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현장 점검하다 수몰사고…예견된 인재?

입력 2019.07.31 (21: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31일) 오전 8시 25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 저류시설 확충 공사 현장에서 점검 작업을 하러 지하로 내려간 작업자 3명이 방류된 빗물에 휩쓸렸습니다.

협력업체 60대 구 모 씨와 20대 미얀마인, 현대건설 직원 30살 안 모 씨였습니다. 이 가운데 60대 구 씨는 오전 11시쯤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안 씨와 미얀마인은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입니다.

호우주의보 내린 오늘, ‘빗물 방류 시설’에 왜 들어갔나?

이들이 현장 점검차 내려간 신월 빗물 저류시설은 근방의 '빗물'을 모아 안양천으로 빼내는 시설입니다. 비가 많이 올 때 지역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입니다. 내부는 지름 10m의 원통형 구조로 돼 있고, 일정한 양의 물이 차면 배출을 합니다.

현재 신월 빗물 저류시설은 '공사 중'입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주관했고, 몇몇 하도급 업체들에 공사를 맡겼습니다. 2015년 1월부터 착공한 뒤, 현재는 시험 운전을 하며 마무리 점검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오늘도 협력업체 직원인 구 씨와 미얀마인 등 2명이 오전 7시 10분쯤 내부 점검을 위해 시설 안으로 들어간 겁니다.

소방대원들이 장비를 이용해 사고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소방대원들이 장비를 이용해 사고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락 방법’ 없어 직접 구하러 뛰어 들어간 현대건설 직원

오전 7시 30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양천구에도 7시 30분쯤부터 시간당 20mm가량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도 통보가 하나 내려옵니다.

“시험 운전 중인 신월 빗물 저류시설의 수위가 수문이 개방될 수 있는 50%까지 도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단 몇 분 만에, 저류시설 내부는 3m까지 물이 차올랐습니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깊이입니다.

현대건설 직원인 30살 안 모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지하 시설로 들어갔습니다. "안 씨는 앞서 들어간 협력업체 직원 두 명에게 수문 개방 사실을 알리고, 데리고 나오기 위해 들어갔다"고 공사 현장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안 씨가 직접 들어간 이유는 뭘까요? 내부에 있는 직원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관계자는 "시설 안으로 들어가면 무전기조차 터지지 않아, 직접 들어가서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 씨는 앞서 들어간 2명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고, 본인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구조 보트 투입…배수펌프로 물 빼내며 수색 작업 중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사고현장 수색 작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사고현장 수색 작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많은 구조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설 내부에 구조 보트 2대를 투입했고, 소방 특수구조대원과 수난구조대원 등을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설 내부에는 2m 가까이 물이 차 있는 상태라 요구조자 발견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소방당국은 저류시설 내부의 물을 빼내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배수펌프를 이용해 한 시간에 40㎝씩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계속 2명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기존 배수펌프 외에 수중펌프를 동원해 물을 빼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작업하지 않습니다”…오늘은 왜?

오후 4시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 본부장과 현대건설 공사현장 소장이 브리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장 소장은 "비가 오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상청 예보를 매일 예의주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늘 기상청은 새벽부터 서울 등지에 강한 비가 내릴 것을 예보했습니다. 그런데도 협력업체 직원 2명은 오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과연 오늘은 예보를 주시하지 않았던 걸까요?

오전 7시 30분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조금만 빨리 대처했다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시설 내부로 들어갈 일도, 그들을 구하러 현대건설 직원 1명이 뛰어 들어갈 일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집중호우’에 현장 점검하다 수몰사고…예견된 인재?
    • 입력 2019-07-31 21:03:29
    취재K
오늘(31일) 오전 8시 25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 저류시설 확충 공사 현장에서 점검 작업을 하러 지하로 내려간 작업자 3명이 방류된 빗물에 휩쓸렸습니다.

협력업체 60대 구 모 씨와 20대 미얀마인, 현대건설 직원 30살 안 모 씨였습니다. 이 가운데 60대 구 씨는 오전 11시쯤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안 씨와 미얀마인은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입니다.

호우주의보 내린 오늘, ‘빗물 방류 시설’에 왜 들어갔나?

이들이 현장 점검차 내려간 신월 빗물 저류시설은 근방의 '빗물'을 모아 안양천으로 빼내는 시설입니다. 비가 많이 올 때 지역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입니다. 내부는 지름 10m의 원통형 구조로 돼 있고, 일정한 양의 물이 차면 배출을 합니다.

현재 신월 빗물 저류시설은 '공사 중'입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주관했고, 몇몇 하도급 업체들에 공사를 맡겼습니다. 2015년 1월부터 착공한 뒤, 현재는 시험 운전을 하며 마무리 점검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오늘도 협력업체 직원인 구 씨와 미얀마인 등 2명이 오전 7시 10분쯤 내부 점검을 위해 시설 안으로 들어간 겁니다.

소방대원들이 장비를 이용해 사고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락 방법’ 없어 직접 구하러 뛰어 들어간 현대건설 직원

오전 7시 30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양천구에도 7시 30분쯤부터 시간당 20mm가량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도 통보가 하나 내려옵니다.

“시험 운전 중인 신월 빗물 저류시설의 수위가 수문이 개방될 수 있는 50%까지 도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단 몇 분 만에, 저류시설 내부는 3m까지 물이 차올랐습니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깊이입니다.

현대건설 직원인 30살 안 모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지하 시설로 들어갔습니다. "안 씨는 앞서 들어간 협력업체 직원 두 명에게 수문 개방 사실을 알리고, 데리고 나오기 위해 들어갔다"고 공사 현장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안 씨가 직접 들어간 이유는 뭘까요? 내부에 있는 직원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관계자는 "시설 안으로 들어가면 무전기조차 터지지 않아, 직접 들어가서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안 씨는 앞서 들어간 2명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고, 본인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구조 보트 투입…배수펌프로 물 빼내며 수색 작업 중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사고현장 수색 작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많은 구조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설 내부에 구조 보트 2대를 투입했고, 소방 특수구조대원과 수난구조대원 등을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설 내부에는 2m 가까이 물이 차 있는 상태라 요구조자 발견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소방당국은 저류시설 내부의 물을 빼내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배수펌프를 이용해 한 시간에 40㎝씩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계속 2명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기존 배수펌프 외에 수중펌프를 동원해 물을 빼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작업하지 않습니다”…오늘은 왜?

오후 4시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 본부장과 현대건설 공사현장 소장이 브리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장 소장은 "비가 오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상청 예보를 매일 예의주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늘 기상청은 새벽부터 서울 등지에 강한 비가 내릴 것을 예보했습니다. 그런데도 협력업체 직원 2명은 오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과연 오늘은 예보를 주시하지 않았던 걸까요?

오전 7시 30분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조금만 빨리 대처했다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시설 내부로 들어갈 일도, 그들을 구하러 현대건설 직원 1명이 뛰어 들어갈 일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