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녀오면 美 무비자 입국 제한…지코·레드벨벳도 안 된다

입력 2019.08.06 (16: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1년 3월 이후 방북자, 오늘부터 美 '무비자 입국' 불가

한국 사람은 미국 여행을 갈 때 비자를 따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자여행허가제(ESTA, 이스타) 제도 덕분입니다. 미국은 한국 등 38개 나라 국민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최대 90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9년 이스타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미국에 여행을 가려면,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대사관에서 긴 시간 줄을 서야 했고, 번거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지금은 90일 이내 미국 체류는 인터넷에 개인 정보와 여행 정보를 입력하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바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이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이제 이스타를 통한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해집니다. 미국 정부는 현지시각 5일부터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이력이 있으면, 전자여행허가제(ESTA, 이스타)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타 홈페이지에는 오늘 '비자 면제프로그램 개정안 시행'이라는 안내문이 새로 올라왔습니다. 이스타에는 "2011년 3월 이후 북한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여기에 그렇다(YES)로 표기하면 이스타는 자동으로 불허됩니다. 또 이미 발급된 이스타의 유효기간이 2년인데, 유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방북 경험이 있다면 이스타의 효력은 즉각 중지되기 때문에 반드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연관기사] 방북 이력자, 美 무비자 입국 제한…韓 3만7천 명 대상자


대상자 3만 7천 명…지코·레드벨벳도 대사관 영어 인터뷰해야

당장 불편해지는 사람은 최근 8년 사이 개성공단을 포함해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입니다. 통일부는 201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방북 승인을 받은 사람이 모두 3만 7천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특별 수행원들도 적용을 받습니다.

조용필, 백지영, 지코, 레드벨벳 등 지난해 북한에서 공연한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던 사람들,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기업인들도 포함됩니다. 다만 금강산 관광은 2008년에 중단됐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갔던 사람들은 이번 조치와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이후 방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미국에 갈 경우,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영어로 인터뷰도 해야 합니다. 특히 이들이 왜 북한을 방문했는지를 미국 측에 소상히 설명해야 합니다.


▲ 미국 비자 발급 절차

다만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한 공무원은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이스타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북 이력이 있더라도 미국 방문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관광 등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기록은 여권에 남지 않는 만큼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방북 여부를 알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시스템을 따를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일 방북을 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이스타를 이용해 미국을 갈 경우, 적발되면 미국 국내법에 따라 벌금, 형사처벌, 영구 입국 금지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방북 이력자들이 긴급하게 미국을 방문해야 할 경우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긴급 예약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번 조치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자신청 홈페이지(www.ustraveldocs.com/kr_kr)를 확인하거나 콜센터(☎ 1600-8884)에 문의하면 됩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후 20개월 동안 조용하다가 왜?

미국은 이번 조치가 테러 위협 대응을 위한 국내법에 따른 기술적, 행정적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 이외에 37개 다른 이스타 제도 가입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에 따라 테러지원국 등 지정 국가 방문자에게는 무비자 적용을 제한해오고 있습니다.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등 7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했다면 ESTA 발급이 불가한데 대상국에 북한이 추가되는 겁니다. 북한은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후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인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됐습니다.

다만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지 20개월이 지나서야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외교부는 테러 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가 실무적인 준비를 마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20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미국의 조치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남북 간의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발언한 뒤 하루 만에 나온 조치라 더 그렇습니다. 이번 조치는 북미 실무 협상이 지연되고 있고,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려는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북한 다녀오면 美 무비자 입국 제한…지코·레드벨벳도 안 된다
    • 입력 2019-08-06 16:58:44
    취재K
2011년 3월 이후 방북자, 오늘부터 美 '무비자 입국' 불가

한국 사람은 미국 여행을 갈 때 비자를 따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자여행허가제(ESTA, 이스타) 제도 덕분입니다. 미국은 한국 등 38개 나라 국민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최대 90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9년 이스타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미국에 여행을 가려면,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대사관에서 긴 시간 줄을 서야 했고, 번거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지금은 90일 이내 미국 체류는 인터넷에 개인 정보와 여행 정보를 입력하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바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이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이제 이스타를 통한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해집니다. 미국 정부는 현지시각 5일부터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이력이 있으면, 전자여행허가제(ESTA, 이스타)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타 홈페이지에는 오늘 '비자 면제프로그램 개정안 시행'이라는 안내문이 새로 올라왔습니다. 이스타에는 "2011년 3월 이후 북한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여기에 그렇다(YES)로 표기하면 이스타는 자동으로 불허됩니다. 또 이미 발급된 이스타의 유효기간이 2년인데, 유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방북 경험이 있다면 이스타의 효력은 즉각 중지되기 때문에 반드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연관기사] 방북 이력자, 美 무비자 입국 제한…韓 3만7천 명 대상자


대상자 3만 7천 명…지코·레드벨벳도 대사관 영어 인터뷰해야

당장 불편해지는 사람은 최근 8년 사이 개성공단을 포함해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입니다. 통일부는 201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방북 승인을 받은 사람이 모두 3만 7천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특별 수행원들도 적용을 받습니다.

조용필, 백지영, 지코, 레드벨벳 등 지난해 북한에서 공연한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던 사람들,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기업인들도 포함됩니다. 다만 금강산 관광은 2008년에 중단됐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갔던 사람들은 이번 조치와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이후 방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미국에 갈 경우,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영어로 인터뷰도 해야 합니다. 특히 이들이 왜 북한을 방문했는지를 미국 측에 소상히 설명해야 합니다.


▲ 미국 비자 발급 절차

다만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한 공무원은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이스타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북 이력이 있더라도 미국 방문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관광 등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기록은 여권에 남지 않는 만큼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방북 여부를 알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시스템을 따를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일 방북을 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이스타를 이용해 미국을 갈 경우, 적발되면 미국 국내법에 따라 벌금, 형사처벌, 영구 입국 금지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방북 이력자들이 긴급하게 미국을 방문해야 할 경우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긴급 예약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번 조치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자신청 홈페이지(www.ustraveldocs.com/kr_kr)를 확인하거나 콜센터(☎ 1600-8884)에 문의하면 됩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후 20개월 동안 조용하다가 왜?

미국은 이번 조치가 테러 위협 대응을 위한 국내법에 따른 기술적, 행정적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 이외에 37개 다른 이스타 제도 가입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에 따라 테러지원국 등 지정 국가 방문자에게는 무비자 적용을 제한해오고 있습니다.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등 7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했다면 ESTA 발급이 불가한데 대상국에 북한이 추가되는 겁니다. 북한은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후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인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됐습니다.

다만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지 20개월이 지나서야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외교부는 테러 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가 실무적인 준비를 마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20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미국의 조치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남북 간의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발언한 뒤 하루 만에 나온 조치라 더 그렇습니다. 이번 조치는 북미 실무 협상이 지연되고 있고,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려는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