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쇠뿔 녹인다는 ‘삼복 더위’…열차 선로도 휘청

입력 2019.08.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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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폭염KTX도 멈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초복부터 말복까지, 삼복 기간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오죽하면 삼복더위를 '쇠뿔도 녹이는 더위'로 불렀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삼복더위로 초비상이 걸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300km 속도로 선로를 주파하는 KTX입니다.

3일 오후, KTX 고속열차가 잇따라 연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인은 바로 폭염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기온을 살펴보니 공식 관측소 기록으로는 충북 청주가 36.7도까지 치솟았고,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으로는 경기 안성(고삼) 지역이 39.3도까지 오르면서 불볕더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충남 천안아산역 인근 부산 방향 KTX 선로가 늘어나면서 모두 47편의 고속열차 운행이 최소 10분에서 많게는 1시간 10분까지 늦어졌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한낮 기온이 40.2도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어제(5일)도 코레일은 하루 종일 비상 상태였습니다. 전국 곳곳의 선로에 작업 인력이 급파돼 상태를 점검하고 살수 작업 등 안전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달궈진 철로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달궈진 철로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레일 휘면 탈선 위험…KTX 관리 어떻게?

철도 레일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만큼, 폭염으로 선로 온도가 올라가면 레일이 늘어나 뒤틀릴 수 있습니다. 열차 탈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일반열차의 경우 선로는 보통 25m 길이 레일을 사용합니다. 폭염으로 레일이 늘어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레일과 레일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 '단차'를 둡니다.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탔을 때 열차가 덜컥덜컥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단차 구간을 지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KTX는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 단차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레일도 일반 레일이 아니라 훨씬 긴 장대레일을 사용하고요. 보통 25m 레일 12개를 이어서 만든 300m 레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장대레일은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텐데 어떻게 대비를 하는 것일까요?

코레일 측에 물어보니 KTX 선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특수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밀도가 높아 열팽창이 적은 재료로 레일을 제작하는 한편, 레일 침목과 핀, 선로 간 결합 작업을 꼼꼼하게 해서 팽창을 최대한 억제한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온도변화에 따른 레일의 신축이 생길 수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축이음매라는 장치도 설치합니다.

레일에는 온도 감지 장치를 설치해 온도 변화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선크림 역할을 하도록 열기를 막을 수 있는 페인트도 뿌리고, 선로 온도가 내려가도록 살수 작업도 수시로 진행합니다. 살수 작업은 사람이 하는 때도 있지만, 통풍이 잘 안 되는 등 선로 뒤틀림이 예상되는 구간에는 아예 자동 살수 장치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현재 자동 살수 장치가 설치된 곳만 전국적으로 32곳이나 됩니다.


선로 온도 55℃ 이상이면 열차 속도 줄여야

그래도 선로 온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할까요? 안전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코레일의 레일 온도에 따른 운전 기준을 보면 레일 온도가 섭씨 55도 이상 올라가면 시속 230km 이하로 감속해야 합니다. 만약 60도 이상 올라가면 시속 70km 이하로 속도를 낮춰야 하고, 레일 온도가 64도 이상일 경우에는 아예 운행이 금지됩니다.

여름철 폭염으로 KTX가 연착하는 경우 바로 이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탈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셈이죠.

폭염으로 인한 연착은 환불이나 배상 예외

그런데 폭염 때문이든 아니든 승객 처지에서 연착은 연착입니다. 폭염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연착했을 경우에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코레일 내부 규정을 보면 철도공사의 책임으로 고속열차의 경우 20분 이상, 일반열차는 40분 이상 연착할 경우 환불이나 배상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천재지변 또는 악천후로 인한 재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코레일에 확인해봤습니다. 역시 폭염은 천재지변으로 분류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여서 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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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쇠뿔 녹인다는 ‘삼복 더위’…열차 선로도 휘청
    • 입력 2019-08-06 07:04:04
    취재K
무서운 폭염KTX도 멈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초복부터 말복까지, 삼복 기간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오죽하면 삼복더위를 '쇠뿔도 녹이는 더위'로 불렀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삼복더위로 초비상이 걸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300km 속도로 선로를 주파하는 KTX입니다.

3일 오후, KTX 고속열차가 잇따라 연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인은 바로 폭염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기온을 살펴보니 공식 관측소 기록으로는 충북 청주가 36.7도까지 치솟았고,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으로는 경기 안성(고삼) 지역이 39.3도까지 오르면서 불볕더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충남 천안아산역 인근 부산 방향 KTX 선로가 늘어나면서 모두 47편의 고속열차 운행이 최소 10분에서 많게는 1시간 10분까지 늦어졌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한낮 기온이 40.2도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어제(5일)도 코레일은 하루 종일 비상 상태였습니다. 전국 곳곳의 선로에 작업 인력이 급파돼 상태를 점검하고 살수 작업 등 안전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달궈진 철로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레일 휘면 탈선 위험…KTX 관리 어떻게?

철도 레일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만큼, 폭염으로 선로 온도가 올라가면 레일이 늘어나 뒤틀릴 수 있습니다. 열차 탈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일반열차의 경우 선로는 보통 25m 길이 레일을 사용합니다. 폭염으로 레일이 늘어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레일과 레일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 '단차'를 둡니다.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탔을 때 열차가 덜컥덜컥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단차 구간을 지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KTX는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 단차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레일도 일반 레일이 아니라 훨씬 긴 장대레일을 사용하고요. 보통 25m 레일 12개를 이어서 만든 300m 레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장대레일은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텐데 어떻게 대비를 하는 것일까요?

코레일 측에 물어보니 KTX 선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특수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밀도가 높아 열팽창이 적은 재료로 레일을 제작하는 한편, 레일 침목과 핀, 선로 간 결합 작업을 꼼꼼하게 해서 팽창을 최대한 억제한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온도변화에 따른 레일의 신축이 생길 수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축이음매라는 장치도 설치합니다.

레일에는 온도 감지 장치를 설치해 온도 변화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선크림 역할을 하도록 열기를 막을 수 있는 페인트도 뿌리고, 선로 온도가 내려가도록 살수 작업도 수시로 진행합니다. 살수 작업은 사람이 하는 때도 있지만, 통풍이 잘 안 되는 등 선로 뒤틀림이 예상되는 구간에는 아예 자동 살수 장치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현재 자동 살수 장치가 설치된 곳만 전국적으로 32곳이나 됩니다.


선로 온도 55℃ 이상이면 열차 속도 줄여야

그래도 선로 온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할까요? 안전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코레일의 레일 온도에 따른 운전 기준을 보면 레일 온도가 섭씨 55도 이상 올라가면 시속 230km 이하로 감속해야 합니다. 만약 60도 이상 올라가면 시속 70km 이하로 속도를 낮춰야 하고, 레일 온도가 64도 이상일 경우에는 아예 운행이 금지됩니다.

여름철 폭염으로 KTX가 연착하는 경우 바로 이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탈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셈이죠.

폭염으로 인한 연착은 환불이나 배상 예외

그런데 폭염 때문이든 아니든 승객 처지에서 연착은 연착입니다. 폭염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연착했을 경우에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코레일 내부 규정을 보면 철도공사의 책임으로 고속열차의 경우 20분 이상, 일반열차는 40분 이상 연착할 경우 환불이나 배상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천재지변 또는 악천후로 인한 재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코레일에 확인해봤습니다. 역시 폭염은 천재지변으로 분류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여서 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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