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 닿으면 벌벌”…버려지는 반려견 하루 250마리

입력 2019.08.08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손길을 거부하며 보호소에서 세 번째 여름을 보내는 '여름이'
화상을 입고 구조돼 아직 털이 다 자라지 않은 '빼로'
홍역에 걸린 채 버려져 두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진 '신동이'
개 농장에서 구조돼 사람이 다가가기만 해도 움츠리는 '시루'

■반려견 등록 20% 뿐…지난해 9만 마리 버려져

50여 마리의 유기견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양주의 한 보호센터. 그곳의 책임자이자 유기견들의 이모인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이하 '동행')의 김경숙 이사는 사연이 없는 유기견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개들이 다시 입양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하지만 저마다 상황이 복잡해 '여름이'처럼 3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개도 있습니다.

전국 반려견 수는 2017년 기준 약 660만 마리입니다. 그 중 '동물 등록'이 된 반려견은 153만 마리로, 5마리 중 1마리꼴에 불과합니다. 유기견센터에 들어오는 개들은 대부분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5년 이후 해마다 유기견은 늘어나 지난해에는 9만 마리가 넘는 개들이 버려졌습니다. 하루에 250마리나 버려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개 중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겨우 5마리 중 2마리뿐, 나머지는 유기견센터에서 지내다 죽음을 맞습니다.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14년 반려견 등록제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 지난해 3월 이후입니다. 이제는 적발되면 최소 20만 원, 최대 6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개는 안 무는데 왜 등록이 필요하냐', '나를 개를 버릴 사람으로 보는 거냐' 등 단속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아예 반려견을 입양 보낼 때 업체나 병원에서 반드시 동물 등록을 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외장형 인식표' 빼버리면 그만…등록 강화해야

하지만 '등록'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반려동물을 등록할 때 몸에 칩을 심는 '내장형'을 선택하는 경우는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10명 중 4명은 외장형 식별장치나 인식표를 선택하는데 이러한 외장형 장치는 잃어버릴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빼버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동물보호단체나 수의사협회 등에서는 등록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내장형 칩에 대한 보조나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해외에서는 전문 브리더 제도나 반려세 등을 도입해 진입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이 반려견을 기르도록 하는 겁니다. 아무리 작은 개라도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린아이를 키울 때에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인데 동물은 말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기르는 개에 대한 책임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쉽더라도 '랜선맘'으로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요. 길에서 헤매다 가까스로 구조된 유기견이 결국 안락사를 맞닥뜨려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람 손 닿으면 벌벌”…버려지는 반려견 하루 250마리
    • 입력 2019-08-08 07:01:53
    영상K
손길을 거부하며 보호소에서 세 번째 여름을 보내는 '여름이' <br />화상을 입고 구조돼 아직 털이 다 자라지 않은 '빼로' <br />홍역에 걸린 채 버려져 두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진 '신동이' <br />개 농장에서 구조돼 사람이 다가가기만 해도 움츠리는 '시루'
■반려견 등록 20% 뿐…지난해 9만 마리 버려져

50여 마리의 유기견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양주의 한 보호센터. 그곳의 책임자이자 유기견들의 이모인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이하 '동행')의 김경숙 이사는 사연이 없는 유기견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개들이 다시 입양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하지만 저마다 상황이 복잡해 '여름이'처럼 3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개도 있습니다.

전국 반려견 수는 2017년 기준 약 660만 마리입니다. 그 중 '동물 등록'이 된 반려견은 153만 마리로, 5마리 중 1마리꼴에 불과합니다. 유기견센터에 들어오는 개들은 대부분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5년 이후 해마다 유기견은 늘어나 지난해에는 9만 마리가 넘는 개들이 버려졌습니다. 하루에 250마리나 버려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개 중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겨우 5마리 중 2마리뿐, 나머지는 유기견센터에서 지내다 죽음을 맞습니다.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14년 반려견 등록제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 지난해 3월 이후입니다. 이제는 적발되면 최소 20만 원, 최대 6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개는 안 무는데 왜 등록이 필요하냐', '나를 개를 버릴 사람으로 보는 거냐' 등 단속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아예 반려견을 입양 보낼 때 업체나 병원에서 반드시 동물 등록을 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외장형 인식표' 빼버리면 그만…등록 강화해야

하지만 '등록'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반려동물을 등록할 때 몸에 칩을 심는 '내장형'을 선택하는 경우는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10명 중 4명은 외장형 식별장치나 인식표를 선택하는데 이러한 외장형 장치는 잃어버릴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빼버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동물보호단체나 수의사협회 등에서는 등록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내장형 칩에 대한 보조나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해외에서는 전문 브리더 제도나 반려세 등을 도입해 진입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이 반려견을 기르도록 하는 겁니다. 아무리 작은 개라도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린아이를 키울 때에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인데 동물은 말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기르는 개에 대한 책임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쉽더라도 '랜선맘'으로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요. 길에서 헤매다 가까스로 구조된 유기견이 결국 안락사를 맞닥뜨려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