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나경원의 ‘러브콜’…유승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어”

입력 2019.08.07 (14:01) 수정 2019.08.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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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
"시대착오적 망언...잠꼬대 같은 말"


격앙된 어조의 이 발언은 7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습니다. 누굴 겨냥한 말일까요? 다름 아닌 제1야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을 향한 말이었습니다.

유승민·안철수 향한 나경원의 러브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유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한국당의 미래가 없다며, 유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와 서울에 출마하면 좋겠다고 한 겁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보수통합을 이루겠다며, 그 시점은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간 뒤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도 통합 대상으로 거론했습니다.


손학규 대표 측 반발…"스토킹" "잠꼬대"

발끈한 건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른정당계를 향해 "한국당에 가려거든 혼자 가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당권파 수장인 손학규 대표 측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유승민 의원 등을 포함해 또다시 바른미래당을 스토킹하고 있다"며 "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신청을 낼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사무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시대착오적 망언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 더이상 하지 말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리라"고 경고했습니다. 임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손 대표는 어떤 일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손학규 "한국당-유승민계 구체적 통합 이야기 진행하나?"

손학규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유승민 의원이나 유승민계와 나 원내대표 혹은 한국당이 구체적인 (통합)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나 원내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할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처음은 아닙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싶다면서, 기회가 되면 유승민 의원과 논의해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당시에도 손 대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촛불 혁명 때 이미 사망선고를 받고, 정통성을 잃은 한국당이 어떻게 감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입에 올리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나경원 "문재인 정권 반대…우파 가치 위해 통합 중요"

왜 나 원내대표는 유 의원과의 통합 이야기를 꺼낸 걸까요? 나 원내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특별히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평소 생각이라는 겁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 가치를 함께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 의원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또 황교안 대표와도 구체적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한국당 장제원 의원 역시 7일 페이스북에서 "보수는 올바른 통합의 길에서 반드시 만나야 한다"며 "유승민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고 거들었습니다.

'보수 대통합' 필요하지만, 딜레마도...

사실 한국당에게 '보수 대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꼭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딜레마도 있습니다. 끌어안아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두 세력에 대해 당내 인식차가 있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갈라섰듯, 바른정당계에 대해선 친박계가, 우리공화당에 대해선 비박계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당 상황도 여의치 않습니다.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황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박계의 공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황 대표가 친박, 극우 보수에 치우쳐 확장력을 잃었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입니다. 몇몇 인사를 두고 '도로친박당으로 가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국회의원 당선이 제1의 목표인 의원들의 위기의식도 점점 고조되는 듯합니다. 이대로 가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비박계나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레 흘러나옵니다.

보수통합은 실현 가능한가?…유승민 "통화한 적도 없어"

황 대표도 보수 통합의 필요성엔 공감합니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총선 승리는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는 6일에도 경북 영천의 한 복숭아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자유 우파가 셋으로 분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우리공화당을 통합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황 대표는 이어 경북 구미을 지역구 당원 교육에서도 복당한 당원들을 거론하며 "감사하다. 배신자라는 소리 하지 말고 따뜻하게 품어 대통합의 길로 가 반드시 대선, 총선을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했을 뿐 말을 아꼈습니다. 당장 보수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유 의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당의 현재 상황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한국당이 개혁 보수의 길로 나오지 않는 한 보수통합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보수통합을 위한 물밑 접촉조차 전혀 없다면서, 나 원내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다. 한국당 스스로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면 아마 오지 말라고 해도 그 누구든 서로 가려고 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한국당 내에서 개혁 보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한국당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 당에 들어오는 게 중요한가. 그게 총선 승리 전부인양 이야기하는 건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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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나경원의 ‘러브콜’…유승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어”
    • 입력 2019-08-07 14:01:02
    • 수정2019-08-07 14:18:03
    여심야심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
"시대착오적 망언...잠꼬대 같은 말"


격앙된 어조의 이 발언은 7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습니다. 누굴 겨냥한 말일까요? 다름 아닌 제1야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을 향한 말이었습니다.

유승민·안철수 향한 나경원의 러브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유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한국당의 미래가 없다며, 유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와 서울에 출마하면 좋겠다고 한 겁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보수통합을 이루겠다며, 그 시점은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간 뒤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도 통합 대상으로 거론했습니다.


손학규 대표 측 반발…"스토킹" "잠꼬대"

발끈한 건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른정당계를 향해 "한국당에 가려거든 혼자 가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당권파 수장인 손학규 대표 측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유승민 의원 등을 포함해 또다시 바른미래당을 스토킹하고 있다"며 "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신청을 낼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사무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시대착오적 망언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 더이상 하지 말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리라"고 경고했습니다. 임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손 대표는 어떤 일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손학규 "한국당-유승민계 구체적 통합 이야기 진행하나?"

손학규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유승민 의원이나 유승민계와 나 원내대표 혹은 한국당이 구체적인 (통합)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나 원내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할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처음은 아닙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싶다면서, 기회가 되면 유승민 의원과 논의해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당시에도 손 대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촛불 혁명 때 이미 사망선고를 받고, 정통성을 잃은 한국당이 어떻게 감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입에 올리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나경원 "문재인 정권 반대…우파 가치 위해 통합 중요"

왜 나 원내대표는 유 의원과의 통합 이야기를 꺼낸 걸까요? 나 원내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특별히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평소 생각이라는 겁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 가치를 함께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 의원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또 황교안 대표와도 구체적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한국당 장제원 의원 역시 7일 페이스북에서 "보수는 올바른 통합의 길에서 반드시 만나야 한다"며 "유승민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고 거들었습니다.

'보수 대통합' 필요하지만, 딜레마도...

사실 한국당에게 '보수 대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꼭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딜레마도 있습니다. 끌어안아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두 세력에 대해 당내 인식차가 있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갈라섰듯, 바른정당계에 대해선 친박계가, 우리공화당에 대해선 비박계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당 상황도 여의치 않습니다.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황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박계의 공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황 대표가 친박, 극우 보수에 치우쳐 확장력을 잃었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입니다. 몇몇 인사를 두고 '도로친박당으로 가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국회의원 당선이 제1의 목표인 의원들의 위기의식도 점점 고조되는 듯합니다. 이대로 가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비박계나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레 흘러나옵니다.

보수통합은 실현 가능한가?…유승민 "통화한 적도 없어"

황 대표도 보수 통합의 필요성엔 공감합니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총선 승리는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는 6일에도 경북 영천의 한 복숭아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자유 우파가 셋으로 분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우리공화당을 통합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황 대표는 이어 경북 구미을 지역구 당원 교육에서도 복당한 당원들을 거론하며 "감사하다. 배신자라는 소리 하지 말고 따뜻하게 품어 대통합의 길로 가 반드시 대선, 총선을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했을 뿐 말을 아꼈습니다. 당장 보수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유 의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당의 현재 상황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한국당이 개혁 보수의 길로 나오지 않는 한 보수통합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보수통합을 위한 물밑 접촉조차 전혀 없다면서, 나 원내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다. 한국당 스스로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면 아마 오지 말라고 해도 그 누구든 서로 가려고 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한국당 내에서 개혁 보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한국당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 당에 들어오는 게 중요한가. 그게 총선 승리 전부인양 이야기하는 건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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