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분석/인사청문]⑤ 반복되는 여방야공, 실제로는 어느 정도?

입력 2019.07.31 (07:01) 수정 2019.07.31 (16: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일간 미 귀대에 대해서 자꾸 ‘탈영, 탈영’ 그러는데, 저도 1일, 2일 정도의 미 귀대가 있었습니다.” [심재엽 청문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인사청문회 도중 나온 ‘탈영 고백’. 한 청문위원이 후보자의 과거 행동을 감싸줍니다.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36개월 근무한 사람이 체험담으로 이야기해 주는 거니까 토를 달지 말라”며 쏘아붙입니다.

탈영에 관대했던 이 청문위원, 하지만 다른 청문회에서는 병에 걸려 중도에 제대하는 의병제대에 대해선 대단히 엄격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군에 입대하고 6개월 만에 의병제대를 했는데, 제대하고 10개월 만에 대학에 편입하고, 또 석사과정까지 입학하셨더군요.”

결핵으로 제대했는데, 학교에 들어가 공부는 어떻게 했느냐며 따져 묻는 겁니다.

“논쟁이 되고 있건 안 되고 있건 그것은 내가 판단할 테니까, 표절을 인정하세요, 인정 안 하세요?” [노웅래 청문위원,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논쟁에 대해서는 자신이 판단할 테니 ‘표절을 스스로 인정하느냐?’ 따져 묻는 청문위원. 그런데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또 다른 청문회에서는 “쓰신 논문이 표절은 아니고요, 그렇지요?”라며 후보자 편을 듭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청문위원들. 모두 여당 소속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 의원으로 처지가 바뀐 뒤 보여준 행태였습니다. 특히 야당 청문위원으로서 후보자를 거칠게 공격하던 위원들도 여당이 되면 순한 양, 또는 후보자의 호위무사로 돌변해 후보자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인사청문회를 매번 하면서 굉장히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말 문제가 많은 걸까, 혹시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김희정 청문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뒤늦은(?) 반성도 나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야당 청문위원으로 활약했던 김희정 의원, 정권이 바뀌고 여당 청문위원으로 맞이한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불거진 증여 및 탈세 의혹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으니’ 후보자 처지에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과거 야당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우식 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해명에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 핑계 대고 있다"며 "부총리로서의 자질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 한바 있습니다.

■ 야당 청문위원 도덕성 검증, 여당의 5배


여당은 감싸고, 야당은 공격하는 정파 논리가 작용하는 건데, 실제로 그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4개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문을 분석해보면, 전체 질문 가운데 도덕성을 검증하는 질문의 비중이 30.5%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여당 청문위원들의 도덕성 검증 비중은 6.0%에 불과합니다.

후보자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질문의 비중은 야당이 40.2%, 여당이 54.4%로 여야 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도덕성 검증에서만 5배 넘게 차이가 벌어진 겁니다.

정부별로 보면 차이가 있을까요? 노무현 정부에서 야당 위원들의 도덕성 검증 비율은 23.0%, 여당 위원들의 비율은 2.8%로 8배 이상 벌어집니다. 여야 간 차이가 가장 적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야당 위원의 도덕성 검증 비율은 41.5%, 여당 위원의 비율은 9.9% 정도로, 여야 간 차이가 4배 이상 납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한다는 ‘공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 도덕성 검증 0% …위원님의 ‘이유 있는’ 침묵

실제로 청문위원 개인의 성적을 봐도, 여당 때와 야당 때의 성적이 다릅니다.

4개 정부 1기 내각 청문회에서 여당과 야당 청문위원을 모두 경험 위원은 301명입니다. 이 가운데 야당 시절 도덕성 검증 질문을 한 의원은 212명, 그런데 212명의 절반 이상(124명)이 여당 의원 때는 도덕성 검증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여당이 되고선 ‘침묵’했던 위원들의 야당 시절 성적표는 어떨까요.

심재엽 의원은 야당 시절 질문 중 98.3%를 도덕성 검증에 할애했고, 서혜석 의원과 지병문 의원, 백원우 의원 역시 도덕성 검증 비율이 80%가 넘습니다.

여당 위원으로서 도덕성 검증에 대해 ‘침묵’했던 위원들이 야당 때는 강력하게 후보자 도덕성을 검증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증 대신 '감싸기'…후보자의 든든한 지원군

“할리우드 배우가 10년~15년 톱스타로 활동해서 재산을 성실히 모으면 수천억, 조까지도 재산을 확보하고 있지요?” [이재웅 청문위원,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할리우드 톱스타의 재산규모가 궁금해진 걸까요. 배우 출신인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톱스타 #재산 #수천억 입니다. 당시 유인촌 후보자의 재산이 140억 원에 달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장남이십니까?”
“아버님은 작고하셨습니까?”
“어머님 모시고 살 작정으로 무리해서 좀 사셨구먼요.”
[주성영 청문위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아파트 구입자금 의혹이 불거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장남인 후보자가 홀로되신 어머니를 모시려 무리해서 집을 샀다며 후보자의 효심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공격받는 후보자를 감싸주는 훈훈한 장면, 주로 여당 위원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질문 전체에서 후보자 도덕성을 감싸주는 발언은 2.2% 정도로 낮은 비중이지만, 여야로 살펴보면 차이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여당 의원의 발언에서는 ‘감싸기’ 비중이 6%를 차지하지만, 야당 위원의 발언에서는 0.2%로 희박합니다.

주목할 점은 여당 의원으로서 도덕성 검증에 '침묵'한 124명의 청문위원 중, 37.1%(46명)는 도리어 후보자를 감싸는데 목소리를 냈습니다. '검증'보다 '감싸기'를 선택한 여당 위원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 “그땐 제가 좀 가혹했죠” 후보자가 된 청문위원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건, 여야 공수교대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청문위원에서 후보자가 되는 경우에도 과거와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청문위원 입장에서는 아마 가혹하게 물었던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17대 국회에서 청문위원으로 많은 활약을 했던 주호영 의원,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에 지명되며 후보자 석에 앉게 되자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가혹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단골 소재가 되는 ‘자료 제출’의 경우,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 바뀝니다.

“제가 은행원 출신이기 때문에, 이게 카피에 리 카피(recopy)라는 느낌이 들었고….”
은행원 출신으로서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에 예리한 지적을 하는 김영주 의원, 또 다른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금융기관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장관 후보자가 되자 입장이 바뀝니다. "아이가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자녀의 통장 거래 내용을 제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은행 출신’을 자랑하던 모습마저 “(통장 거래 내용은)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부모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며 아쉬운 소리를 합니다.

야당 시절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던 박영선 장관 역시,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부실자료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개인 정보 보호법'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이럴 거면 청문회를 왜 하느냐"며 쏘아붙이던 모습과 달리,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는 해명을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 남불’ 기준, 지난 20년의 청문회가 남긴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서는 국민과 국회가 생각하는 좋은 청문회의 조건에 대해 살펴봅니다.

■ 분석방법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인사청문회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검증’이라는 본질에 어느 정도 충실했는지 청문회를 검증했습니다. 분석대상은 2000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법기관(헌법재판소, 대법원)을 제외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검찰총장, 한국방송공사 사장까지 286명, 305개 회의록입니다. 청문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 당부로 범주화되어 분류됐고, 이는 각 정부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방대한 회의록 가운데 여야의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한 청문회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 정한진 윤지희 김명윤
데이터 시각화 : 임유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최초분석/인사청문]⑤ 반복되는 여방야공, 실제로는 어느 정도?
    • 입력 2019-07-31 07:01:57
    • 수정2019-07-31 16:14:02
    데이터룸
“3일간 미 귀대에 대해서 자꾸 ‘탈영, 탈영’ 그러는데, 저도 1일, 2일 정도의 미 귀대가 있었습니다.” [심재엽 청문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인사청문회 도중 나온 ‘탈영 고백’. 한 청문위원이 후보자의 과거 행동을 감싸줍니다.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36개월 근무한 사람이 체험담으로 이야기해 주는 거니까 토를 달지 말라”며 쏘아붙입니다.

탈영에 관대했던 이 청문위원, 하지만 다른 청문회에서는 병에 걸려 중도에 제대하는 의병제대에 대해선 대단히 엄격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군에 입대하고 6개월 만에 의병제대를 했는데, 제대하고 10개월 만에 대학에 편입하고, 또 석사과정까지 입학하셨더군요.”

결핵으로 제대했는데, 학교에 들어가 공부는 어떻게 했느냐며 따져 묻는 겁니다.

“논쟁이 되고 있건 안 되고 있건 그것은 내가 판단할 테니까, 표절을 인정하세요, 인정 안 하세요?” [노웅래 청문위원,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논쟁에 대해서는 자신이 판단할 테니 ‘표절을 스스로 인정하느냐?’ 따져 묻는 청문위원. 그런데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또 다른 청문회에서는 “쓰신 논문이 표절은 아니고요, 그렇지요?”라며 후보자 편을 듭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청문위원들. 모두 여당 소속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 의원으로 처지가 바뀐 뒤 보여준 행태였습니다. 특히 야당 청문위원으로서 후보자를 거칠게 공격하던 위원들도 여당이 되면 순한 양, 또는 후보자의 호위무사로 돌변해 후보자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인사청문회를 매번 하면서 굉장히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말 문제가 많은 걸까, 혹시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김희정 청문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뒤늦은(?) 반성도 나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야당 청문위원으로 활약했던 김희정 의원, 정권이 바뀌고 여당 청문위원으로 맞이한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불거진 증여 및 탈세 의혹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으니’ 후보자 처지에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과거 야당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우식 과학기술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해명에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 핑계 대고 있다"며 "부총리로서의 자질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 한바 있습니다.

■ 야당 청문위원 도덕성 검증, 여당의 5배


여당은 감싸고, 야당은 공격하는 정파 논리가 작용하는 건데, 실제로 그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4개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문을 분석해보면, 전체 질문 가운데 도덕성을 검증하는 질문의 비중이 30.5%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여당 청문위원들의 도덕성 검증 비중은 6.0%에 불과합니다.

후보자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질문의 비중은 야당이 40.2%, 여당이 54.4%로 여야 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도덕성 검증에서만 5배 넘게 차이가 벌어진 겁니다.

정부별로 보면 차이가 있을까요? 노무현 정부에서 야당 위원들의 도덕성 검증 비율은 23.0%, 여당 위원들의 비율은 2.8%로 8배 이상 벌어집니다. 여야 간 차이가 가장 적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야당 위원의 도덕성 검증 비율은 41.5%, 여당 위원의 비율은 9.9% 정도로, 여야 간 차이가 4배 이상 납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한다는 ‘공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 도덕성 검증 0% …위원님의 ‘이유 있는’ 침묵

실제로 청문위원 개인의 성적을 봐도, 여당 때와 야당 때의 성적이 다릅니다.

4개 정부 1기 내각 청문회에서 여당과 야당 청문위원을 모두 경험 위원은 301명입니다. 이 가운데 야당 시절 도덕성 검증 질문을 한 의원은 212명, 그런데 212명의 절반 이상(124명)이 여당 의원 때는 도덕성 검증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여당이 되고선 ‘침묵’했던 위원들의 야당 시절 성적표는 어떨까요.

심재엽 의원은 야당 시절 질문 중 98.3%를 도덕성 검증에 할애했고, 서혜석 의원과 지병문 의원, 백원우 의원 역시 도덕성 검증 비율이 80%가 넘습니다.

여당 위원으로서 도덕성 검증에 대해 ‘침묵’했던 위원들이 야당 때는 강력하게 후보자 도덕성을 검증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증 대신 '감싸기'…후보자의 든든한 지원군

“할리우드 배우가 10년~15년 톱스타로 활동해서 재산을 성실히 모으면 수천억, 조까지도 재산을 확보하고 있지요?” [이재웅 청문위원,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할리우드 톱스타의 재산규모가 궁금해진 걸까요. 배우 출신인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톱스타 #재산 #수천억 입니다. 당시 유인촌 후보자의 재산이 140억 원에 달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장남이십니까?”
“아버님은 작고하셨습니까?”
“어머님 모시고 살 작정으로 무리해서 좀 사셨구먼요.”
[주성영 청문위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아파트 구입자금 의혹이 불거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장남인 후보자가 홀로되신 어머니를 모시려 무리해서 집을 샀다며 후보자의 효심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공격받는 후보자를 감싸주는 훈훈한 장면, 주로 여당 위원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질문 전체에서 후보자 도덕성을 감싸주는 발언은 2.2% 정도로 낮은 비중이지만, 여야로 살펴보면 차이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여당 의원의 발언에서는 ‘감싸기’ 비중이 6%를 차지하지만, 야당 위원의 발언에서는 0.2%로 희박합니다.

주목할 점은 여당 의원으로서 도덕성 검증에 '침묵'한 124명의 청문위원 중, 37.1%(46명)는 도리어 후보자를 감싸는데 목소리를 냈습니다. '검증'보다 '감싸기'를 선택한 여당 위원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 “그땐 제가 좀 가혹했죠” 후보자가 된 청문위원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건, 여야 공수교대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청문위원에서 후보자가 되는 경우에도 과거와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청문위원 입장에서는 아마 가혹하게 물었던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17대 국회에서 청문위원으로 많은 활약을 했던 주호영 의원,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에 지명되며 후보자 석에 앉게 되자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가혹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단골 소재가 되는 ‘자료 제출’의 경우,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 바뀝니다.

“제가 은행원 출신이기 때문에, 이게 카피에 리 카피(recopy)라는 느낌이 들었고….”
은행원 출신으로서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에 예리한 지적을 하는 김영주 의원, 또 다른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금융기관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장관 후보자가 되자 입장이 바뀝니다. "아이가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자녀의 통장 거래 내용을 제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은행 출신’을 자랑하던 모습마저 “(통장 거래 내용은)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부모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며 아쉬운 소리를 합니다.

야당 시절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던 박영선 장관 역시,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부실자료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개인 정보 보호법'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이럴 거면 청문회를 왜 하느냐"며 쏘아붙이던 모습과 달리,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는 해명을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 남불’ 기준, 지난 20년의 청문회가 남긴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서는 국민과 국회가 생각하는 좋은 청문회의 조건에 대해 살펴봅니다.

■ 분석방법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인사청문회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사청문회가 ‘검증’이라는 본질에 어느 정도 충실했는지 청문회를 검증했습니다. 분석대상은 2000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법기관(헌법재판소, 대법원)을 제외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검찰총장, 한국방송공사 사장까지 286명, 305개 회의록입니다. 청문 질문은 도덕성/전문성/정파/사상검증/지역구민원/훈계 당부로 범주화되어 분류됐고, 이는 각 정부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기 내각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방대한 회의록 가운데 여야의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한 청문회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 정한진 윤지희 김명윤
데이터 시각화 : 임유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