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 봉지 4마리 ‘꽃새우’ 파동…지금 군산은?

입력 2019.08.02 (08:31) 수정 2019.08.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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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이 뉴스 보신 분들 많으시죠? 네, 출시 48년이 된 새우과자 얘깁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안 먹어보신 분들을 찾기힘들 정도의 이 새우깡이 그 원료를 놓고 최근 진통을 겪었습니다.

농심 측이 국내산만 쓰다가, 점차 늘려가던 미국산에서 아예 국내산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민들과 갈등을 겪은 것이죠.

도대체 얼마만큼의 어떤 새우가 들어가길래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농심 새우깡 광고 :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 가."]

웬만한 동요만큼 익숙한 이 새우깡의 첫 출시는 1971년.

그동안 80억 봉지가 팔렸고, 연매출만 7백억 원에 이르는 이정도면 국민과자라고 할만합니다.

[이은균/서울시 마포구 : "손이 가요. 손이 가. 내가 어렸을 때 한 5, 6살 때부터 아마 먹었던 것 같아요."]

이 90g 한 봉지에는 과연 새우가 몇 마리, 얼마만큼 들어있을까요?

[하주현/서울시 서대문구 : "새우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맛만 내는 건 줄 알고 있어서……."]

봉지당 4마리의 새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70년대 새우깡의 광고입니다.

[1974년 농심 새우깡 광고 : "농심 새우깡은 진짜 생새우로 만든다죠? (그럼요. 그것도 법성포 생새우로 만들었어요.)"]

법성포에서 잡은 국내산 새우를 쓴다고 광고했는데요.

그동안 농심은 법성포와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은 국내산 꽃새우로 새우깡을 만들어왔습니다.

한해에 군산에서 사들인 꽃새우만 300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군산 어민 : "철 따라서 작업을 하니까. 한 4월, 5월부터 시작을 해서 한 9월까지 (어민들이) 거기에 매달려서 (일해요.) 목숨 줄이 거기 달려있으니까."]

이게 바로 문제의 그 꽃새웁니다.

몸 길이 7cm 정도로 일년에 단 5개월 동안만 잡히는데, 깊은 맛으로 과자나, 라면 스프 등에 쓰이는데요.

특히 7월엔 가장 최상품의 꽃새우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 조업을 나가야 할 배들이 항구에 그대로 정박해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수준이 돼야 조업할 맛도 나고 그러는데 지금은 어려우니까 조업을 안 하고 있어요."]

농심이 올해부터 원료를 미국산 새우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조업이 멈춘 겁니다.

갑자기 미국산 새우로 바꾼 이유는 뭘까요?

[윤성학/농심 홍보팀 부장 : "수년 전부터 생물 새우 원료의 이물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품질을 우려해서 3년 전부터는 국내산 비중을 50%로 낮춰서 미국산 50%,국내산 50%로 새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 불가피하다는 회사 측의 주장에 어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수심 20m 이상에서 군산에서 25마일 이상 나가서 깨끗한 모래에서 잡은 새우라서 위생에 대해서는 하나도 하자가 없습니다."]

현재 국내산 새우는 그물이 바닥을 훑는 저인망 방식으로 새우를 잡고 있는데요.

어쩔 수 없이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선별 작업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어민들의 입장입니다.

농심은 군산의 꽃새우를 사들이는 이른바 큰 손이었습니다.

군산에서 잡힌 70%가 농심을 통해 팔려나가고, 나머지는 말려서 마트나, 가공업자, 군대 등에 납품됐는데요.

농심이 수매를 하지 않자, 당장 가격부터 요동쳤습니다.

[김종남/군산수협조합장 : "예전에 한 상자당 8~9만 원씩 하던 꽃새우가 외국산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가격이 현재 2만 7천 원에서 2만 8천 원대로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새벽 6시, 꽃새우 경매가 주로 이뤄지던 어판장입니다.

이전 같으면 꽃새우로 꽉 차야 할 경매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꽃새우 대신 대구와 홍어만 오른 경매.

[정현용/군산수협 해망동 위판장 경매사 :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되죠. 보통 3~4천 개의 새우가 깔리고 경매가 이루어지는데 이건 뭐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습니까."]

조업이 멈췄다는 소식에 꽃새우를 사러오던 중매인들의 발길도 끊겼습니다.

[중매인 : "여름에만 나와요 새우가. 다른 거는 별로 안 잡혀요."]

수협 직판장의 냉동 창고입니다.

상자 가득 쌓인건 꽃새우인데요, 판로가 막히자 이렇게 생물 새우를 말려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군산 수협 직판장 관계자/음성변조 : "농심에서 7~80%는 사줘야 우리 어민들도 어가 소득이 좀 되고……. 농심에서 수매를 안 하면 아예 수매 자체가 어렵다는 거죠. 그럼 가격이 폭락하죠."]

긴 진통 끝에 지자체와 농심, 국회의원까지 머리를 맞대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윤성학/농심 홍보팀 부장 : "저희가 품질 문제가 확실히 꼭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다시 국산 새우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앞으로 우리 서해안 청정해역에서 나는 새우를 전 국민이 의심하지 않고 우리말을 믿었으면 좋겠고, 어민들도 전보다는 신경 써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야죠."]

지난 수요일 늦은 오후, 새우잡이 배들이 다시 8일 만에 조업을 재개했습니다.

한참 품질 좋은 꽃새우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을까 어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군산 어민 : "지금 최상품 나올 땐데. 잘해야 8월 중순까지밖에 안 나올 거예요. 이렇게 오래 놀아버려서 8일이나 놀아버려서 여차하면 뭐……. 가봐야 알죠."]

꽃새우 조업에 나섰던 배들이 오늘 새벽부터, 다시 군산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과연 꽃새우 만선이었을까요?

농심에만 매달렸던 지자체는 꽃새우의 품질을 올리는 한편, 다른 판로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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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2 08:38:11
    • 수정2019-08-02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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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이 뉴스 보신 분들 많으시죠? 네, 출시 48년이 된 새우과자 얘깁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안 먹어보신 분들을 찾기힘들 정도의 이 새우깡이 그 원료를 놓고 최근 진통을 겪었습니다.

농심 측이 국내산만 쓰다가, 점차 늘려가던 미국산에서 아예 국내산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민들과 갈등을 겪은 것이죠.

도대체 얼마만큼의 어떤 새우가 들어가길래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을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농심 새우깡 광고 :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어른 손 아이 손, 자꾸만 손이 가."]

웬만한 동요만큼 익숙한 이 새우깡의 첫 출시는 1971년.

그동안 80억 봉지가 팔렸고, 연매출만 7백억 원에 이르는 이정도면 국민과자라고 할만합니다.

[이은균/서울시 마포구 : "손이 가요. 손이 가. 내가 어렸을 때 한 5, 6살 때부터 아마 먹었던 것 같아요."]

이 90g 한 봉지에는 과연 새우가 몇 마리, 얼마만큼 들어있을까요?

[하주현/서울시 서대문구 : "새우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맛만 내는 건 줄 알고 있어서……."]

봉지당 4마리의 새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70년대 새우깡의 광고입니다.

[1974년 농심 새우깡 광고 : "농심 새우깡은 진짜 생새우로 만든다죠? (그럼요. 그것도 법성포 생새우로 만들었어요.)"]

법성포에서 잡은 국내산 새우를 쓴다고 광고했는데요.

그동안 농심은 법성포와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은 국내산 꽃새우로 새우깡을 만들어왔습니다.

한해에 군산에서 사들인 꽃새우만 300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군산 어민 : "철 따라서 작업을 하니까. 한 4월, 5월부터 시작을 해서 한 9월까지 (어민들이) 거기에 매달려서 (일해요.) 목숨 줄이 거기 달려있으니까."]

이게 바로 문제의 그 꽃새웁니다.

몸 길이 7cm 정도로 일년에 단 5개월 동안만 잡히는데, 깊은 맛으로 과자나, 라면 스프 등에 쓰이는데요.

특히 7월엔 가장 최상품의 꽃새우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 조업을 나가야 할 배들이 항구에 그대로 정박해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수준이 돼야 조업할 맛도 나고 그러는데 지금은 어려우니까 조업을 안 하고 있어요."]

농심이 올해부터 원료를 미국산 새우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조업이 멈춘 겁니다.

갑자기 미국산 새우로 바꾼 이유는 뭘까요?

[윤성학/농심 홍보팀 부장 : "수년 전부터 생물 새우 원료의 이물질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저희가 품질을 우려해서 3년 전부터는 국내산 비중을 50%로 낮춰서 미국산 50%,국내산 50%로 새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 불가피하다는 회사 측의 주장에 어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수심 20m 이상에서 군산에서 25마일 이상 나가서 깨끗한 모래에서 잡은 새우라서 위생에 대해서는 하나도 하자가 없습니다."]

현재 국내산 새우는 그물이 바닥을 훑는 저인망 방식으로 새우를 잡고 있는데요.

어쩔 수 없이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선별 작업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어민들의 입장입니다.

농심은 군산의 꽃새우를 사들이는 이른바 큰 손이었습니다.

군산에서 잡힌 70%가 농심을 통해 팔려나가고, 나머지는 말려서 마트나, 가공업자, 군대 등에 납품됐는데요.

농심이 수매를 하지 않자, 당장 가격부터 요동쳤습니다.

[김종남/군산수협조합장 : "예전에 한 상자당 8~9만 원씩 하던 꽃새우가 외국산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가격이 현재 2만 7천 원에서 2만 8천 원대로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새벽 6시, 꽃새우 경매가 주로 이뤄지던 어판장입니다.

이전 같으면 꽃새우로 꽉 차야 할 경매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꽃새우 대신 대구와 홍어만 오른 경매.

[정현용/군산수협 해망동 위판장 경매사 :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되죠. 보통 3~4천 개의 새우가 깔리고 경매가 이루어지는데 이건 뭐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습니까."]

조업이 멈췄다는 소식에 꽃새우를 사러오던 중매인들의 발길도 끊겼습니다.

[중매인 : "여름에만 나와요 새우가. 다른 거는 별로 안 잡혀요."]

수협 직판장의 냉동 창고입니다.

상자 가득 쌓인건 꽃새우인데요, 판로가 막히자 이렇게 생물 새우를 말려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군산 수협 직판장 관계자/음성변조 : "농심에서 7~80%는 사줘야 우리 어민들도 어가 소득이 좀 되고……. 농심에서 수매를 안 하면 아예 수매 자체가 어렵다는 거죠. 그럼 가격이 폭락하죠."]

긴 진통 끝에 지자체와 농심, 국회의원까지 머리를 맞대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윤성학/농심 홍보팀 부장 : "저희가 품질 문제가 확실히 꼭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다시 국산 새우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정재훈/군산 어민 : "앞으로 우리 서해안 청정해역에서 나는 새우를 전 국민이 의심하지 않고 우리말을 믿었으면 좋겠고, 어민들도 전보다는 신경 써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야죠."]

지난 수요일 늦은 오후, 새우잡이 배들이 다시 8일 만에 조업을 재개했습니다.

한참 품질 좋은 꽃새우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을까 어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군산 어민 : "지금 최상품 나올 땐데. 잘해야 8월 중순까지밖에 안 나올 거예요. 이렇게 오래 놀아버려서 8일이나 놀아버려서 여차하면 뭐……. 가봐야 알죠."]

꽃새우 조업에 나섰던 배들이 오늘 새벽부터, 다시 군산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과연 꽃새우 만선이었을까요?

농심에만 매달렸던 지자체는 꽃새우의 품질을 올리는 한편, 다른 판로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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