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새 주인 꼼꼼히 검증할게요”…‘유튜버 학대’ 태양이 새 주인 찾는다

입력 2019.08.02 (07:03) 수정 2019.08.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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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유튜버 동물학대' 논란 태양이 새 주인 찾기로
동물보호단체, "새 주인 꼼꼼히 검증할 것"
허술한 동물보호법.. 외국은 소유권 박탈·심리상담 병행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 태양이

인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살짜리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저녁 뉴스 시간에 맞추려면 재빨리 이 아이를 찍고 돌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촬영이 끊깁니다. 쉴 새 없이 달려들고, 안기고, 애교를 부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카메라 렌즈에 한참을 코를 박고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유튜버 동물학대' 영상에 나온 태양이입니다. 맞고 던져져도 자꾸만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난달 26일, 게임 유튜버 서 모 씨가 태양이를 여러 차례 때리고 내던지는 모습이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아무리 유튜브라고 해도 생방송 중인데 분위기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그대로 돌아갔고, 분노한 시청자들의 언론 제보와 청와대 청원으로 29일부터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30일 새벽,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가 학대받은 동물을 격리할 수 있다는 동물보호법에 14조에 따라 태양이를 보호소로 격리했습니다. 직전까지 "대중들은 '개돼지'니까 3일이면 잊혀진다"고 도발하던 유튜버 서 모 씨는 결국 유튜브를 통해 사과하고 태양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가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냈고, 태양이는 현재는 해당 단체의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벌금 좀 내고 말지 뭐."

처음 논란이 제기됐을 때 유튜버 서 모 씨는 "수사받고 벌금도 안 낼 가능성이 크다. (태양이에게) 상해를 입힌 것도 아니고 죽일 정도가 돼야 벌금을 내더라"며, "내 인생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습니다. 이전에도 이미 "동물보호법은 개00 같은 법"이라며 현행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여러 번 했습니다.

서 씨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경찰청 집계 결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의견 송치된 사건은 2014년에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미확정) 592명으로 매년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경우는 총 3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새 동물보호법은 기존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까지 학대의 범주에 포함했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상해가 없어도 신체적 고통이 있었다면 학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화된 동물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씨의 말은 틀릴 수 있습니다. 다만 동물보호법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학대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내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 역시 "학대로 볼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전히 '물렁'한 동물보호법.. 외국은 소유권 박탈하고 심리상담·교육도 병행

조금 강화되긴 했지만,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동물을 불필요하게 과로시키거나 고통을 줄 때는 물론, 필요한 음식이나 쉼터를 주지 않는 행위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합니다. 또 뉴욕주는 극심한 고온이나 저온 상태인 차량 내에 반려동물을 가두어 두는 행위와 함께 반려동물에게 피어싱을 하거나 문신을 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타이완에서는 반려동물을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방치해서는 안 되며, 공기가 통하는 구멍을 만들어 호흡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또 프랑스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로 인한 동물학대행위도 처벌합니다.


유튜버 서 씨가 사과 방송을 하면서 앞으로는 유튜브 방송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자숙의 의미였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그렇게 숨어버리면 그만 아니냐", "여론이 잠잠해지면 또 새로운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소유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여론에 부담을 느낀 서 씨가 동물보호단체의 설득에 스스로 소유권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태양이는 다시 서 씨에게 돌아가야 했던 겁니다.

외국은 다릅니다. 영국은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그 동물에 대한 소유권과 처분권을 박탈하고, 처벌과 함께 동물의 소유와 사육·운송에 대한 자격까지 박탈하기도 합니다. 미국도 상당수 주에서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이후에 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와 함께 미국 30여 개 주는 동물학대자에 대해 처벌과 별개로 심리분석이나 정신의학분석을 받도록 합니다. 필요하면 치료와 상담, 교육도 이수해야 합니다. 뉴욕주 교육법은 '동물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교육하도록 규정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 지키는 법"

많은 전문가는 동물 학대가 단순히 재산상 범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사람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허술한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은 물론 사람도 지키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는 지금 구출에 나선 '캣치독팀'의 보호소로 옮겼습니다. 단체는 태양이의 새 보호자에 대해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서 입양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학대 영상 속 또 다른 강아지는 서 씨 지인의 개로 현재는 서 씨의 집에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죽음에 이르거나, 자신을 학대한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거나, 학대를 반복하며 새로운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입양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태양이는 조금 운이 좋은 편입니다. 모든 반려동물이 행운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겐 행운이 아니라 제도가 필요합니다.


[참고]
- 국회 법률정보실 최신 외국입법정보 :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미국 입법례 (2018. 7.)
- 국회 법안 관련 외국 입법례 제60호 (2017.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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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새 주인 꼼꼼히 검증할게요”…‘유튜버 학대’ 태양이 새 주인 찾는다
    • 입력 2019-08-02 07:03:26
    • 수정2019-08-02 08:36:24
    취재후·사건후
'유튜버 동물학대' 논란 태양이 새 주인 찾기로<br />동물보호단체, "새 주인 꼼꼼히 검증할 것"<br />허술한 동물보호법.. 외국은 소유권 박탈·심리상담 병행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 태양이

인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살짜리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저녁 뉴스 시간에 맞추려면 재빨리 이 아이를 찍고 돌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촬영이 끊깁니다. 쉴 새 없이 달려들고, 안기고, 애교를 부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카메라 렌즈에 한참을 코를 박고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유튜버 동물학대' 영상에 나온 태양이입니다. 맞고 던져져도 자꾸만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난달 26일, 게임 유튜버 서 모 씨가 태양이를 여러 차례 때리고 내던지는 모습이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아무리 유튜브라고 해도 생방송 중인데 분위기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그대로 돌아갔고, 분노한 시청자들의 언론 제보와 청와대 청원으로 29일부터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30일 새벽,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가 학대받은 동물을 격리할 수 있다는 동물보호법에 14조에 따라 태양이를 보호소로 격리했습니다. 직전까지 "대중들은 '개돼지'니까 3일이면 잊혀진다"고 도발하던 유튜버 서 모 씨는 결국 유튜브를 통해 사과하고 태양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가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냈고, 태양이는 현재는 해당 단체의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벌금 좀 내고 말지 뭐."

처음 논란이 제기됐을 때 유튜버 서 모 씨는 "수사받고 벌금도 안 낼 가능성이 크다. (태양이에게) 상해를 입힌 것도 아니고 죽일 정도가 돼야 벌금을 내더라"며, "내 인생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습니다. 이전에도 이미 "동물보호법은 개00 같은 법"이라며 현행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여러 번 했습니다.

서 씨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경찰청 집계 결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의견 송치된 사건은 2014년에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미확정) 592명으로 매년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경우는 총 3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새 동물보호법은 기존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까지 학대의 범주에 포함했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상해가 없어도 신체적 고통이 있었다면 학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화된 동물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씨의 말은 틀릴 수 있습니다. 다만 동물보호법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학대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내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 역시 "학대로 볼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전히 '물렁'한 동물보호법.. 외국은 소유권 박탈하고 심리상담·교육도 병행

조금 강화되긴 했지만,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동물을 불필요하게 과로시키거나 고통을 줄 때는 물론, 필요한 음식이나 쉼터를 주지 않는 행위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합니다. 또 뉴욕주는 극심한 고온이나 저온 상태인 차량 내에 반려동물을 가두어 두는 행위와 함께 반려동물에게 피어싱을 하거나 문신을 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타이완에서는 반려동물을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방치해서는 안 되며, 공기가 통하는 구멍을 만들어 호흡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또 프랑스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로 인한 동물학대행위도 처벌합니다.


유튜버 서 씨가 사과 방송을 하면서 앞으로는 유튜브 방송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자숙의 의미였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그렇게 숨어버리면 그만 아니냐", "여론이 잠잠해지면 또 새로운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소유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여론에 부담을 느낀 서 씨가 동물보호단체의 설득에 스스로 소유권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태양이는 다시 서 씨에게 돌아가야 했던 겁니다.

외국은 다릅니다. 영국은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그 동물에 대한 소유권과 처분권을 박탈하고, 처벌과 함께 동물의 소유와 사육·운송에 대한 자격까지 박탈하기도 합니다. 미국도 상당수 주에서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이후에 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와 함께 미국 30여 개 주는 동물학대자에 대해 처벌과 별개로 심리분석이나 정신의학분석을 받도록 합니다. 필요하면 치료와 상담, 교육도 이수해야 합니다. 뉴욕주 교육법은 '동물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교육하도록 규정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 지키는 법"

많은 전문가는 동물 학대가 단순히 재산상 범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사람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허술한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은 물론 사람도 지키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는 지금 구출에 나선 '캣치독팀'의 보호소로 옮겼습니다. 단체는 태양이의 새 보호자에 대해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서 입양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학대 영상 속 또 다른 강아지는 서 씨 지인의 개로 현재는 서 씨의 집에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죽음에 이르거나, 자신을 학대한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거나, 학대를 반복하며 새로운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입양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태양이는 조금 운이 좋은 편입니다. 모든 반려동물이 행운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겐 행운이 아니라 제도가 필요합니다.


[참고]
- 국회 법률정보실 최신 외국입법정보 :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미국 입법례 (2018. 7.)
- 국회 법안 관련 외국 입법례 제60호 (2017.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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