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결국 美中 환율 전쟁 폭발…등 터지는 세계 경제

입력 2019.08.06 (13:43) 수정 2019.08.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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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안화 환율이 1달러에 7위안을 넘어섰습니다. '포치' (破七)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중국이 환율 '관리'에 손을 놓았거나 방조했거나 부추겼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제 오전 인민은행이 위안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간 환율을 올해 들어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려 고시한 것이 '포치'가 나타나는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현지시각 1일 밝히자, 이에 중국은 맞보복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무기로 던져진 관세 막을 손쉬운, 그러나 사실상 위험한 방패가 바로 오른 관세만큼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상쇄 작용이 일어나 관세는 무력화됩니다.


미국, 25년 만에 중국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7'이라는 숫자를 중국이 넘겨버리자, 미국은 하루도 안 돼 바로 환율 조작국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난한 데 이어 나온 조치입니다.

재무부는 특히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나?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것은 무려 25년 만인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제재 조치가 더해지게 됩니다.

먼저 저환율을 바로잡으라고 한 뒤, 고쳐지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투자와 정부 조달을 제한하거나 국제통화기금에 감시 요청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2년 전이었다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이 중국 상품의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해 중국인들이 걱정했겠지만, 지금은 이미 미국이 대규모로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다면서 "'환율조작국'이라는 딱지는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미국의 허장성세일 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이며 중국을 향해 성질을 낸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강 대 강의 대결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입니다. 경제에서 가장 나쁜 것이 불확실성이고 그다음 나쁜 것도 역시 불확실성입니다.

무역 전쟁에 이은 환율 전쟁은 이 불확실성을 무한대로 끌어올립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증시는 즉각적으로 이에 반응했습니다.


G2 환율 전쟁에 세계 경제 흔들

뉴욕의 다우 지수는 2.90% 하락(25,717.74)했고, 나스닥 지수는 무려 3.47% 급락(7,726.04)했습니다. 다우, 나스닥 모두 올해 들어 최대 낙폭입니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치솟았습니다.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온스당 19달러 상승해 1,464.6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한국과 일본, 중국 증시 모두 급락 개장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럽 증시도 된서리를 맞은 건 물론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경제·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2차례 의회에 제출합니다. 오늘 환율조작국 지정은 이 같은 절차도 무시하고 매우 급하게 결정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그만큼 미·중 무역 협상은 정상 궤도를 한참 벗어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한 가운데, 오늘 위안화 가치는 어제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0.63% 오른 7.1400위안까지 올라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되고 나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가치는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다 중국 인민은행이 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을 300억 위안어치를 발행하겠다고 밝혀,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미·중 환율 전쟁은 무역 협상의 기 싸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했습니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만 합의했습니다.

중국의 시간 끌기에 성과 내기가 급한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 이어진 '포치'와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다음 달 미·중 고위급이 만나기도 전에 양국의 감정싸움은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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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13:43:57
    • 수정2019-08-06 15: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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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안화 환율이 1달러에 7위안을 넘어섰습니다. '포치' (破七)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중국이 환율 '관리'에 손을 놓았거나 방조했거나 부추겼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제 오전 인민은행이 위안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간 환율을 올해 들어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려 고시한 것이 '포치'가 나타나는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현지시각 1일 밝히자, 이에 중국은 맞보복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무기로 던져진 관세 막을 손쉬운, 그러나 사실상 위험한 방패가 바로 오른 관세만큼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상쇄 작용이 일어나 관세는 무력화됩니다.


미국, 25년 만에 중국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7'이라는 숫자를 중국이 넘겨버리자, 미국은 하루도 안 돼 바로 환율 조작국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난한 데 이어 나온 조치입니다.

재무부는 특히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나?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것은 무려 25년 만인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제재 조치가 더해지게 됩니다.

먼저 저환율을 바로잡으라고 한 뒤, 고쳐지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투자와 정부 조달을 제한하거나 국제통화기금에 감시 요청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2년 전이었다면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이 중국 상품의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해 중국인들이 걱정했겠지만, 지금은 이미 미국이 대규모로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다면서 "'환율조작국'이라는 딱지는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미국의 허장성세일 뿐"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이며 중국을 향해 성질을 낸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강 대 강의 대결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입니다. 경제에서 가장 나쁜 것이 불확실성이고 그다음 나쁜 것도 역시 불확실성입니다.

무역 전쟁에 이은 환율 전쟁은 이 불확실성을 무한대로 끌어올립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증시는 즉각적으로 이에 반응했습니다.


G2 환율 전쟁에 세계 경제 흔들

뉴욕의 다우 지수는 2.90% 하락(25,717.74)했고, 나스닥 지수는 무려 3.47% 급락(7,726.04)했습니다. 다우, 나스닥 모두 올해 들어 최대 낙폭입니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치솟았습니다.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온스당 19달러 상승해 1,464.60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한국과 일본, 중국 증시 모두 급락 개장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럽 증시도 된서리를 맞은 건 물론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경제·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2차례 의회에 제출합니다. 오늘 환율조작국 지정은 이 같은 절차도 무시하고 매우 급하게 결정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그만큼 미·중 무역 협상은 정상 궤도를 한참 벗어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한 가운데, 오늘 위안화 가치는 어제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0.63% 오른 7.1400위안까지 올라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되고 나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가치는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다 중국 인민은행이 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을 300억 위안어치를 발행하겠다고 밝혀,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미·중 환율 전쟁은 무역 협상의 기 싸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했습니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만 합의했습니다.

중국의 시간 끌기에 성과 내기가 급한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 이어진 '포치'와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다음 달 미·중 고위급이 만나기도 전에 양국의 감정싸움은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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