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여름이 두려워요”…폭염에 지친 취약계층

입력 2019.08.01 (21:44) 수정 2019.08.0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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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33도가 넘는 폭염이 30일 넘게 나타났습니다.

기록적인 더위에 온열 질환자가 4천5백 명 발생하고 그중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폭염 피해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 전망과 인구 구성, 녹지 비율 등을 따져 폭염의 위험도를 따지는 전망치가 있는데요,

위험도가 높음 이상인 자치단체가 전에는 69곳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시군구의 절반이 넘는 126곳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으로 전망됐습니다.

온난화와 고령화 탓에 더위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건데요,

그 위험을 부쩍 더 실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겨우 한 사람이 발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방이 나옵니다.

창문 하나 없습니다.

더위를 식힐 도구라곤 선풍기 한 대뿐입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올여름은 어떻게 지낼까?' 우선 머릿속에 그게 떠나지 않고 밥을 먹어도 밥에 물 말아서 대충 먹고 그렇죠."]

방 안 온도는 바깥과 비슷한 32도.

뜨거워진 실내 공기는 해가 져도 쉽사리 식지 않습니다.

열대야가 기승인 밤에도 밖이 오히려 더 시원합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밤에 왔다 갔다 하고, 밤에 돌아다니죠. 못 자요. 죽어요, 숨이 막혀서..."]

취약계층 10가구 가운데 8가구는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팁니다.

선풍기 하나, 작은 냉장고 하나 없는 집도 있습니다.

평균 나이 71살, 절반가량이 여름철 불볕더위로 어지러움과 두통을 경험했습니다.

호흡곤란 같은 위급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홍○○/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될 수 있으면 집에 안 있어요. 왜냐면 위에가 달궈져 가지고 찜통이 돼 버려요."]

시군구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눈치가 보여 편치 않다고 합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불편한 거는 왔다 갔다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오고 별사람 다 와요."]

올해부터 여름에도 지원해주는 에너지바우처.

가구당 8천 원 정도 전기요금을 할인해주지만 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집에 에어컨이 없어 전기요금 지원을 받으나 마나, 그조차 10명 중 4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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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여름이 두려워요”…폭염에 지친 취약계층
    • 입력 2019-08-01 21:48:27
    • 수정2019-08-01 21: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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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33도가 넘는 폭염이 30일 넘게 나타났습니다.

기록적인 더위에 온열 질환자가 4천5백 명 발생하고 그중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폭염 피해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 전망과 인구 구성, 녹지 비율 등을 따져 폭염의 위험도를 따지는 전망치가 있는데요,

위험도가 높음 이상인 자치단체가 전에는 69곳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시군구의 절반이 넘는 126곳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으로 전망됐습니다.

온난화와 고령화 탓에 더위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건데요,

그 위험을 부쩍 더 실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겨우 한 사람이 발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방이 나옵니다.

창문 하나 없습니다.

더위를 식힐 도구라곤 선풍기 한 대뿐입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올여름은 어떻게 지낼까?' 우선 머릿속에 그게 떠나지 않고 밥을 먹어도 밥에 물 말아서 대충 먹고 그렇죠."]

방 안 온도는 바깥과 비슷한 32도.

뜨거워진 실내 공기는 해가 져도 쉽사리 식지 않습니다.

열대야가 기승인 밤에도 밖이 오히려 더 시원합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밤에 왔다 갔다 하고, 밤에 돌아다니죠. 못 자요. 죽어요, 숨이 막혀서..."]

취약계층 10가구 가운데 8가구는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팁니다.

선풍기 하나, 작은 냉장고 하나 없는 집도 있습니다.

평균 나이 71살, 절반가량이 여름철 불볕더위로 어지러움과 두통을 경험했습니다.

호흡곤란 같은 위급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홍○○/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될 수 있으면 집에 안 있어요. 왜냐면 위에가 달궈져 가지고 찜통이 돼 버려요."]

시군구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눈치가 보여 편치 않다고 합니다.

[배○○/쪽방촌 주민/음성변조 : "불편한 거는 왔다 갔다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오고 별사람 다 와요."]

올해부터 여름에도 지원해주는 에너지바우처.

가구당 8천 원 정도 전기요금을 할인해주지만 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집에 에어컨이 없어 전기요금 지원을 받으나 마나, 그조차 10명 중 4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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