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쓰레기 운하 크루즈?…“암스테르담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

입력 2019.07.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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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건물들과 멋진 운하. 하지만 이 사진의 핵심은 그런 풍경이 아니다. 왼쪽 아래에 빨간 보트가 보이는가? 뜰채를 들고 낚시에 열중인 사람들. 이들이 낚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다.

이름하여 '쓰레기 낚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생태 친화적 관광' 또는 '친환경 관광'이다.


운하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등지에는 사진에서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뜰채를 들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탄 보트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탑승자들은 이 같은 폐플라스틱 보트를 타고 운하 주위를 둘러보며 물속에서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각종 폐기물을 건져낸다.

운하를 관광하면서 환경보호도 하자는 간단하면서도 의미 있는 취지다. 플라스틱 고래라는 의미의 ‘플라스틱 웨일’(Plastic Whale)이라는 현지 친환경 기업이 운영하는 이 운하 크루즈 덕분에 지난해에만 4만 6천 개가 넘는 플라스틱병이 수거됐고, 그 양의 2~3배가 넘는 다른 수중 쓰레기들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지난해에만 1만 2천 명이 넘었고-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서만- 올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낚시용 뜰채로 무장하고 플라스틱병 등 수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관광객들.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가면서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들고 있던 뜰채로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각종 수중 쓰레기를 건져낸다. (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 https://plasticwhale.com/our-story/)낚시용 뜰채로 무장하고 플라스틱병 등 수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관광객들.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가면서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들고 있던 뜰채로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각종 수중 쓰레기를 건져낸다. (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 https://plasticwhale.com/our-story/)

'쓰레기 낚시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가족을 데리고 참가했다는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관광을 즐기기도 했지만, 운하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지 보면서 놀랐다"고 밝혔고, 캐나다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이 버려졌는지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보트를 타고 운하 곳곳을 떠다니며 신발과 스키용 장갑, 탄산음료 캔, 포도주병, 기저귀, 파인애플 등을 건져 올렸다.

참가자들은 관광하면서 환경도 보호한다는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이렇게 수거된 폐플라스틱(병)은 '플라스틱 웨일'(Plastic Whale)과 'Vepa'라는 협력사들에 의해 관광용 보트나 사무용 가구로 재활용된다.

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

뜻밖에 품질도 좋고 디자인 면에서도 독창적이고 훌륭하다.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 낸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든 고급 가구. 탁자 한 면에 ‘이 가구는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낸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This table is made from Amsterdam Canal Plastic’이라는 문구가 보인다.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 낸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든 고급 가구. 탁자 한 면에 ‘이 가구는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낸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This table is made from Amsterdam Canal Plastic’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새로운 풍물도 즐기고 생태 보호도 체험하는 이 아이디어는 지난 2011년 1월 마리우스 스미트(Marius Smit) '플라스틱 웨일' 설립자에 의해 고안되었다. 여행 중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절감한 마리우스는 故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의회연설 "나는 이 나라가 1960년대가 지나가기 전에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함을 믿습니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그해 9월 첫 '쓰레기 낚시' 이벤트에서 당장 450명이 참가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 이듬해에는 72개 보트에 1,200명 참가, 그다음 해에는 스타벅스 커피사의 참여, 또 그다음 해에는 '세계 최초의 전문 쓰레기 낚시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의 참여, 재단(The Plastic Whale Foundation) 설립과 학교 교육 프로그램 런칭, 그리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고급 사무용 가구 제작으로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전례 없는 회사로 도약한다.


일이 이렇게까지 풀리게 될 줄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듯한 '플라스틱 웨일'측은 지난해를 두고 '기록적인 해였다'고 자평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늘면서 지난해 네덜란드 전체 국민 수보다 더 많은 수인 1천 8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암스테르담은 덕분에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마리우스 스미트는 "이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라며 "관광객들은 (도시를 구경하면서 동시에) 운하를 깨끗이 만들고 있으므로 도시와 운하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을 통해 바다로까지 흘러들며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주범, 수중 쓰레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플라스틱 웨일은 무언가를 하고, 만들고, 진전을 이뤄가는 사람들의 운동입니다. 우리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언제나 불확실하지만, 그 또한 재미의 일부죠. 말만 하지 말고 일단 뭐든 해보자는 게 우리의 신조입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것의 긍정적인 힘을 믿어보자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웨일'사 홈페이지의 '회사 사명 선언문'중 일부다.

[참고 동영상] https://vimeo.com/168751197

Plastic Whale 2016 from Plastic Whal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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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9 17:11:34
    글로벌 돋보기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멋진 운하. 하지만 이 사진의 핵심은 그런 풍경이 아니다. 왼쪽 아래에 빨간 보트가 보이는가? 뜰채를 들고 낚시에 열중인 사람들. 이들이 낚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다.

이름하여 '쓰레기 낚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생태 친화적 관광' 또는 '친환경 관광'이다.


운하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등지에는 사진에서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뜰채를 들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탄 보트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탑승자들은 이 같은 폐플라스틱 보트를 타고 운하 주위를 둘러보며 물속에서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각종 폐기물을 건져낸다.

운하를 관광하면서 환경보호도 하자는 간단하면서도 의미 있는 취지다. 플라스틱 고래라는 의미의 ‘플라스틱 웨일’(Plastic Whale)이라는 현지 친환경 기업이 운영하는 이 운하 크루즈 덕분에 지난해에만 4만 6천 개가 넘는 플라스틱병이 수거됐고, 그 양의 2~3배가 넘는 다른 수중 쓰레기들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지난해에만 1만 2천 명이 넘었고-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서만- 올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낚시용 뜰채로 무장하고 플라스틱병 등 수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관광객들.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가면서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들고 있던 뜰채로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각종 수중 쓰레기를 건져낸다. (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 https://plasticwhale.com/our-story/)
'쓰레기 낚시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가족을 데리고 참가했다는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관광을 즐기기도 했지만, 운하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지 보면서 놀랐다"고 밝혔고, 캐나다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이 버려졌는지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보트를 타고 운하 곳곳을 떠다니며 신발과 스키용 장갑, 탄산음료 캔, 포도주병, 기저귀, 파인애플 등을 건져 올렸다.

참가자들은 관광하면서 환경도 보호한다는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이렇게 수거된 폐플라스틱(병)은 '플라스틱 웨일'(Plastic Whale)과 'Vepa'라는 협력사들에 의해 관광용 보트나 사무용 가구로 재활용된다.

사진 출처: ‘플라스틱 웨일’ 홈페이지
뜻밖에 품질도 좋고 디자인 면에서도 독창적이고 훌륭하다.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 낸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든 고급 가구. 탁자 한 면에 ‘이 가구는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건져낸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This table is made from Amsterdam Canal Plastic’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새로운 풍물도 즐기고 생태 보호도 체험하는 이 아이디어는 지난 2011년 1월 마리우스 스미트(Marius Smit) '플라스틱 웨일' 설립자에 의해 고안되었다. 여행 중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절감한 마리우스는 故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의회연설 "나는 이 나라가 1960년대가 지나가기 전에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함을 믿습니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그해 9월 첫 '쓰레기 낚시' 이벤트에서 당장 450명이 참가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 이듬해에는 72개 보트에 1,200명 참가, 그다음 해에는 스타벅스 커피사의 참여, 또 그다음 해에는 '세계 최초의 전문 쓰레기 낚시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의 참여, 재단(The Plastic Whale Foundation) 설립과 학교 교육 프로그램 런칭, 그리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고급 사무용 가구 제작으로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전례 없는 회사로 도약한다.


일이 이렇게까지 풀리게 될 줄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듯한 '플라스틱 웨일'측은 지난해를 두고 '기록적인 해였다'고 자평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늘면서 지난해 네덜란드 전체 국민 수보다 더 많은 수인 1천 8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암스테르담은 덕분에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마리우스 스미트는 "이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라며 "관광객들은 (도시를 구경하면서 동시에) 운하를 깨끗이 만들고 있으므로 도시와 운하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을 통해 바다로까지 흘러들며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주범, 수중 쓰레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플라스틱 웨일은 무언가를 하고, 만들고, 진전을 이뤄가는 사람들의 운동입니다. 우리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언제나 불확실하지만, 그 또한 재미의 일부죠. 말만 하지 말고 일단 뭐든 해보자는 게 우리의 신조입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것의 긍정적인 힘을 믿어보자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웨일'사 홈페이지의 '회사 사명 선언문'중 일부다.

[참고 동영상] https://vimeo.com/168751197

Plastic Whale 2016 from Plastic Whal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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