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배설물·말뚝·페인트까지, ‘평화의 소녀상’ 훼손 도대체 누가?

입력 2019.07.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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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을 빼고 소녀상이 가장 많이 건립된 국가는 미국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을 시작으로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 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 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 5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글렌데일 소녀상은 의미가 큽니다. 이 건립물은 지난 2013년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 시립공원에 미국에선 최초로 세워진 소녀상입니다. 지난해 건립 5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소녀상 건립 추진 때부터 문제로 삼아온 일본 극우단체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소송까지 걸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美 연방대법원은 "세계적인 인권문제를 교육하고자 미국 시민과 지방 정부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라고 불가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지난 2월에는 작고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추모제가 소녀상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

그런데 이 글렌데일 소녀상에 그야말로 참혹한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동상의 얼굴에 개의 배설물을 묻히고 주변에도 배설물을 쏟아놓은 겁니다. 글렌데일 경찰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써 3번째 소녀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는 "최근 들어 훼손 사건이 빈발했다는 점에 비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글렌데일 시 당국은 "우리 시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져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개 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개 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

소녀상의 수난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동상이 훼손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위안부 기림비의 할머니 동상을 녹색과 흰색 페인트를 뿌렸고, 눈동자도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는 그전에도 동판이 날카로운 도구에 긁혀 훼손된 적이 있었습니다. 동판에는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글귀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 파크의 위안부 기림비가 '말뚝 테러'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쓰인 말뚝을 기림비 옆에 박은 겁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일본 극우파 단체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인트 테러당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동상페인트 테러당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동상

동상에 개 배설물을 묻히는 테러부터, 말뚝을 박고, 페인트를 칠하는 것까지 저런 수법을 어떻게 생각했으며 어떻게 행동으로까지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인 파렴치한 반달리즘 행위입니다. 바다 건너 소녀상들의 수난에 보이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모두 고의로 건립물의 취지를 모욕하고 조롱하려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일본 정부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위안부로 알려진 젊은 여성들을 일본군에 대한 성적 서비스 목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공식 위임했으며,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 군대 매춘 제도인 위안부는 집단 강간과 강제유산, 수치, 신체 절단과 사망 및 궁극적인 자살을 초래한 성적 폭행 등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의 내용입니다. 미국 하원은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현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필리핀, 타이완, 유럽연합 등 많은 국가가 지금까지 비슷한 내용의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 국가가 주도해 인권을 처참히 짓밟은 역사적인 비극입니다. 정치적·경제적인 목적의 테러를 포함해 그 어떤 모욕도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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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을 빼고 소녀상이 가장 많이 건립된 국가는 미국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을 시작으로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 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 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 5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글렌데일 소녀상은 의미가 큽니다. 이 건립물은 지난 2013년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 시립공원에 미국에선 최초로 세워진 소녀상입니다. 지난해 건립 5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소녀상 건립 추진 때부터 문제로 삼아온 일본 극우단체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소송까지 걸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美 연방대법원은 "세계적인 인권문제를 교육하고자 미국 시민과 지방 정부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라고 불가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지난 2월에는 작고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추모제가 소녀상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
그런데 이 글렌데일 소녀상에 그야말로 참혹한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동상의 얼굴에 개의 배설물을 묻히고 주변에도 배설물을 쏟아놓은 겁니다. 글렌데일 경찰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써 3번째 소녀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는 "최근 들어 훼손 사건이 빈발했다는 점에 비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글렌데일 시 당국은 "우리 시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져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개 배설물 테러당한 글렌데일 소녀상
소녀상의 수난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동상이 훼손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위안부 기림비의 할머니 동상을 녹색과 흰색 페인트를 뿌렸고, 눈동자도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는 그전에도 동판이 날카로운 도구에 긁혀 훼손된 적이 있었습니다. 동판에는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글귀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 파크의 위안부 기림비가 '말뚝 테러'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쓰인 말뚝을 기림비 옆에 박은 겁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일본 극우파 단체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인트 테러당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동상
동상에 개 배설물을 묻히는 테러부터, 말뚝을 박고, 페인트를 칠하는 것까지 저런 수법을 어떻게 생각했으며 어떻게 행동으로까지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인 파렴치한 반달리즘 행위입니다. 바다 건너 소녀상들의 수난에 보이는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모두 고의로 건립물의 취지를 모욕하고 조롱하려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일본 정부는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위안부로 알려진 젊은 여성들을 일본군에 대한 성적 서비스 목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공식 위임했으며,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 군대 매춘 제도인 위안부는 집단 강간과 강제유산, 수치, 신체 절단과 사망 및 궁극적인 자살을 초래한 성적 폭행 등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의 내용입니다. 미국 하원은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현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필리핀, 타이완, 유럽연합 등 많은 국가가 지금까지 비슷한 내용의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 국가가 주도해 인권을 처참히 짓밟은 역사적인 비극입니다. 정치적·경제적인 목적의 테러를 포함해 그 어떤 모욕도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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