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닥친다, 남태평양 이주하라”…신도 폭행 목사 징역 6년

입력 2019.07.30 (18:00) 수정 2019.07.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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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3단독은 종말론을 내세워 신도들을 남태평양 섬인 피지로 이주시키고, 종교의식을 빙자해 신도들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목사 60살 신옥주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단순히 공소 사실상의 피해를 넘어서 가정을 잃거나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빠지게 됐다"며 "범죄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신 씨에게 있어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동상해와 특수폭행,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 위반, 아동학대와 아동 유기·방임 등 9가지입니다.

목회자의 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죄명들, 신 씨와 교회 신도들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신 씨의 1심 판결문을 통해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 (출처: 유튜브 은혜로교회)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 (출처: 유튜브 은혜로교회)

종말론 주장하며 신도들 남태평양으로 이주시킨 뒤 노역

경기도 과천에 있는 은혜로교회의 담임목사 신옥주는 2014년경부터 종말론을 주장했습니다.

신도들에게 지진과 기근 등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 곧 기근과 전쟁, 환난이 닥칠 것이라는 설교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섬이고, 신도들이 이곳으로 이주해서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신 씨의 반복된 설교에 넘어간 신도 400여 명은 재산을 처분하고 피지로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된 피해자들에겐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피지로 이주한 신도들을 신 씨 측이 만들어 놓은 집단거주지역에서 생활했습니다. 가족의 동거도 금지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집단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신도들 사이에는 지역담당자, 부장, 팀장, 방장 등을 임명해 상호 감시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감시와 보고의 정점에는 신 씨가 있었습니다.

신 씨는 피지에 회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농업과 건축업, 요식업, 미용업 등을 하는 회사입니다. 운영은 신 씨의 아들이 맡았고, 신 씨의 동생이 총무 역할을 했습니다.

신도들은 이 회사에 동원됐습니다. 각자 업무를 배정받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농장 등에서 일했고, 노동에 대한 대가는 없었습니다.

'타작마당' 종교의식 빙자 가족들끼리도 폭행하게

신 씨는 '밀알과 쭉정이를 골라내라'는 성경의 의미로 황당한 종교의식을 행합니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영혼을 정결케 하는 방법"이라며 '타작마당'이라는 종교의식을 거의 매일 진행했습니다.

타작마당은 신 씨와 신 씨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교회 간부들이 신도들을 꾸짖거나 폭행을 하는 행위라고 피해자들은 진술합니다.

신 씨 등은 추수한 곡식을 타작해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 내는 것에 비유해 "인간이 죄를 범하는 이유는 귀신에 들렸기 때문이고, 곡식을 타작해 쭉정이를 골라내듯이 신체와 정신을 타작해 귀신을 떠나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결과, 초창기에는 신 씨가 설교 중 신도들을 불러내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매질하는 사람까지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도들 사이에 서로 폭행을 하게 하고, 심지어는 손주가 조부모를 때리는 등 가족이 서로를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매질의 대상은 어른, 아이 가리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신도도 폭행 피해자였습니다.

폭행의 정도도 상당했습니다. 한 사람이 수십에서 수백 번을 맞기도 하고,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을 수 회씩 때리는 집단 폭행도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들은 "피지에서는 공포 분위기에서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고, 현지 공권력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타작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타작 마당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며 "타작이 있었더라도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타작마당은 집행부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거나, 피지에서 한국으로 귀국 의사를 표현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징계하는 형태로도 이뤄졌다"며 "타작은 신도를 통제하는 수단이었다"고 신 씨 등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피지 이주 비용, 3억 원"…60대 신도 전 재산 가로채

신 씨는 신도들의 재산에도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 씨는 설교에서 "피지에 살기 위해선 비자 취득 비용으로 3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68살의 신도가 신 씨의 설교 넘어가 피지 이주를 결정하자, 신 씨의 측근은 "피지에 가고 싶으면 3억 원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68살 신도는 홀로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한 1억 2천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신도는 "피지에 가서 남은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따라 전 재산을 지급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신 씨 등의 이런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했고, 법원 역시 "피해자를 피지로 이주시킬 마음이 없었음에도 헌금을 하면 피지로 이주시켜 줄 것처럼 기망했다"며 "헌금이라는 자발적인 기부 형식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에 가봤자 배울 것 없다, 학교 보내지 마라"

피해자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있습니다.

신 씨는 설교 중 "지금은 말세다, 학교에 가봤자 배울 것이 없고, 세상의 나쁜 것들만 배우게 된다"며 "차라리 내 말을 듣는 것이 애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신도에게는 "그러면 피지에 못간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 신 씨의 교회에서 적어도 26명의 아동이 상당히 장기간 초·중학교에 출석하지 않거나,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평일에 부모 등과 함께 교회에 나와 신 씨의 설교를 들은 겁니다.

신 씨는 아이들의 결석 문제로 교 측과 경찰이 개입하게 되자 그제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고 설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이런 신 씨의 행동에 대해 아동학대 방임을 교사한 혐의를 적용했고, 1심 법원도 "보호자들이 성인으로서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피해 아동을 방임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이를 결의하게 된 데에는 신 씨의 설교와 칭찬, 회유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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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말이 닥친다, 남태평양 이주하라”…신도 폭행 목사 징역 6년
    • 입력 2019-07-30 18:00:47
    • 수정2019-07-31 15:58:12
    취재K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3단독은 종말론을 내세워 신도들을 남태평양 섬인 피지로 이주시키고, 종교의식을 빙자해 신도들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목사 60살 신옥주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단순히 공소 사실상의 피해를 넘어서 가정을 잃거나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빠지게 됐다"며 "범죄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신 씨에게 있어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동상해와 특수폭행,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 위반, 아동학대와 아동 유기·방임 등 9가지입니다.

목회자의 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죄명들, 신 씨와 교회 신도들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신 씨의 1심 판결문을 통해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옥주 은혜로교회 목사 (출처: 유튜브 은혜로교회)
종말론 주장하며 신도들 남태평양으로 이주시킨 뒤 노역

경기도 과천에 있는 은혜로교회의 담임목사 신옥주는 2014년경부터 종말론을 주장했습니다.

신도들에게 지진과 기근 등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 곧 기근과 전쟁, 환난이 닥칠 것이라는 설교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섬이고, 신도들이 이곳으로 이주해서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신 씨의 반복된 설교에 넘어간 신도 400여 명은 재산을 처분하고 피지로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된 피해자들에겐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피지로 이주한 신도들을 신 씨 측이 만들어 놓은 집단거주지역에서 생활했습니다. 가족의 동거도 금지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집단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신도들 사이에는 지역담당자, 부장, 팀장, 방장 등을 임명해 상호 감시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감시와 보고의 정점에는 신 씨가 있었습니다.

신 씨는 피지에 회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농업과 건축업, 요식업, 미용업 등을 하는 회사입니다. 운영은 신 씨의 아들이 맡았고, 신 씨의 동생이 총무 역할을 했습니다.

신도들은 이 회사에 동원됐습니다. 각자 업무를 배정받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농장 등에서 일했고, 노동에 대한 대가는 없었습니다.

'타작마당' 종교의식 빙자 가족들끼리도 폭행하게

신 씨는 '밀알과 쭉정이를 골라내라'는 성경의 의미로 황당한 종교의식을 행합니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영혼을 정결케 하는 방법"이라며 '타작마당'이라는 종교의식을 거의 매일 진행했습니다.

타작마당은 신 씨와 신 씨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교회 간부들이 신도들을 꾸짖거나 폭행을 하는 행위라고 피해자들은 진술합니다.

신 씨 등은 추수한 곡식을 타작해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 내는 것에 비유해 "인간이 죄를 범하는 이유는 귀신에 들렸기 때문이고, 곡식을 타작해 쭉정이를 골라내듯이 신체와 정신을 타작해 귀신을 떠나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결과, 초창기에는 신 씨가 설교 중 신도들을 불러내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매질하는 사람까지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도들 사이에 서로 폭행을 하게 하고, 심지어는 손주가 조부모를 때리는 등 가족이 서로를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매질의 대상은 어른, 아이 가리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신도도 폭행 피해자였습니다.

폭행의 정도도 상당했습니다. 한 사람이 수십에서 수백 번을 맞기도 하고,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을 수 회씩 때리는 집단 폭행도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들은 "피지에서는 공포 분위기에서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고, 현지 공권력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타작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타작 마당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며 "타작이 있었더라도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타작마당은 집행부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거나, 피지에서 한국으로 귀국 의사를 표현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징계하는 형태로도 이뤄졌다"며 "타작은 신도를 통제하는 수단이었다"고 신 씨 등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피지 이주 비용, 3억 원"…60대 신도 전 재산 가로채

신 씨는 신도들의 재산에도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 씨는 설교에서 "피지에 살기 위해선 비자 취득 비용으로 3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68살의 신도가 신 씨의 설교 넘어가 피지 이주를 결정하자, 신 씨의 측근은 "피지에 가고 싶으면 3억 원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68살 신도는 홀로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한 1억 2천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신도는 "피지에 가서 남은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따라 전 재산을 지급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신 씨 등의 이런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했고, 법원 역시 "피해자를 피지로 이주시킬 마음이 없었음에도 헌금을 하면 피지로 이주시켜 줄 것처럼 기망했다"며 "헌금이라는 자발적인 기부 형식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에 가봤자 배울 것 없다, 학교 보내지 마라"

피해자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있습니다.

신 씨는 설교 중 "지금은 말세다, 학교에 가봤자 배울 것이 없고, 세상의 나쁜 것들만 배우게 된다"며 "차라리 내 말을 듣는 것이 애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신도에게는 "그러면 피지에 못간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 신 씨의 교회에서 적어도 26명의 아동이 상당히 장기간 초·중학교에 출석하지 않거나,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평일에 부모 등과 함께 교회에 나와 신 씨의 설교를 들은 겁니다.

신 씨는 아이들의 결석 문제로 교 측과 경찰이 개입하게 되자 그제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고 설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이런 신 씨의 행동에 대해 아동학대 방임을 교사한 혐의를 적용했고, 1심 법원도 "보호자들이 성인으로서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피해 아동을 방임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이를 결의하게 된 데에는 신 씨의 설교와 칭찬, 회유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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