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1달러=7위안, 중국의 무기인가 독배인가

입력 2019.08.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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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있어 각각 쓸 수 있는 무기가 여러 개가 있습니다. 미국은 주로 관세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절하 카드를 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1달러에 7위안까지 떨어지는 것이 왜 무기가 될까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강해집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가격을 높여 놔도,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위안화 절하로 미국 관세 부과 무력화"

관세 카드와 위안화 절하 카드가 부딪치면 제로섬(zero sum) 더하고 빼고 나면 '영'이 되는, 그래서 미국의 관세카드가 무력화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추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올랐고 역내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0397위안까지 치솟았습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이른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인민은행은 오늘 성명에서 1달러에 7위안이 넘어가는 현상은 '미국'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오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지난 1일 밝힌 데에 대한 거의 즉각적인 반발일까요.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또 하나의 협상 무기, 즉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도 함께 꺼내 들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유 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각 5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위안화 절하와 농산물 거부, 두 가지 카드로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에 득만 될까요? 물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독이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위안화 하락은 독배...자본 유출 불러올 수 있어"

중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외환을 투입해 환율을 방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상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중국은 단기 채권인 3개월 물 또는 1년 물 중국은행증권(Central Bank Bill)을 발행해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놔두는 독배를 마시는 방법으로 수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 경제입니다. 선택에 직면했을 때 득실을 따져보고 정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약을 먹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바라는 치료 효과가 있다면, 감수하고 먹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의 처지에서 차기 대선 전에 성과를 내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장기간 지속하면, 환차손 우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으로선 오래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가 되는 이유이며 1달러=7위안 선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민은행은 "'7'이라는 숫자가 무슨 방파제 같은 것은 아니다, '7'이라는 숫자는 댐의 수위와 더욱 비슷한 것"이라며 "물이 많은 시기에는 조금 더 높아지고, 갈수기에는 낮아지기도 하는 등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위안화 환율을 안정되게 유지할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中 증시 1%대 하락…아시아 금융시장 동반 휘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오늘 중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위안화 가치 절하가 미·중 무역전쟁 한 가운데로 등장한 것에 대한 불안에 한일 무역 전쟁까지 한 치 앞을 모르게 격화하고 있는 것이 반영된 현상입니다.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1.62% 하락한 2,821.50으로 거래를 마쳤고 선전종합지수는 1.47% 하락한 1,517.27에 장을 마쳤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74% 떨어진 20,720.29로 장을 마감했고 한국 코스피 지수는 2.56% 떨어진 1,946.98, 코스닥 지수는 7.46%나 떨어져 569.79로 장을 마치며 600선이 무너졌습니다. 타이완 자취안 지수는 1.19% 떨어진 10,423.41에 마쳤으며 호주 S&P/ASX200 지수는 1.90% 하락하며 마감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도 위안화 약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분야가 더욱 문제입니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내리는 국가들에 '환율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조치입니다. 강대강의 대결이 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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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1달러=7위안, 중국의 무기인가 독배인가
    • 입력 2019-08-05 17: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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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 있어 각각 쓸 수 있는 무기가 여러 개가 있습니다. 미국은 주로 관세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절하 카드를 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1달러에 7위안까지 떨어지는 것이 왜 무기가 될까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강해집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가격을 높여 놔도,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위안화 절하로 미국 관세 부과 무력화"

관세 카드와 위안화 절하 카드가 부딪치면 제로섬(zero sum) 더하고 빼고 나면 '영'이 되는, 그래서 미국의 관세카드가 무력화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추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올랐고 역내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0397위안까지 치솟았습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이른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인민은행은 오늘 성명에서 1달러에 7위안이 넘어가는 현상은 '미국'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오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넘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지난 1일 밝힌 데에 대한 거의 즉각적인 반발일까요.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또 하나의 협상 무기, 즉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도 함께 꺼내 들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유 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각 5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위안화 절하와 농산물 거부, 두 가지 카드로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에 득만 될까요? 물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독이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위안화 하락은 독배...자본 유출 불러올 수 있어"

중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외환을 투입해 환율을 방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상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중국은 단기 채권인 3개월 물 또는 1년 물 중국은행증권(Central Bank Bill)을 발행해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놔두는 독배를 마시는 방법으로 수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 경제입니다. 선택에 직면했을 때 득실을 따져보고 정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약을 먹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바라는 치료 효과가 있다면, 감수하고 먹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의 처지에서 차기 대선 전에 성과를 내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장기간 지속하면, 환차손 우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으로선 오래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가 되는 이유이며 1달러=7위안 선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민은행은 "'7'이라는 숫자가 무슨 방파제 같은 것은 아니다, '7'이라는 숫자는 댐의 수위와 더욱 비슷한 것"이라며 "물이 많은 시기에는 조금 더 높아지고, 갈수기에는 낮아지기도 하는 등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위안화 환율을 안정되게 유지할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中 증시 1%대 하락…아시아 금융시장 동반 휘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오늘 중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위안화 가치 절하가 미·중 무역전쟁 한 가운데로 등장한 것에 대한 불안에 한일 무역 전쟁까지 한 치 앞을 모르게 격화하고 있는 것이 반영된 현상입니다.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1.62% 하락한 2,821.50으로 거래를 마쳤고 선전종합지수는 1.47% 하락한 1,517.27에 장을 마쳤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74% 떨어진 20,720.29로 장을 마감했고 한국 코스피 지수는 2.56% 떨어진 1,946.98, 코스닥 지수는 7.46%나 떨어져 569.79로 장을 마치며 600선이 무너졌습니다. 타이완 자취안 지수는 1.19% 떨어진 10,423.41에 마쳤으며 호주 S&P/ASX200 지수는 1.90% 하락하며 마감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도 위안화 약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분야가 더욱 문제입니다. 일본과의 무역 전쟁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내리는 국가들에 '환율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조치입니다. 강대강의 대결이 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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