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평화당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어디로?

입력 2019.07.31 (07:01) 수정 2019.07.31 (0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안정치연대 출범 토론회…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악수'

30일 국회에서는 대안정치연대 출범을 기념한 작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름은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민주평화당에서 '제3 지대론'을 들고나온 비당권파 의원 10명이 주최한 토론회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토론회에서 가장 큰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건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그동안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물밑 접촉 중이냐, 아니냐를 갖고도 두 당 의원들이 '맞다', '아니다', 설왕설래해온 터였습니다. 평화당 의원들의 토론회에 박주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참석한 것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주선 의원은 예정에 없던 축사도 했습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제3 지대 정당을 만드는 것에 공감하는 의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원도 있다면서 "앞으로 바른미래당에서 전 당원이 함께하는 빅텐트(각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연합 정치를 뜻하는 용어)에 참가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제3 지대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평화당이 쏘아 올린 작은 공…빅텐트 군불 때기

평화당을 중심으로 '제3 지대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지난 5월부터입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비당권파' 유성엽 현 원내대표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에 반대하면서 '제3 지대'를 화두로 던진 겁니다. 논의가 무르익어 '대안정치연대'가 출범한 건 지난 17일.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16명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 2명 포함) 가운데 10명이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출범 기념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출범 기념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

이른바 '빅텐트 군불 때기'가 시작된 겁니다. 여당의 국정 운영에 동의할 수 없지만 제1 야당에도 비판적인 의원들이 대안 정당을 만들어 함께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안정치연대의 좌장 격인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빅텐트'의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실패한 문재인 정부에서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후예 세력인 한국당으로는 결코 넘어갈 수 없어 표류하고 있다. 그런 표류하는 민심을 받아낼 큰 그릇이 필요하다."

'큰 그릇'의 지향점으로는 중도와 개혁, 실용, 민생을 내걸었습니다.

30일 열린 평화당 의원총회에는 [‘개혁’과 ‘실용’의 민생 정치] 현수막이 내걸렸다.30일 열린 평화당 의원총회에는 [‘개혁’과 ‘실용’의 민생 정치]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 정당사 실패의 역사 '제3 지대'…이번에는 과연?

제3 지대의 '명분'은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거대 양당, 기득권 정당이 '승자 독식'하는 한국 정치의 토양에서 양자택일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위해 새로운 노선을 만들자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당사에서 '제3 지대', 혹은 '빅텐트'는 대부분 실패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14대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해 돌풍을 일으킨 고(故) 정주영 회장의 통일국민당은 대선 참패 후 1년 만에 흩어졌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기득권 타파'를 내걸고 만든 중도 성향 창조한국당도 17대 대선 실패로 세가 기울며 소멸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 도전 실패 이후 바른정당과 이른바 '빅텐트' 통합에 나서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열됐습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지금 또다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통일국민당의 故 정주영 회장·창조한국당의 문국현 전 사장·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좌측부터 통일국민당의 故 정주영 회장·창조한국당의 문국현 전 사장·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됩니다. ①'스타 플레이어'를 내세운 인물 중심 정치의 한계, ②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이합집산, ③거대 양당이 독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적 정치 구조 등입니다. 그럼 평화당이 쏘아 올린 '제3 지대'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실패한 전례와 비교해보면,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합집산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우선 거대 양당 구조 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변수입니다. 선거제 개혁과 맞물려 제3 지대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쩌면 기대한 것보다 큰 성과를 거둘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실패한 전례와 다른 점이 또 있다는 것도 만만찮은 변수입니다. 지금의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이른바 제3 지대 연합 세력에는 내세우고 싶어도 내세울 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넘어야 할 큰 산…손학규와 정동영

제3 지대를 모색하는 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도 있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평화당 대표입니다. 두 사람은 한때 유력 대권 주자였고, 현재는 외형상 제3당과 제4당의 당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당 대 당 통합 등이 논의될 경우 결정 권한을 가진 것도 두 사람이고, 각종 예산 집행권 등을 가진 것도 두 사람입니다. 그리고 손학규·정동영, 두 대표는 현재로선 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연대를 이끄는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두 사람도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두 사람을 공동대표로 두 당이 합칠 가능성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국민의 관심이나 흥미를 불러올 수 없는 최악의 카드"라며 "절대 그렇게 애매한 봉합 내지 그림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인데, 안 그래도 모든 것이 불안한 제3 지대로서는 위험 부담이 큰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채 '스몰 텐트'가 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용주 평화당 의원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창당 없이 합당으로는 제3 지대 건설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전면적으로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해야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된 통합이냐, 불안한 모험이냐, 선택의 순간이 머지 않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평화당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어디로?
    • 입력 2019-07-31 07:01:57
    • 수정2019-07-31 07:02:17
    여심야심
대안정치연대 출범 토론회…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악수'

30일 국회에서는 대안정치연대 출범을 기념한 작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름은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민주평화당에서 '제3 지대론'을 들고나온 비당권파 의원 10명이 주최한 토론회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토론회에서 가장 큰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건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그동안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물밑 접촉 중이냐, 아니냐를 갖고도 두 당 의원들이 '맞다', '아니다', 설왕설래해온 터였습니다. 평화당 의원들의 토론회에 박주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참석한 것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주선 의원은 예정에 없던 축사도 했습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제3 지대 정당을 만드는 것에 공감하는 의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원도 있다면서 "앞으로 바른미래당에서 전 당원이 함께하는 빅텐트(각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연합 정치를 뜻하는 용어)에 참가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제3 지대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평화당이 쏘아 올린 작은 공…빅텐트 군불 때기

평화당을 중심으로 '제3 지대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지난 5월부터입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비당권파' 유성엽 현 원내대표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에 반대하면서 '제3 지대'를 화두로 던진 겁니다. 논의가 무르익어 '대안정치연대'가 출범한 건 지난 17일.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16명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 2명 포함) 가운데 10명이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출범 기념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
이른바 '빅텐트 군불 때기'가 시작된 겁니다. 여당의 국정 운영에 동의할 수 없지만 제1 야당에도 비판적인 의원들이 대안 정당을 만들어 함께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안정치연대의 좌장 격인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빅텐트'의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실패한 문재인 정부에서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후예 세력인 한국당으로는 결코 넘어갈 수 없어 표류하고 있다. 그런 표류하는 민심을 받아낼 큰 그릇이 필요하다."

'큰 그릇'의 지향점으로는 중도와 개혁, 실용, 민생을 내걸었습니다.

30일 열린 평화당 의원총회에는 [‘개혁’과 ‘실용’의 민생 정치]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 정당사 실패의 역사 '제3 지대'…이번에는 과연?

제3 지대의 '명분'은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거대 양당, 기득권 정당이 '승자 독식'하는 한국 정치의 토양에서 양자택일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위해 새로운 노선을 만들자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당사에서 '제3 지대', 혹은 '빅텐트'는 대부분 실패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14대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해 돌풍을 일으킨 고(故) 정주영 회장의 통일국민당은 대선 참패 후 1년 만에 흩어졌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기득권 타파'를 내걸고 만든 중도 성향 창조한국당도 17대 대선 실패로 세가 기울며 소멸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 도전 실패 이후 바른정당과 이른바 '빅텐트' 통합에 나서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열됐습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지금 또다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통일국민당의 故 정주영 회장·창조한국당의 문국현 전 사장·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대표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됩니다. ①'스타 플레이어'를 내세운 인물 중심 정치의 한계, ②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이합집산, ③거대 양당이 독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적 정치 구조 등입니다. 그럼 평화당이 쏘아 올린 '제3 지대'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실패한 전례와 비교해보면,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합집산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우선 거대 양당 구조 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변수입니다. 선거제 개혁과 맞물려 제3 지대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쩌면 기대한 것보다 큰 성과를 거둘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실패한 전례와 다른 점이 또 있다는 것도 만만찮은 변수입니다. 지금의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이른바 제3 지대 연합 세력에는 내세우고 싶어도 내세울 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넘어야 할 큰 산…손학규와 정동영

제3 지대를 모색하는 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도 있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평화당 대표입니다. 두 사람은 한때 유력 대권 주자였고, 현재는 외형상 제3당과 제4당의 당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당 대 당 통합 등이 논의될 경우 결정 권한을 가진 것도 두 사람이고, 각종 예산 집행권 등을 가진 것도 두 사람입니다. 그리고 손학규·정동영, 두 대표는 현재로선 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연대를 이끄는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두 사람도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두 사람을 공동대표로 두 당이 합칠 가능성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국민의 관심이나 흥미를 불러올 수 없는 최악의 카드"라며 "절대 그렇게 애매한 봉합 내지 그림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인데, 안 그래도 모든 것이 불안한 제3 지대로서는 위험 부담이 큰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채 '스몰 텐트'가 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용주 평화당 의원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창당 없이 합당으로는 제3 지대 건설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전면적으로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해야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된 통합이냐, 불안한 모험이냐, 선택의 순간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