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준다더니…” 그녀는 두번 울었다

입력 2019.07.27 (1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33살 주부 김 모 씨는 14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들을 낳고 석 달은 출산휴가를 썼고, 이후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김 씨의 기본급은 180만 원. 처음 3개월은 기본급의 80%, 나머지 9개월은 기본급의 50%를 육아휴직급여로 받게 돼 있습니다. 김 씨는 첫 3개월은 월 144만 원씩 이후 9개월은 월 90만 원씩 받는 겁니다.

하지만 김 씨 통장에 실제로 입금된 금액은 첫 3개월 동안 월 108만 원, 나머지 9개월은 월 67만 5천 원이었습니다. 매월 육아휴직급여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 빠진 건데요. 이렇게 육아휴직급여의 25%를 뗀 돈은 김 씨가 직장에 다시 복직해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그때 돌려받게 됩니다. 복직 이후에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라고 해서 '사후지급금'이라고 불리는 돈입니다.

▲ 사후지급금은 경력 단절 막기 위한 '당근'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 기간 이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니도록 독려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경력단절 예방보험' 입니다. 2011년에 도입됐습니다. 복직 뒤 여섯 달 뒤면 받을 수 있는 25%의 육아휴직급여가 자발적 퇴사를 막는 일종의 '당근'인 셈입니다.

그런데 일할 의사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김 씨는 '경단녀 방지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 육아휴직으로 마치고 회사에 복직하려 했지만, 회사로부터 "자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복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가 받지 못한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은 310만 5천 원이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제 나이도 젊고, 무엇보다 일이 좋았다"는 김 씨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언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사후지급금을 못 받게 된 것에 대해선 "내가 낸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에서 25%를 떼놓고선, 일방적 해고를 당한 건데도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 미지급율 꾸준히 증가..."절반 가까이 못 받아"


김 씨처럼 육아휴직을 한 사람 중에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입니다. 노동부가 6개월가량 연구용역을 통해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만든 자료로, 사후지급금 세부통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즉 육아휴직자 가운데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율이 2011년 36.9%에서 2016년 6월기준 46.4%로 10%p가량 증가했습니다.

육아휴직자를 기준으로 보면, 2011년엔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37,876명 가운데 13,984명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고, 2012년엔 47,198명 가운데 17,110명이, 2013년엔 53,597명 가운데 20,172명이, 2014년엔 64,089명 가운데 25,996명, 2015년엔 74,543명 가운데 31,256명이, 그리고 2016년은 6월까지만 집계했을 때 41,999명 가운데 19,487명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노동부는 전체 육아휴직자는 늘어났지만, 복직을 못 했거나 하더라도 6개월을 채우지 못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복직이 여의치 않다 보니 이 부분도 사후지급금 미지급율 증가에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사업장 작을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미지급율 ↑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의 '경력단절 방지'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선 기대했던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애초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노동환경, 대체 인력을 운영하기 힘든 기업의 고충 등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 제도는 한계가 명확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사후지급금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납니다. 인력 운용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후지급금 미지급 비율이 높은데요. 300인 이상 사업장의 미지급률은 31%인 반면, 1~29인 사업장은 53%로 22%p 차이가 납니다.


근속기간을 보면,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은 1년 미만 또는 1~2년 근무일 경우 사후지급금 미지급 비율이 각각 51.1%, 52,3%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 담당자는 "소규모 기업에서 일하며 근속기간이 짧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사후지급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다, 육아휴직에서도 양극화가 이어지는 것 "이라면서도 "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에 따른 인력운용상의 부담이 큰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부 담당자는 "사후지급금 미지급율이 절반 가까이 돼 어떻게든 개선이 필요하지만, 결국 노동시장, 기업환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개선돼야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사후지급금이 미지급된 원인을 조사해보면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6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 중엔 '자발적 사유'가 71%를 차지합니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문을 닫거나, 일방적 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 사유는 28.7%입니다. 통계로만 보면, '육아휴직자 대다수가 스스로 복직을 안 하기로 선택해 사후지급금을 포기했다'로 해석됩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부의 제도개선 방향도 '비자발적 사유'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미 2017년 6월부터 근로계약이 만료돼 복직해도 6개월 이상 근무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사후지급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외에 노동부는 폐업이나 도산 등 기업 측 사정으로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무를 못하는 경우에도 사후지급금을 주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 '자발적 퇴사'에 숨겨진 현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발적 퇴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용보험 통계상 '자발적'으로 분류됐을 뿐,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은 퇴사 강요가 많다는 겁니다.

직장맘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서울시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의 김문정 센터장은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을 쓰게 해주는 대신 미리 사표를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런 속사정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부 담당자도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발적 퇴사를 하더라도 육아를 이유로 하면, 실업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악용해, 회사가 직장맘에게 퇴사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사후지급금은 노동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에서 나오는데, 사후지급금을 못받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일을 그만둔 게 아니라면 사후지급금을 주거나, 복직을 하면 곧바로 지급하는 등 지급요건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제도 개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폐지를 포함해 육아휴직급여에서 공제하는 비율을 더 낮추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나중에 준다더니…” 그녀는 두번 울었다
    • 입력 2019-07-27 11:00:02
    취재K
경기도 용인에 사는 33살 주부 김 모 씨는 14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들을 낳고 석 달은 출산휴가를 썼고, 이후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김 씨의 기본급은 180만 원. 처음 3개월은 기본급의 80%, 나머지 9개월은 기본급의 50%를 육아휴직급여로 받게 돼 있습니다. 김 씨는 첫 3개월은 월 144만 원씩 이후 9개월은 월 90만 원씩 받는 겁니다.

하지만 김 씨 통장에 실제로 입금된 금액은 첫 3개월 동안 월 108만 원, 나머지 9개월은 월 67만 5천 원이었습니다. 매월 육아휴직급여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 빠진 건데요. 이렇게 육아휴직급여의 25%를 뗀 돈은 김 씨가 직장에 다시 복직해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그때 돌려받게 됩니다. 복직 이후에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라고 해서 '사후지급금'이라고 불리는 돈입니다.

▲ 사후지급금은 경력 단절 막기 위한 '당근'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 기간 이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니도록 독려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경력단절 예방보험' 입니다. 2011년에 도입됐습니다. 복직 뒤 여섯 달 뒤면 받을 수 있는 25%의 육아휴직급여가 자발적 퇴사를 막는 일종의 '당근'인 셈입니다.

그런데 일할 의사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김 씨는 '경단녀 방지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 육아휴직으로 마치고 회사에 복직하려 했지만, 회사로부터 "자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복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가 받지 못한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은 310만 5천 원이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제 나이도 젊고, 무엇보다 일이 좋았다"는 김 씨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언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사후지급금을 못 받게 된 것에 대해선 "내가 낸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에서 25%를 떼놓고선, 일방적 해고를 당한 건데도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 미지급율 꾸준히 증가..."절반 가까이 못 받아"


김 씨처럼 육아휴직을 한 사람 중에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입니다. 노동부가 6개월가량 연구용역을 통해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만든 자료로, 사후지급금 세부통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즉 육아휴직자 가운데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율이 2011년 36.9%에서 2016년 6월기준 46.4%로 10%p가량 증가했습니다.

육아휴직자를 기준으로 보면, 2011년엔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37,876명 가운데 13,984명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고, 2012년엔 47,198명 가운데 17,110명이, 2013년엔 53,597명 가운데 20,172명이, 2014년엔 64,089명 가운데 25,996명, 2015년엔 74,543명 가운데 31,256명이, 그리고 2016년은 6월까지만 집계했을 때 41,999명 가운데 19,487명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노동부는 전체 육아휴직자는 늘어났지만, 복직을 못 했거나 하더라도 6개월을 채우지 못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복직이 여의치 않다 보니 이 부분도 사후지급금 미지급율 증가에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사업장 작을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미지급율 ↑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의 '경력단절 방지'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선 기대했던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애초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노동환경, 대체 인력을 운영하기 힘든 기업의 고충 등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 제도는 한계가 명확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사후지급금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납니다. 인력 운용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후지급금 미지급 비율이 높은데요. 300인 이상 사업장의 미지급률은 31%인 반면, 1~29인 사업장은 53%로 22%p 차이가 납니다.


근속기간을 보면,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은 1년 미만 또는 1~2년 근무일 경우 사후지급금 미지급 비율이 각각 51.1%, 52,3%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 담당자는 "소규모 기업에서 일하며 근속기간이 짧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사후지급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다, 육아휴직에서도 양극화가 이어지는 것 "이라면서도 "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에 따른 인력운용상의 부담이 큰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부 담당자는 "사후지급금 미지급율이 절반 가까이 돼 어떻게든 개선이 필요하지만, 결국 노동시장, 기업환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개선돼야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사후지급금이 미지급된 원인을 조사해보면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6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 중엔 '자발적 사유'가 71%를 차지합니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문을 닫거나, 일방적 해고를 당하는 등 비자발적 사유는 28.7%입니다. 통계로만 보면, '육아휴직자 대다수가 스스로 복직을 안 하기로 선택해 사후지급금을 포기했다'로 해석됩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부의 제도개선 방향도 '비자발적 사유'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미 2017년 6월부터 근로계약이 만료돼 복직해도 6개월 이상 근무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사후지급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외에 노동부는 폐업이나 도산 등 기업 측 사정으로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무를 못하는 경우에도 사후지급금을 주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 '자발적 퇴사'에 숨겨진 현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발적 퇴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용보험 통계상 '자발적'으로 분류됐을 뿐,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은 퇴사 강요가 많다는 겁니다.

직장맘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서울시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의 김문정 센터장은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을 쓰게 해주는 대신 미리 사표를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런 속사정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부 담당자도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발적 퇴사를 하더라도 육아를 이유로 하면, 실업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악용해, 회사가 직장맘에게 퇴사를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사후지급금은 노동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에서 나오는데, 사후지급금을 못받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일을 그만둔 게 아니라면 사후지급금을 주거나, 복직을 하면 곧바로 지급하는 등 지급요건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제도 개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폐지를 포함해 육아휴직급여에서 공제하는 비율을 더 낮추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