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베트남이 ‘불법 도박’ 온상지가 된 이유는?

입력 2019.08.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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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중국인 380명이 검거됐습니다.

[연관기사] 군사작전 방불케 한 베트남 도박 단속…중국인 380명 일망타진

이들을 한꺼번에 검거하기 위해 치밀한 건물 봉쇄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지역 공안은 물론 군부대도 투입됐습니다. 외국인 범죄 조직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일망타진'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을 외국인 불법 도박의 온상지로 방치했다며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인 27명이 산다는 '아워시티'에서 발각된 '불법도박' 중국인 380명

지난달 27일, 현지 공안과 군인들 500여 명이 하이퐁의 주상복합 빌라 '아워시티'를 포위했습니다. 시 인민위원회에 27명의 중국인만 체류 신고가 되어 있던 건물입니다. 스포츠, 복권, 게임 등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관리하던 380명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건물 안에 머물렀습니다.

2010년에 홍콩 업체가 지은 '아워시티'는 초기 설립 허가와 달리 건물 계획이 수차례 변경됐습니다. 호텔과 연수시설, 고급 놀이공원이 들어설 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초기 설립 허가 났던 이 건물은 3층으로 완공됐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중국인들은 대부분 10~20대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곧 중국으로 넘겨질 예정입니다.


"이상하게 높은 집값" 가격 부풀린 부동산 업체의 꼼수

몇천만 원 수준인 주변 집값과는 달리 '아워시티'의 시세는 50~70억 동, 우리 돈으로 2~3억 5천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의 입주를 차단하기 위한 부동산 업체와의 '꼼수'였습니다.

현지 주민들의 제보는 이어졌습니다. 마을 주민 팜꽝 다오 씨는 이곳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재민 모금 활동을 할때, 건물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좀처럼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은 없지만 24시간 동안 일부 방의 불이 켜진 것도 특이했다고 말합니다.


"시, 군, 출입국사무소 제각각" 분산된 외국인 관리 업무

대규모 검거 성과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보다 비판 여론이 불거졌습니다. 버젓이 불법 행위를 할 동안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당국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하이퐁시와 쯔엉낀군 인민위원장은 부처별로 외국인 관리 업무가 제각각으로 나뉘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군 관계자의 단속 권한은 위생이나 치안 문제에 한합니다. 군 인민위원회는 외국 기업의 사업 계획을 보고받습니다. 하지만 외국 업체 측이 제출하지 않는 경우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외국인 기업의 세부 정보 제출은 출입국 관리소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편의상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하이퐁시 또한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이 불법 체류할 경우 관리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이퐁시 인민위원회는 현재 시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3,035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derground', 즉, 불법체류자 등을 추산한 수치로 정확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외국인 범죄 증가.. 한국인 불법 도박 범죄도 문제

하이퐁시는 한국 기업 LG와 현지 자동차 기업인 빈페스트 등이 들어선 베트남의 대표적인 경제특구입니다. 261개 기업이 입주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이 50%, 한국인과 일본인순 입니다. 하이퐁 공안부는 2013년부터 도박과 마약 등의 혐의로 적발된 외국인 범죄 사건이 400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하이퐁 안중 마을에서 보이스피싱 중국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호찌민에서 한국인 33명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추방됐습니다. 지난 4월엔 83억 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한국인 3명이 체포됐고, 지난달, 하우스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19명이 붙잡혔습니다.

외국인들에게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던 베트남은 2017년부터 이를 완화했습니다. 월수입이 천만 동, 우리 돈으로 50만 원이 넘는 21세 이상 베트남인들도 일부 지역 출입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도박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경제특구에 비자 면제 도입하려는 베트남 정부 당혹

베트남 공안부는 최근 외국인들의 체류와 관련한 일부 법 조항을 보완, 개정하는 안건을 국회에 상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출입국, 경유, 체류하는 외국인들에 대해 30일 동안 비자를 면제하는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비자 체류 가능한 기간은 현행 2주 남짓인데 관광 또는 경제특구 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입니다. 총리가 2013년 말에 개발을 위한 특수구역으로 지정한 남부 푸꾸옥 섬이 우선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 성장을 이유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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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2 08:02:05
    특파원 리포트
지난 주말,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중국인 380명이 검거됐습니다.

[연관기사] 군사작전 방불케 한 베트남 도박 단속…중국인 380명 일망타진

이들을 한꺼번에 검거하기 위해 치밀한 건물 봉쇄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지역 공안은 물론 군부대도 투입됐습니다. 외국인 범죄 조직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일망타진'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을 외국인 불법 도박의 온상지로 방치했다며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인 27명이 산다는 '아워시티'에서 발각된 '불법도박' 중국인 380명

지난달 27일, 현지 공안과 군인들 500여 명이 하이퐁의 주상복합 빌라 '아워시티'를 포위했습니다. 시 인민위원회에 27명의 중국인만 체류 신고가 되어 있던 건물입니다. 스포츠, 복권, 게임 등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관리하던 380명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건물 안에 머물렀습니다.

2010년에 홍콩 업체가 지은 '아워시티'는 초기 설립 허가와 달리 건물 계획이 수차례 변경됐습니다. 호텔과 연수시설, 고급 놀이공원이 들어설 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초기 설립 허가 났던 이 건물은 3층으로 완공됐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중국인들은 대부분 10~20대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곧 중국으로 넘겨질 예정입니다.


"이상하게 높은 집값" 가격 부풀린 부동산 업체의 꼼수

몇천만 원 수준인 주변 집값과는 달리 '아워시티'의 시세는 50~70억 동, 우리 돈으로 2~3억 5천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의 입주를 차단하기 위한 부동산 업체와의 '꼼수'였습니다.

현지 주민들의 제보는 이어졌습니다. 마을 주민 팜꽝 다오 씨는 이곳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재민 모금 활동을 할때, 건물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좀처럼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은 없지만 24시간 동안 일부 방의 불이 켜진 것도 특이했다고 말합니다.


"시, 군, 출입국사무소 제각각" 분산된 외국인 관리 업무

대규모 검거 성과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보다 비판 여론이 불거졌습니다. 버젓이 불법 행위를 할 동안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당국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하이퐁시와 쯔엉낀군 인민위원장은 부처별로 외국인 관리 업무가 제각각으로 나뉘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군 관계자의 단속 권한은 위생이나 치안 문제에 한합니다. 군 인민위원회는 외국 기업의 사업 계획을 보고받습니다. 하지만 외국 업체 측이 제출하지 않는 경우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외국인 기업의 세부 정보 제출은 출입국 관리소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편의상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하이퐁시 또한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이 불법 체류할 경우 관리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이퐁시 인민위원회는 현재 시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3,035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derground', 즉, 불법체류자 등을 추산한 수치로 정확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외국인 범죄 증가.. 한국인 불법 도박 범죄도 문제

하이퐁시는 한국 기업 LG와 현지 자동차 기업인 빈페스트 등이 들어선 베트남의 대표적인 경제특구입니다. 261개 기업이 입주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이 50%, 한국인과 일본인순 입니다. 하이퐁 공안부는 2013년부터 도박과 마약 등의 혐의로 적발된 외국인 범죄 사건이 400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하이퐁 안중 마을에서 보이스피싱 중국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호찌민에서 한국인 33명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추방됐습니다. 지난 4월엔 83억 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한국인 3명이 체포됐고, 지난달, 하우스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19명이 붙잡혔습니다.

외국인들에게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던 베트남은 2017년부터 이를 완화했습니다. 월수입이 천만 동, 우리 돈으로 50만 원이 넘는 21세 이상 베트남인들도 일부 지역 출입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도박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경제특구에 비자 면제 도입하려는 베트남 정부 당혹

베트남 공안부는 최근 외국인들의 체류와 관련한 일부 법 조항을 보완, 개정하는 안건을 국회에 상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출입국, 경유, 체류하는 외국인들에 대해 30일 동안 비자를 면제하는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비자 체류 가능한 기간은 현행 2주 남짓인데 관광 또는 경제특구 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입니다. 총리가 2013년 말에 개발을 위한 특수구역으로 지정한 남부 푸꾸옥 섬이 우선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 성장을 이유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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