연세대 긴급조치9호 반대 시위 주도…노영민 실장과 ‘옥중 동기’

'투명성 전도사' 김거성 목사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배경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오랜 인연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77년 10월, 연세대로 가봅니다. 당시 대학가는 암흑기였다고 합니다.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된 이후 제대로 된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물꼬를 튼 게 바로 노영민과 김거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연세대 기독학생회(SCA)에서 함께 활동을 했던 사입니다. 故 성유보 선생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학생 시위의 물꼬가 다시 터진 것은 77년 10월이었다. 10월13일 연세대에서 노영민·김거성, 단둘이 주도한 사건이었다. 점심시간 노영민은 대강당 3층에서 “유신헌법 철폐하라, 긴급조치 해제하라”며 유인물을 뿌렸고, 김거성은 신학대 강당에서 채플이 끝나자 유인물을 뿌린 뒤 학생들과 시위를 벌였다. 12일 뒤인 10월25일, 강성구·이상훈·공유상·우원식·박성훈·장신환 등이 주도한 시위에는 4000여명의 학생이 교내 백양로를 가득 메웠다. 강성구는 대강당 4층 박물관에 비밀리에 잠입해 창문을 깨고 “유신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상훈은 대강당 앞에서 유인물을 뿌렸으며, 우원식은 교내 방송실로 들어가 ‘진군가’를 틀었고, 공유상은 시위대를 이끌고 이화여대를 거쳐 신촌 네거리까지 진출해 서강대생들과 함께 시위를 했다. 경찰은 이들과 이대수·오성광 등 7명을 배후로 지목해 구속했다. -성유보, 멈출수 없는 언론자유의 꿈(68) 중에서-

연세대 경영학과 76학번 노영민이 당시 작성했던 구국선언서연세대 경영학과 76학번 노영민이 당시 작성했던 구국선언서

당시 유신독재 정권은 주모자들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노영민 김거성 두 사람은 경찰에 검거됐고 감옥에 갖혔습니다. 학생 노영민은 징역 2년 6월에 자격정지 2년 6월의 형을, 학생 김거성은 징역 단기 1년과 장기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옥중 동기’가 됩니다.

세월이 흘러 2013년 대통령긴급조치 9호가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2014년 노영민 김거성 두 사람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진보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갈등 현안에 도움될까?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김거성 수석은 많은 진보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합니다. 앞서 얼핏 언급된 것처럼 우원식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는 재학시절부터 아는 사이이고 이학영 의원과는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시절부터, 또 김상곤 전 교육사회부총리와도 오랜 인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오랜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 경력이 2019년 대한민국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시민사회수석의 역할에 도움이 되느냐일 겁니다. 행여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으로만 갈등현안을 접근하다보면 오히려 일이 꼬일 수도 있을 겁니다. 김거성 수석은 첫 인사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수석의 과제는 경청하고 존중하고 대화함으로서 소통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촛불정신의 실현이 과제인데, 다만 그것이 현실적인 상황과 조건에 맡게 합리적으로, 또는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이렇게 그 방향으로 이 사회가 움직여 나가도록 함께 시민사회, 종교단체 등과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는 리스크의 예방과 대응, 그리고 완화, 이런 것들이 정부 정책 프로그램 어떤 집행에 있어서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눈물 짓고, 또 한숨 짓고, 억울함을 가슴에 품은 국민들의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함께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서 아름다운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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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유치원 비리’ 캐낸 투명사회 ‘거성’ 靑 입성…노영민 ‘옥중 동기’
    • 입력 2019-07-27 07:01:20
    • 수정2019-07-27 07:15:52
    취재K
2018년 10월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합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17년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1천 8백여 유치원이 적발됐고 유용하거나 횡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무려 269억 원이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박용진 의원은 일약 '국감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 뒤 추진한 '유치원3법'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에 숨은 공신이 있습니다. 새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입성한 김거성(金巨性) 수석입니다. 김거성 수석은 누구일까요?

김거성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 ‘사립유치원 비리’ 캐낸 숨은 주역…‘회유’하려 골드바까지

맨 마지막 줄에 있듯, 김거성 수석은 2014년부터 4년 동안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으로 일합니다. 목사로서의 양심과 오랜 투명사회, 반부패 활동으로 개방직 임용된 것이었죠. 2015년 9월부터 경기도내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하면서 비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온갖 협박과 회유를 받을 수밖에 없았다고 합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6번 고소 고발을 당했습니다. 모두 무혐의 혹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김 수석은 한 유치원장의 회유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한 사립유치원장이 당시 김 감사관에게 골드바를 택배로 보냈던 겁니다. 당사자인 김 감사관은 바로 골드바를 돌려보냈는데 오히려 사립유치원 원장은 김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발했다가 취하했다고 합니다. 경기도내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감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겁니다.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 시절의 김거성 수석(맨 왼쪽)
■ 반부패국민연대 창립 주도…‘투명사회실천협약’으로 결실

사실 김거성 수석은 ‘반부패·투명성 운동의 전도사’라고 불립니다. 1999년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창립을 주도했고, 국제 NGO인 국제투명성기구와 연대해 매년 부패지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10월 반부패국민연대는 우리 사회에 제안을 합니다.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패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재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약속을 하자라는 것이었죠. 이런 노력은 2005년 결실을 맺습니다. 바로 ‘투명사회실천협약’입니다. 서울 효창동의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인사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8명이 서명해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2007년 투명사회실천협약 대국민보고대회
투명사회협약을 이행하기위해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국회의원의 임기 중 영리목적 겸직 금지, 직무관련 주식과 부동산의 백지신탁제도, 불법조성 정치자금의 국고 환수 등이 모두 여기서 만들어진 방안들입니다. 이걸 주도한 사람이 바로 김거성 수석이었습니다.

2005년 투명사회실천협의회 현판식과 김거성 사무총장
■ 77년 연세대 긴급조치9호 반대 시위 주도…노영민 실장과 ‘옥중 동기’

'투명성 전도사' 김거성 목사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배경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오랜 인연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77년 10월, 연세대로 가봅니다. 당시 대학가는 암흑기였다고 합니다.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된 이후 제대로 된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물꼬를 튼 게 바로 노영민과 김거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연세대 기독학생회(SCA)에서 함께 활동을 했던 사입니다. 故 성유보 선생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학생 시위의 물꼬가 다시 터진 것은 77년 10월이었다. 10월13일 연세대에서 노영민·김거성, 단둘이 주도한 사건이었다. 점심시간 노영민은 대강당 3층에서 “유신헌법 철폐하라, 긴급조치 해제하라”며 유인물을 뿌렸고, 김거성은 신학대 강당에서 채플이 끝나자 유인물을 뿌린 뒤 학생들과 시위를 벌였다. 12일 뒤인 10월25일, 강성구·이상훈·공유상·우원식·박성훈·장신환 등이 주도한 시위에는 4000여명의 학생이 교내 백양로를 가득 메웠다. 강성구는 대강당 4층 박물관에 비밀리에 잠입해 창문을 깨고 “유신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상훈은 대강당 앞에서 유인물을 뿌렸으며, 우원식은 교내 방송실로 들어가 ‘진군가’를 틀었고, 공유상은 시위대를 이끌고 이화여대를 거쳐 신촌 네거리까지 진출해 서강대생들과 함께 시위를 했다. 경찰은 이들과 이대수·오성광 등 7명을 배후로 지목해 구속했다. -성유보, 멈출수 없는 언론자유의 꿈(68) 중에서-

연세대 경영학과 76학번 노영민이 당시 작성했던 구국선언서
당시 유신독재 정권은 주모자들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노영민 김거성 두 사람은 경찰에 검거됐고 감옥에 갖혔습니다. 학생 노영민은 징역 2년 6월에 자격정지 2년 6월의 형을, 학생 김거성은 징역 단기 1년과 장기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옥중 동기’가 됩니다.

세월이 흘러 2013년 대통령긴급조치 9호가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2014년 노영민 김거성 두 사람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진보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갈등 현안에 도움될까?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김거성 수석은 많은 진보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합니다. 앞서 얼핏 언급된 것처럼 우원식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는 재학시절부터 아는 사이이고 이학영 의원과는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시절부터, 또 김상곤 전 교육사회부총리와도 오랜 인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오랜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 경력이 2019년 대한민국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시민사회수석의 역할에 도움이 되느냐일 겁니다. 행여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으로만 갈등현안을 접근하다보면 오히려 일이 꼬일 수도 있을 겁니다. 김거성 수석은 첫 인사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수석의 과제는 경청하고 존중하고 대화함으로서 소통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촛불정신의 실현이 과제인데, 다만 그것이 현실적인 상황과 조건에 맡게 합리적으로, 또는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이렇게 그 방향으로 이 사회가 움직여 나가도록 함께 시민사회, 종교단체 등과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는 리스크의 예방과 대응, 그리고 완화, 이런 것들이 정부 정책 프로그램 어떤 집행에 있어서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눈물 짓고, 또 한숨 짓고, 억울함을 가슴에 품은 국민들의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함께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서 아름다운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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