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으로 본 미·중 무역분쟁 해부 ‘벼랑 끝 치킨게임’

입력 2019.08.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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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을 깨뜨려 '버티기'에 들어간 중국

포치破七. (돌파할 파, 일곱 칠)

'7을 돌파하다' 달러당 7위안 넘어서는 상황을 표현한 중국 관용어다. 8월 4일부로 이 포치가 일어났다. 11년 만의 일이다. 위안화의 가치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단 의미다.

중국이 그런데 태연하다. '7'이라는 숫자를 '통제 불능'의 상징으로 여기며 극도로 두려워했었는데 말이다. "미국 추가 관세의 영향"이라고 친절히 설명도 내놨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포치를 용인했다, 거나 적극적으로 실행했다고까지 해석한다. 미국이 관세를 매겨도 환율이 올라가며 충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기 더해 '미국 농산물 수출 규제'도 발표했다. "재선되고 나면 아예 협상을 안 할 수 있다"는 트럼프에 '협상 안 하고 그냥 버텨볼래'라고 대답한 셈이다. 중국은 7을 깨뜨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발끈한 트럼프… 본격화되는 환율전쟁

발끈한 건 트럼프다.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걸 환율 조작이라 부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환율조작을 활용했고,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환율조작을 통해 미국에서 수천억 달러를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격앙돼 "다시 제로금리로 간다"고 선언한다.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협상이 이렇게 꼬이고 있다. 미국은 공격하고 중국은 방어하겠지만, 결국은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던 기대도 옅어지고 있다. 되려 통상 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벼랑 끝에서 펼쳐지는 치킨게임

두 나라의 성장 전망도 점점 어두워진다. 미국의 성장은 관세와 보호주의로 지체된다. 낙관적 고용·경제 지표에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은 성장률 6% 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세계 경제도 출렁인다. 전 세계 금융시장 충격이 가시화됐다. 한일 무역분쟁 영향까지 받는 한국 금융시장은 더 심하다.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무모한 통상분쟁이다 싶은데, 두 나라는 이 '값비싼 대가'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행동한다. 오히려 더 많은 평지풍파가 일어나길 바라는 듯 보인다.

본질은 치킨게임이다. 상대가 겁을 먹길 바란다. 겁먹고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이길 수 있으니 당장 이 희생은 감수하겠다"고 소리 높이고, "나는 절대로 멈출 생각이 없다"고 경적을 울린다. 벼랑 끝에 매달려서 서로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며 (마치 북한이 그랬던 것처럼 악다구니도 쓰며)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먼저 멈추는 쪽이 진다, 멈추게 만드는 쪽이 이긴다

게임의 법칙은 간단하다. 상대가 경제 둔화와 침체가 무서워 먼저 멈추게 해야 한다. 그때까지 버티면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 그 지점으로 갈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미국의 아킬레스건 : 민주주의 국가에는 정치 사이클이 있다. 새로운 정부를 선출을 기점으로 한다. 미국은 매 4년이고 내년으로 다가왔다. 재선을 바라는 대통령은 이때까지 성과를 내야는데, 중국이 노리는 건 바로 이 정치 사이클이다.

중국은 미국 대선 사이클에 전략을 맞춘다.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느낄 임계점에 도달하면 승산이 있다. 약속한 경제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의 재선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트럼프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고, 중국은 더 나은 협상 조건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 공산당에 대한 신뢰는 영원하지 않다. 정치 사이클이 없어 안정적이기만 할 것 같지만, 중국 역시 신뢰가 무너지면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어렵다. 이 신뢰에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먹고사는 문제다. 미국은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노린다.

미국은 중국 경제가 충분히 황폐해지면(임계점) 중국이 항복할 거라 판단한다. 지금까지 고성장으로 시진핑 체제가 유지돼 온 만큼 그 기반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성장이 멈출 거라는 두려움으로 중국 사회에 내재한 빈부·지역·신분·민족 갈등의 요소가 표면화되면 중국은 브레이크를 밟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관철할 수 있다.

협상 이론으로 설명하는 '벼랑 끝 치킨게임'


이를 협상 이론으로 도식화하면 양국에는 각자에게 최선인 이상적 지점이 있고, 수용 가능한 최대양보선(유보가격 RP, Reservation Price)가 있다. 이 사이가 이론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의 범위다. 이 수용 가능 범위의 교집합이 '합의 가능 영역'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이다.

미국의 현실적 최선은 ZOPA의 오른쪽 가장자리이고, 중국은 반대쪽 가장자리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반대로 이 지점은 수용은 가능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최대양보선 RP 이다. 협상의 성패는 얼마나 나에게 유리한 영역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의 선제공격


자칭 '협상의 달인' 트럼프는 '무조건 오른쪽 가장자리로 오라'고 강요하는 중이다. 굿딜이 아니면 노딜이라고 못 박고 협상 조건을 바꾸지 않는다(Anchoring). 중국 법도 바꾸고, 불공정한 시장 관행도 바꾸란 것이다. 이런 강요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 레버리지는 관세다. 중국의 성장이 대미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관세는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된다. 화웨이 같은 중국의 첨단 기업 제품 구매 자체를 막기도 한다.

중국은 수세에 몰린다. 실제로 중국 성장률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6.2%로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다. 수백 조를 쏟아부은 경기부양도 효과가 미미했다. 이 협상에서 중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함께 벼랑 끝에 매달린 트럼프의 발길질에 중국이 점점 아래로 떨어져 갔다.

중국의 버티기, 제한적 반격


그러나 중국은 무기력한 항복을 거부한다. 관세 효과 상쇄를 위해 환율을 떨어뜨리고,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국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내수 부양에 나선다. 미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정밀하고 제한적인 타격에 나선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강세지역인 농작물 수출 지구를 타격하기 위해 제한적인 농산물 수입 제한에 나선다. 성장률을 방어하면서, 트럼프에 정치적 타격이 될 경제봉쇄를 한다.

트럼프는 다시 버티기 위해 화력을 중국에 집중한다. 다른 무역 분쟁을 자제하고, 미국으로 공장을 유치하려 애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괜히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악수한 게 아니다. 성장률 유지에 사활을 건다. 중앙은행인 연준의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하라고 '반협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못 이긴 파월은 '보험적 성격'이라는 희한한 성격의 금리 인하를 한다. 트럼프는 한 번은 부족하다고 또 압박한다.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위를 언급하는 이유도 같다. 그만큼 미·중 분쟁에 사활을 건다.

포치, '무제한 벼랑끝 작전'의 시작?

이 상황에서 이뤄진 '포치'는 '그래도 협상 자체는 할 것 같던' 중국의 강공전환을 의미한다.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 유불리와 향후 추이 계산 결과, 이대로 가면 트럼프 재선 실패까지 중국이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다. 미국의 경기가 충분히 안 좋아질 것이라서, 불리한 합의문에 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좀 더 유연한 협상 여건을 기대할 수 있고, 최소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른 한 가능성은 '협상을 위한 허세'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협상은 하고 싶지만,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합의 지점을 왼쪽으로 옮기려면 '강한 압박의 신호 Signal'을 주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로부터 양보받기 위해서다.

본격화된 대치국면에서 양국은 상대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자국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많은 수학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에 골몰할 것이다.



본질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중

본질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중

이기적 자국 중심주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 치의 양보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 이유는 두 강대국이 본질에서 달리하는 이해관계를 마주 해야 하는 역사적 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패권의 유지를 원한다 패권의 유지를 위해선 경제력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경제력 우위를 잃은 나라는 결국 패권을 잃었다. 스페인이나 네덜란드가 영국에, 영국이 미국에 패권을 내준 역사가 증명한다.

문제는 중국이 구매력 기준(PPP) GDP 총액 관점에서는 이미 2013년 미국을 추월했단 점이다. (IMF 데이터) 명목환율 기준으로도 2030년이면 추월한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지속적 성장은 양립하기 어렵다.

중국은 조용한 성장을 원한다. 당장 패권을 입에 올릴 필요가 없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다. 안정적 일당독재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며 하던 대로 성장만 하면 된다. 평균 2%대 성장을 하는 미국 앞에서라면 6% 성장도 충분하다.

이대로 20년, 늦어도 30년 정도만 버티면 명목환율 기준으로도 GDP 총액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 군사력과 과학기술, 혁신능력은 경제력의 토대가 마련되면 자연히 대등해질 것이다. 미국 일극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다.

패권국과 부상하는 신흥국이 존재할 경우, 역사적으로는 전쟁의 가능성이 높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 확률은 역사적으로 75%(16번 중의 12번)이라며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전쟁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는다. 상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보유국 간의 전쟁은 인류 공멸이다. 분석을 협상과 무역의 차원에 제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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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7 07:03:46
    취재K
7을 깨뜨려 '버티기'에 들어간 중국

포치破七. (돌파할 파, 일곱 칠)

'7을 돌파하다' 달러당 7위안 넘어서는 상황을 표현한 중국 관용어다. 8월 4일부로 이 포치가 일어났다. 11년 만의 일이다. 위안화의 가치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단 의미다.

중국이 그런데 태연하다. '7'이라는 숫자를 '통제 불능'의 상징으로 여기며 극도로 두려워했었는데 말이다. "미국 추가 관세의 영향"이라고 친절히 설명도 내놨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포치를 용인했다, 거나 적극적으로 실행했다고까지 해석한다. 미국이 관세를 매겨도 환율이 올라가며 충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기 더해 '미국 농산물 수출 규제'도 발표했다. "재선되고 나면 아예 협상을 안 할 수 있다"는 트럼프에 '협상 안 하고 그냥 버텨볼래'라고 대답한 셈이다. 중국은 7을 깨뜨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발끈한 트럼프… 본격화되는 환율전쟁

발끈한 건 트럼프다.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걸 환율 조작이라 부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환율조작을 활용했고,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환율조작을 통해 미국에서 수천억 달러를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격앙돼 "다시 제로금리로 간다"고 선언한다.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협상이 이렇게 꼬이고 있다. 미국은 공격하고 중국은 방어하겠지만, 결국은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던 기대도 옅어지고 있다. 되려 통상 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벼랑 끝에서 펼쳐지는 치킨게임

두 나라의 성장 전망도 점점 어두워진다. 미국의 성장은 관세와 보호주의로 지체된다. 낙관적 고용·경제 지표에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은 성장률 6% 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세계 경제도 출렁인다. 전 세계 금융시장 충격이 가시화됐다. 한일 무역분쟁 영향까지 받는 한국 금융시장은 더 심하다.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무모한 통상분쟁이다 싶은데, 두 나라는 이 '값비싼 대가'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행동한다. 오히려 더 많은 평지풍파가 일어나길 바라는 듯 보인다.

본질은 치킨게임이다. 상대가 겁을 먹길 바란다. 겁먹고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이길 수 있으니 당장 이 희생은 감수하겠다"고 소리 높이고, "나는 절대로 멈출 생각이 없다"고 경적을 울린다. 벼랑 끝에 매달려서 서로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며 (마치 북한이 그랬던 것처럼 악다구니도 쓰며)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먼저 멈추는 쪽이 진다, 멈추게 만드는 쪽이 이긴다

게임의 법칙은 간단하다. 상대가 경제 둔화와 침체가 무서워 먼저 멈추게 해야 한다. 그때까지 버티면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 그 지점으로 갈 효과적인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미국의 아킬레스건 : 민주주의 국가에는 정치 사이클이 있다. 새로운 정부를 선출을 기점으로 한다. 미국은 매 4년이고 내년으로 다가왔다. 재선을 바라는 대통령은 이때까지 성과를 내야는데, 중국이 노리는 건 바로 이 정치 사이클이다.

중국은 미국 대선 사이클에 전략을 맞춘다. 미국 시민들이 '트럼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느낄 임계점에 도달하면 승산이 있다. 약속한 경제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의 재선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트럼프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고, 중국은 더 나은 협상 조건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 공산당에 대한 신뢰는 영원하지 않다. 정치 사이클이 없어 안정적이기만 할 것 같지만, 중국 역시 신뢰가 무너지면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어렵다. 이 신뢰에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먹고사는 문제다. 미국은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노린다.

미국은 중국 경제가 충분히 황폐해지면(임계점) 중국이 항복할 거라 판단한다. 지금까지 고성장으로 시진핑 체제가 유지돼 온 만큼 그 기반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성장이 멈출 거라는 두려움으로 중국 사회에 내재한 빈부·지역·신분·민족 갈등의 요소가 표면화되면 중국은 브레이크를 밟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관철할 수 있다.

협상 이론으로 설명하는 '벼랑 끝 치킨게임'


이를 협상 이론으로 도식화하면 양국에는 각자에게 최선인 이상적 지점이 있고, 수용 가능한 최대양보선(유보가격 RP, Reservation Price)가 있다. 이 사이가 이론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의 범위다. 이 수용 가능 범위의 교집합이 '합의 가능 영역'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이다.

미국의 현실적 최선은 ZOPA의 오른쪽 가장자리이고, 중국은 반대쪽 가장자리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반대로 이 지점은 수용은 가능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최대양보선 RP 이다. 협상의 성패는 얼마나 나에게 유리한 영역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의 선제공격


자칭 '협상의 달인' 트럼프는 '무조건 오른쪽 가장자리로 오라'고 강요하는 중이다. 굿딜이 아니면 노딜이라고 못 박고 협상 조건을 바꾸지 않는다(Anchoring). 중국 법도 바꾸고, 불공정한 시장 관행도 바꾸란 것이다. 이런 강요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 레버리지는 관세다. 중국의 성장이 대미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관세는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된다. 화웨이 같은 중국의 첨단 기업 제품 구매 자체를 막기도 한다.

중국은 수세에 몰린다. 실제로 중국 성장률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6.2%로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다. 수백 조를 쏟아부은 경기부양도 효과가 미미했다. 이 협상에서 중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함께 벼랑 끝에 매달린 트럼프의 발길질에 중국이 점점 아래로 떨어져 갔다.

중국의 버티기, 제한적 반격


그러나 중국은 무기력한 항복을 거부한다. 관세 효과 상쇄를 위해 환율을 떨어뜨리고,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국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내수 부양에 나선다. 미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정밀하고 제한적인 타격에 나선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강세지역인 농작물 수출 지구를 타격하기 위해 제한적인 농산물 수입 제한에 나선다. 성장률을 방어하면서, 트럼프에 정치적 타격이 될 경제봉쇄를 한다.

트럼프는 다시 버티기 위해 화력을 중국에 집중한다. 다른 무역 분쟁을 자제하고, 미국으로 공장을 유치하려 애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괜히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악수한 게 아니다. 성장률 유지에 사활을 건다. 중앙은행인 연준의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하라고 '반협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못 이긴 파월은 '보험적 성격'이라는 희한한 성격의 금리 인하를 한다. 트럼프는 한 번은 부족하다고 또 압박한다.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위를 언급하는 이유도 같다. 그만큼 미·중 분쟁에 사활을 건다.

포치, '무제한 벼랑끝 작전'의 시작?

이 상황에서 이뤄진 '포치'는 '그래도 협상 자체는 할 것 같던' 중국의 강공전환을 의미한다.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 유불리와 향후 추이 계산 결과, 이대로 가면 트럼프 재선 실패까지 중국이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다. 미국의 경기가 충분히 안 좋아질 것이라서, 불리한 합의문에 사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좀 더 유연한 협상 여건을 기대할 수 있고, 최소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른 한 가능성은 '협상을 위한 허세'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협상은 하고 싶지만,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합의 지점을 왼쪽으로 옮기려면 '강한 압박의 신호 Signal'을 주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로부터 양보받기 위해서다.

본격화된 대치국면에서 양국은 상대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자국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많은 수학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에 골몰할 것이다.



본질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중

본질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미·중

이기적 자국 중심주의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 치의 양보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 이유는 두 강대국이 본질에서 달리하는 이해관계를 마주 해야 하는 역사적 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패권의 유지를 원한다 패권의 유지를 위해선 경제력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경제력 우위를 잃은 나라는 결국 패권을 잃었다. 스페인이나 네덜란드가 영국에, 영국이 미국에 패권을 내준 역사가 증명한다.

문제는 중국이 구매력 기준(PPP) GDP 총액 관점에서는 이미 2013년 미국을 추월했단 점이다. (IMF 데이터) 명목환율 기준으로도 2030년이면 추월한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지속적 성장은 양립하기 어렵다.

중국은 조용한 성장을 원한다. 당장 패권을 입에 올릴 필요가 없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다. 안정적 일당독재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며 하던 대로 성장만 하면 된다. 평균 2%대 성장을 하는 미국 앞에서라면 6% 성장도 충분하다.

이대로 20년, 늦어도 30년 정도만 버티면 명목환율 기준으로도 GDP 총액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 군사력과 과학기술, 혁신능력은 경제력의 토대가 마련되면 자연히 대등해질 것이다. 미국 일극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다.

패권국과 부상하는 신흥국이 존재할 경우, 역사적으로는 전쟁의 가능성이 높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 확률은 역사적으로 75%(16번 중의 12번)이라며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전쟁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는다. 상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보유국 간의 전쟁은 인류 공멸이다. 분석을 협상과 무역의 차원에 제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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