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집 지키던 고양이…전기레인지 화재 주범?

입력 2019.07.31 (08:34) 수정 2019.07.31 (09: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에서는 한번쯤 이런 생각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집에 있는 반려동물 때문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설마 그럴까 싶은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가 늘고 있는데, 요주의 대상이 고양이라고 합니다.

집에 홀로 남은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20일 오후 서울의 한 주택가, 주민들의 이동은 통제되고 소방대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복도 창문에 연기가 나오고 2층 (창문)에서 연기가 제법 나왔어요."]

원룸 건물에 불이 난건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쪽에 혹시 사람이 있나 해서 굉장히 불안했었죠."]

[인근주민/음성변조 : "아이고 저거 새집인데 다 타면 어쩌나 그랬지. 그리고 또 옆집하고 바로 붙어있잖아요."]

불이 난 원룸의 상태는 어떨까?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문 열자마자 바로 전기레인지 주변만 소실된 상태여서 바로 진압했습니다."]

불이 난 곳 한번 보시죠.

주방 싱크대 부분인데, 연기에 천장이 까맣게 그을렸고 특히 전기레인지 주변이 시꺼멓게 타버렸습니다.

다행히 거주자는 출근을 한 상태로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집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는 겁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계속 울어대더라고 고양이가. 소방관이 고양이를 고양이 집에 넣어서 내려왔더라고. 고양이 발바닥을 보니까 발바닥이 완전히 벌겋게 익었더라고 (고양이가) 그냥 계속 울어대요. 아프니까."]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 이틀 전 부산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원룸 건물입니다.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출동해서 확인해보니 주방 전기레인지하고 그 위에 후드 쪽에만 불이 붙어있어서 저희가 바로 진압했습니다."]

이번에도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주방 싱크대 쪽이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일단 방화의 가능성은 낮은 거로 저희는 생각했고요. 그리고 전기가 들어가는 냉장고는 멀쩡했고, 전기레인지도 밑에 부분은 완전히 멀쩡했고요. 전기적 요인에 의해서 화재가 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원인으로 지목된 건 전기레인지입니다.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전기레인지가 두 구짜리였거든요. 한쪽에만 열선 모양으로 해서 탄화물이 눌어붙어있더라고요. 거주자분이 전기레인지 위에 종이 상자를 많이 올려놓으셨거든요. 종이랑 그 안에 있는 플라스틱 이런 것들이 눌어붙어있더라고요."]

두 화재 모두 전기레인지가 최초 발화로 추정되고, 사건 당시 집안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레인지는 어떻게 켜졌을까요?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당시에는 집안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고양이만 있었던 상황이고……."]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화재 원인은 반려동물 고양이에 의한 전기레인지 작동으로 지금 추정하고 있습니다."]

네, 범인은 고양이로 추정된다는 말에 주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고양이가 그랬대. 어떻게 이해를 해. 고양이가 어떻게 불을 내. 다른 것도 아니고 전기로 돌아가는 건데."]

고양이는 과연 전기레인지를 작동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고양이 발을 전기레인지 전원 버튼에 갖다 대보자, 불이 들어옵니다.

발뿐이 아닙니다. 이렇게 혀로 핥아도 작동되는데요.

[차진원/수의사 : "고양이 발바닥을 보면 사람 피부하고 약간 질감이 느낌이 좀 비슷할 거예요. 이런 털이 있는 발바닥으로 스마트폰도 터치를 할 수 있더라고요. 저렇게 전기레인지 같이 그냥 살짝 만지는 것만으로도 켜질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은 충분히 (고양이들이) 켤 수가 있죠."]

소방청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 2년 전 7건에서 지난해 20건,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10건에 이릅니다.

[홍영근/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 "(반려동물이) 불이 켜진 향초 등을 넘어뜨려 화재가 발생한다든가 배터리를 물어뜯어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전기레인지를 눌러 작동시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가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관내에) 사람이 없고 고양이만 있는 상태에서 전기레인지 주변하고 벽지 일부만 그을린 최근 유사 사례가 5건이 현재까지 집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반려견은 어떨까요? 역시 전기레인지를 작동시킬 수 있지만 고양이와 다른 건 이런 이윱니다.

[차진원/수의사 : "위쪽 공간은 강아지들은 접근을 못 하죠. 고양이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높은 곳이) 공격당하지 않으면서 먹이 활동 등을 쉽게 할 수 있게끔 쳐다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이거든요."]

작동할 때 나는 소리와 불빛도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차진원/수의사 : "(고양이는) 소리 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삑삑 소리가 나잖아요. 켤 때마다 그리고 켤 때마다 불이 들어오잖아요. 신기하거든요."]

반려묘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하는 이윱니다.

[이준화/고양이 카페 운영 : "(인터넷) 카페나 이런 데 보면 고양이 키우는데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어서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냐. 그런 이야기가 좀 많이 나와 있어요."]

요즘은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켤 수 없는 안전장치도 권장되고 있습니다.

[하선우/전기레인지 업체 관계자 : "전원 버튼이랑 펫 버튼 이 두 가지 버튼을 동시에 1초 이상 눌러야만 작동되게 되어있습니다."]

[홍영근/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 "전기레인지 등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놓아두지 말아야 하고 또한 외출이나 취침할 때는 전기레인지 등 전원 코드를 뽑아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집에 반려동물이 있다면 특히 집을 비우실 때 쉽게 전원을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장치나 기계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집 지키던 고양이…전기레인지 화재 주범?
    • 입력 2019-07-31 08:35:11
    • 수정2019-07-31 09:03:50
    아침뉴스타임
[기자]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에서는 한번쯤 이런 생각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집에 있는 반려동물 때문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설마 그럴까 싶은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가 늘고 있는데, 요주의 대상이 고양이라고 합니다.

집에 홀로 남은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20일 오후 서울의 한 주택가, 주민들의 이동은 통제되고 소방대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복도 창문에 연기가 나오고 2층 (창문)에서 연기가 제법 나왔어요."]

원룸 건물에 불이 난건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쪽에 혹시 사람이 있나 해서 굉장히 불안했었죠."]

[인근주민/음성변조 : "아이고 저거 새집인데 다 타면 어쩌나 그랬지. 그리고 또 옆집하고 바로 붙어있잖아요."]

불이 난 원룸의 상태는 어떨까?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문 열자마자 바로 전기레인지 주변만 소실된 상태여서 바로 진압했습니다."]

불이 난 곳 한번 보시죠.

주방 싱크대 부분인데, 연기에 천장이 까맣게 그을렸고 특히 전기레인지 주변이 시꺼멓게 타버렸습니다.

다행히 거주자는 출근을 한 상태로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집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는 겁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계속 울어대더라고 고양이가. 소방관이 고양이를 고양이 집에 넣어서 내려왔더라고. 고양이 발바닥을 보니까 발바닥이 완전히 벌겋게 익었더라고 (고양이가) 그냥 계속 울어대요. 아프니까."]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 이틀 전 부산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원룸 건물입니다.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출동해서 확인해보니 주방 전기레인지하고 그 위에 후드 쪽에만 불이 붙어있어서 저희가 바로 진압했습니다."]

이번에도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주방 싱크대 쪽이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일단 방화의 가능성은 낮은 거로 저희는 생각했고요. 그리고 전기가 들어가는 냉장고는 멀쩡했고, 전기레인지도 밑에 부분은 완전히 멀쩡했고요. 전기적 요인에 의해서 화재가 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원인으로 지목된 건 전기레인지입니다.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전기레인지가 두 구짜리였거든요. 한쪽에만 열선 모양으로 해서 탄화물이 눌어붙어있더라고요. 거주자분이 전기레인지 위에 종이 상자를 많이 올려놓으셨거든요. 종이랑 그 안에 있는 플라스틱 이런 것들이 눌어붙어있더라고요."]

두 화재 모두 전기레인지가 최초 발화로 추정되고, 사건 당시 집안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레인지는 어떻게 켜졌을까요?

[최정현/해운대서방서 현장대응단 : "당시에는 집안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고양이만 있었던 상황이고……."]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화재 원인은 반려동물 고양이에 의한 전기레인지 작동으로 지금 추정하고 있습니다."]

네, 범인은 고양이로 추정된다는 말에 주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고양이가 그랬대. 어떻게 이해를 해. 고양이가 어떻게 불을 내. 다른 것도 아니고 전기로 돌아가는 건데."]

고양이는 과연 전기레인지를 작동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고양이 발을 전기레인지 전원 버튼에 갖다 대보자, 불이 들어옵니다.

발뿐이 아닙니다. 이렇게 혀로 핥아도 작동되는데요.

[차진원/수의사 : "고양이 발바닥을 보면 사람 피부하고 약간 질감이 느낌이 좀 비슷할 거예요. 이런 털이 있는 발바닥으로 스마트폰도 터치를 할 수 있더라고요. 저렇게 전기레인지 같이 그냥 살짝 만지는 것만으로도 켜질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은 충분히 (고양이들이) 켤 수가 있죠."]

소방청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 2년 전 7건에서 지난해 20건,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10건에 이릅니다.

[홍영근/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 "(반려동물이) 불이 켜진 향초 등을 넘어뜨려 화재가 발생한다든가 배터리를 물어뜯어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전기레인지를 눌러 작동시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가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경왕/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 : "(관내에) 사람이 없고 고양이만 있는 상태에서 전기레인지 주변하고 벽지 일부만 그을린 최근 유사 사례가 5건이 현재까지 집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반려견은 어떨까요? 역시 전기레인지를 작동시킬 수 있지만 고양이와 다른 건 이런 이윱니다.

[차진원/수의사 : "위쪽 공간은 강아지들은 접근을 못 하죠. 고양이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높은 곳이) 공격당하지 않으면서 먹이 활동 등을 쉽게 할 수 있게끔 쳐다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이거든요."]

작동할 때 나는 소리와 불빛도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차진원/수의사 : "(고양이는) 소리 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삑삑 소리가 나잖아요. 켤 때마다 그리고 켤 때마다 불이 들어오잖아요. 신기하거든요."]

반려묘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하는 이윱니다.

[이준화/고양이 카페 운영 : "(인터넷) 카페나 이런 데 보면 고양이 키우는데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어서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냐. 그런 이야기가 좀 많이 나와 있어요."]

요즘은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켤 수 없는 안전장치도 권장되고 있습니다.

[하선우/전기레인지 업체 관계자 : "전원 버튼이랑 펫 버튼 이 두 가지 버튼을 동시에 1초 이상 눌러야만 작동되게 되어있습니다."]

[홍영근/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 "전기레인지 등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놓아두지 말아야 하고 또한 외출이나 취침할 때는 전기레인지 등 전원 코드를 뽑아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집에 반려동물이 있다면 특히 집을 비우실 때 쉽게 전원을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장치나 기계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